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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 꽃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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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29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10-08-08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신행/설화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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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박묘정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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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3 05:32 조회 1,9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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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 꽃길에서

번쩍번쩍, 천둥이 우르르 쾅쾅, 대 지를 뒤흔들고 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빗물 을 쏟아 붓고 있다. 마치 우리들의 잘못을 꾸짖고 벌을 주려는 것 같 다.

전시관에 봉사하기 위해 집을 나 서는데 번개가 내게 떨어질 것만 같아 너무 무서웠다. 나도 모르게 염불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웃음을 지었다. 역시 어려울 때 우 리의 마음을 진정시켜 주고 용기를 주는 데에는 우리들이 늘 외우고 있는 ‘옴마니반메훔’ 진언 이상 더 좋은 것은 없다.

내게 진언이 있는 이상 무엇이 두 려우랴. 용감하게 집을 나서는데 마 침 남편이 지하철 역까지 태워 주 어서 무사히 물폭탄을 피할 수 있 었다.

다행히 서울에 도착하니 비가 그: 치고 번개도 치지 않았다. 안산과 서울 대방동은 많이 떨어져 있지 않은데도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무 사히 비를 피해서 전시관에 도착했 다. 오늘 같은 날은 단체관람객도 별로 없어서 책이나 읽으며 살아가 는 이야기도 하며 가볍게 지내려고 하는데 갑자기 인터뷰 일정이 잡혔 다고 한다. 1대1 인터뷰는 처음이라 걱정 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이야 기만 진솔하게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오늘은 찬찬히

- 풀과 나무와 꽃들을 보며 그들과 이야기 하며 왔다.

지하철역 앞 녹지대에 새하얀 개 망초꽃이 활짝 피었다. 이름처럼 소 박한 꽃이 하나 가득 피었다. 자세 히 보면 작은 꽃 하나하나가 계란 프 뵤쮸후핱아서 난그냥 ‘혜란프라이 꽃이라고 부른다. 멀리서 보면 메밀 꽃 

여러해 전 봉평 메밀꽃축제에 갔 을 때가 생각 난다. 보이는 들판과 산비탈이 온통 하얀 메밀꽃으로 바 람이 불면 꽃들이- 다 같이 한 방향 으로 흔들리는 모습이 그림처럼 아 름다웠다.

달빛 아래에서는 하얀 소금을 뿌 려 놓은 것 같다고 하는데 안타깝 게도 밤까지 기다릴 수 없어 그냥 돌아왔었다.

언젠가는 달빛이 아름다운 때를 맞추어 다시 찾아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왔지만 지금까지 다시 찾지 못했다.

달빛 아래 소금을 뿌려 놓은 듯한 신비로운 모습을 언젠가는 꼭 보러 가야지.

역 앞의 개망초꽃 군락지를 지나 모처럼 산책길을 따라 걸었다. 하천 에는 그 동안의 장맛비로 물이 많 이 흘러서 제법 하천다워 졌다.

하얀 백로가 흙탕물에서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는 하천 가에는 노 란 달맞이 꽃도 피었다. 내가 좋아 하는 하천 가 산책길에는 우리 아 이들 어렸을 때 손톱에 예쁘게 물 을 들여 주던 봉숭아가 길가에 줄 을 지어 피어 있다.

빨리 따다가 손톱에 예쁘게 물을 들이라는 듯 활짝 피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조금 더 걸어가니 엄마가 딸을 데 리고 봉숭아 꽃과 꽃잎을 따서 작 은 비닐 봉지에 소중하게 조금씩 담고 있다.

"아마 오늘밤 엄마는 딸의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여주며 아름다운 추 억을 만들고 있으리라. 그 추억은 어린 딸에게는 훗날 따뜻하고 다정 했던 엄마로 기억되고 엄마와의 행 복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영원 히 간직될 것이다.

봉숭아 꽃 길을 지나면 길 옆으로 코스모스가 곱게 피어 하늘하늘 춤 을 추고 있다. 계절을 잃은 코스모 스는 왜 이 더운 한 여름에 활짝 피 었을까? 이상해진 날씨 탓에 코스 모스도 때를 맞추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부지런히 꽃 을 피워 빨리 사랑을 받고 싶어서 일까?

코스모스는 서늘한 가을바람을 맞아 가녀린 모습으로 하늘거리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 각된다. 무더운 삼복더위에 따가운 햇빛을 받아 더위에 지친 모습이 안쓰럽다.

세찬 장맛비를 맞아 가냘픈 몸매 로 버티지 못하고 여기 저기 쓰러 져 있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마음 을 더욱 안타깝게 한다.

그래도 그 모진 환경을 꿋꿋하게 이겨 내고 당당한 모습으로 예쁜 색깔의 꽃을 피워낸 많은 꽃들이 대견스럽다

내년에는 참고 기다렸다가 서늘 한 가을 바람과 파란 가을 하늘 아 래 더 예쁜 꽃을 피우기를 기대 할 께.”

-박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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