수능 시험장 교문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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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33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10-12-06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문화1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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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3 09:28 조회 3,763회본문
지난밤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딸 아이는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것 같다. 아마도 내일 보게 될 수능시험 때문 일 것이다. 엄마인 나도 이렇게 긴장 되는데 본인인. 딸아이는 오죽할까?
아직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전날 일찍 잠들지 못한 딸아이를 걱 정하면서 나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도시락 반찬 재료들을 냉장고에서 꺼내놓고 서둘러 조리를 '시작했다. 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들어 보온병 과 반찬통에 담고 그리고 과일도 조 금 담았다. 그때 딸아이 머리맡에 놓 아둔 휴대폰에서 몇 번의 알람소리 가 울리고 난 후 딸아이가 화장실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올해 초 인사이동으로 이사를 했지 만 고3 딸아이는 전학할 수가 없어 막내 녀석만 전학하여 데리고 가고 딸은 친정집에 맡겼다. 그래서 수험 생 엄마들이 겪는 고3엄마는 고생엄 마라는 시련(?)을 친정엄마가 맡아줬 다. 그래서 친정엄마에게는 늘 고맙 고, 딸아이에게는 늘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 수능시험날 오늘 하루 만이라도 엄마 노릇해 보려고 어제 오후 친정에 왔다.
준비한 몇 가지 반찬으로 아침을 차렸지만 딸애는 입맛이 없는지 아 니면 긴장이 돼서 그러는지 서나 숟 가락 들고는 수저를 내려놓는다. 그 래 억지로 먹는 것이 오히려 더 안 좋을 수도 있겠다 싶어 이것저것 챙 겨서 집을 나설 준비를 했다.
수험번호표, 신분증, 그리고 기타 필기도구와 작은 무릎 덮개용 담요, 도시락과 보온병 아침부터 몇 번씩 챙겼다. 아파트 주차장 입구에 딸아 이 외삼촌이 차 시동을 켜놓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친정엄마도 가 야겠다고 해서 같이 차에 올랐다.
시험장은 큰길에서부터 차량출입 이 통제 되어 우리는 걸어 시험장으 로 향했다. 수능시험장으로 향하는 작은 길 양옆으로 각 학교 후배들이 나와 언제 준비했는지 시험 응원 문 구가 적힌 현수막과 팻말을 들고 자 기학교 선배들을 응원하고 선생님들도 같이 나와 수험생들에게 필기도 구와 따뜻한 차를 나누어 주면서 수 험생들을 격려하고 있었다. 그중 딸 아이 학교 후배인 듯한 학생들이 딸 아이를 발견하고는 이쪽으로 몰려와 딸아이를 둘러싸고 언니 파이팅을 외친다.
시험장 정문에서 딸애가 휴대폰을 나에게 건네고 나는 도시락과 보온 병을 딸애 손에 건넸다. 딸애는 걱정 하지 말라는 듯 조그맣게 미소를 보 이는 딸애를 꼭 안아주며 최선을 다 하란 말만했다. 교문너머로 멀어지는 딸애의 뒷모습을 보는데 울컥 눈물 이 나온다. 그동안 엄마로서 모자란 게 너무 많아서 미안하고 그래도 올 바르게 잘 자라줘서 또 고맙고, 뭐라 고 꼭 꼬집어서 이유를 설명할 수 는 없지만 북 바치는 감정에 나도 모르 게 눈물이 자꾸 나온다. 교문 앞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12년 동안 공부해온 결과를 단 하 루의 시험으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 가 어불성설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오늘 비록 기대했던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스스로에게 분노나 비탄의 화살을 겨눈다는 것은 지극 히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의 삶에서 꼭 한번뿐이라는 것은 없다. 기회는 항상 우리에게 주어진다. 지금 모든 것이 다 끝나고 무너진 것처럼 보여 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까지 없 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들에게 부여된 삶의 길이에 비 하면 오늘 수능시험은 아주 작은 계 기에 지나지 않는다. 수능시험의 결 과가 우리들 개개인의 가치를 결정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히말라야산맥을 넘고자 꿈꾸는 사 람도 작은 언덕에서 넘어질 수가 있 다. 그러나 넘어졌다고 히말라야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성공이든 실패든 모두가 우리들의 삶에 소중한 밑거 름이며 그리고 귀중한 경험이 된다. 땅에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선다 는 평범한 진리를 깨우칠 수 있는 지 혜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기를 부 처님께 간절히 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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