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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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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29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10-08-08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문화2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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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3 05:33 조회 2,72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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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죽

올 여름은 유난히 덥다. 더위가 유 난히도 나를 힘들게 한다. 땀도 별로 없고 더위도 그렇게 타지 않는 내 체 질 덕분에 해마다 여름은 누구보다 수월하게 보내곤 했는데 체질이 변 했는지 아니면 체력이 떨어졌는지 올 여름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온 얼 굴이 땀으로 범벅되고, 생전 처음으 로 땀띠도 생겼다.

온 몸 여기 저기에 커다란 땀띠가 벌겋게 뒤덮고 있어 그 상처난 부위 가 가려워 나도 모르게 자다가 긁게 되고 긁고 나면 따가웠다. 땀띠는 더 욱 넓게 '번져 마침내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약 먹고 해서 겨우 가라앉았지 , 만 정작 몸은 너무 힘들다. 아마도 더위를 단단히 먹었나 보다. 입맛도 없고 힘도 없고 잠도 깊이 못자고 자 꾸 갈증만 나서 찬 음료수만 찾게 된 다.

덥다고 찬 음료에 선풍기만 자꾸 끌어안고 있으니 더위가 더욱 단단

히 내 곁에 붙어 있음을 모르는바 아 니지만 그 유혹을 떨쳐 버리기가 쉽 지 않다. 아마도 체력이 약해지고, 의지력도 많이 떨어진 모잉이다. 한 때는 체력에는 누구보다 정말 자신 있었다. 산에 등산을 가도 항상 제일 먼저 정상에 도착했고 어떤 운동을 해도 자신 있었는데 이제는 아닌 것 같아서 괜히 맘이 서글퍼진다.

“불공도, 정진도, 교화도, 먼저 몸 이 건강해야 할 수 있다며 승직자는 절대 아프면 안 된다고, 스스로 자신 의 건강도 못 챙기면서 어떻게 보살 들을 교화 할 수 있겠느냐”고 충고하 시던 어느 선배 전수님의 말씀이 새 삼 내 가슴에 절실하게 와 닿는 요즘 이다.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라 했는데 큰 병이 난 것도 아니고 겨우 더위에 허덕이는 내 모습이 참 부끄럽다. 이 는 내 스스로 내 몸 관리를 하지 못 하여 생긴 병이라 생각하니 부끄러

움이 더하다.

8월 월초불공이 절반을 넘어가던 어느 날 오후 더위에 허덕거리는 신 출내기 전수가 보기에 안쓰러웠나 보다.

보살님 한분이 더위를 먹었을 때 입맛을 찾아주고 몸을 차게 해주는 여름 보양식으로는 녹두죽이 최고라 며 한 냄비 끓여 가져다 주신다. 종 일 점심때 억지로 먹은 밥 조금과 오 후 내내 냉커피 그리고 찬 음료수만 마셔 속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보살님이 가져다준 녹두 죽을 아들 녀석이랑 마주앉아 두 그 릇이나 뚝딱 비웠다. 축 처져 맥없이 지냈던 몇날 며칠이 죽 두 그릇에 바 로 회복되어 힘도 나고 입맛도 돋는 것 같았다.

고마우신 보살님… 내일부터는 찬 음료수도 멀리하고 덥다고 선풍기 앞에만 앉을 것이 아니라 적당히 몸 도 움직여야겠다.

차지 않은 물에 샤워하고 선풍기를 켰다.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후덥지 근한 선풍기 바람이 짜증스러웠는데 오늘 선풍기 바람은 시원하게 느껴 진다. 몸의 컨디션 따라 선풍기 바람 의 느낌도 달라지나 보다. 오늘밤도 열대야 현상으로 무더위가 한층 더 기승을 부린다고 하지만 나는 숙면 을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을 죽 으로 배를 채우니 하루 종일 거북하 던 속도 편안하다. 몸도 마음도 오랜 만에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것이다.

8월 월초불공 회향일 까지 보살님 이 끓여준 녹두죽 덕분에 더위는 떨 쳐버리고 속 편안하게 불공 할 수 있 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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