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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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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24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8-06-30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단음사 탐방 서브카테고리 지상 설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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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 필자법명 수현 필자소속 단음사 필자호칭 주교 필자정보 단음사 주교 수현 정사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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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20 13:23 조회 3,63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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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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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음사 주교 수현 정사


우리는 지혜라는 단어를 참 많이 사 용합니다. 지혜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 습니다.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사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 력을 일컫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지혜로운 삶이란 무엇일까요? 지혜롭 게 살기 위해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 까요? 어느 날, 수행 중이던 스님이 큰 스님 을 찾아가 물었습니다. “달마가 서쪽 에서 온 뜻은 무엇입니까?”하고 거창 한 질문을 하였지요. 그러자 큰 스님께 서 말씀하시길 “조고각하(照顧脚下) 야, 네 발 밑을 보아라.”하고 대답하였 습니다. 거창하고 큰 깨달음에 대하여 고민 하지 말고, 오직 현재를 잘 살피라는 말씀일 것입니다. 본인의 현실도 제대 로 알지 못 하면서 거창한 질문을 할 필 요가 없습니다. 

부처께서 팔만 사천 가 지 법문을 하셨다지만, 사실 우리가 오 직 하루하루를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 는 것도 큰 깨달음입니다. 요즘 뉴스에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타인의 불행입니다. 남의 집에 불이 나 고, 누가 사기를 당하고, 누군가는 싸 움을 하는 것들에 대해서 말입니다. 우 리는 그런 타인에게 필요 이상의 관심 과 에너지를 쏟기도 합니다. 정작 자신 의 현실에 쏟아야 하는 에너지를 남에 게 낭비하는 꼴입니다. 우리가 불공을 할 때만큼은 참 마음 이 편합니다. 그때만큼은 진실로 부처 의 마음을 갖고, 세상 만물의 이치를 깨우친 것 마냥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 만 염주를 놓고 다시 나의 현실로 돌아 갔을 때, 그 마음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 서 현실의 삶을 놓고 언제까지 세상 만 물의 이치만을 탐구할 수도 없는 일입 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달마가 왜 서쪽으로 갔는지 궁금해 하지 말고 현 실에 집중해야 합니다. 크고 거창한 것 에만 가치를 둘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불공을 하며 그저 가족의 평안과 무탈 을 바라는 것도 부처의 마음입니다. 어떤 절에 아주 큰 그림이 하나 있었 습니다. 그 절의 랜드 마크이기도 하여 절 초입에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었지 요. 그 그림 앞에 어떤 맹인이 하모니 카를 불며 구걸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절에 다니는 보살이 그 모습을 보고 참 좋지 못하다고 생각을 했지요. 랜드 마 크와 같은 커다랗고 예쁜 그림 앞에 걸 인이라니요. 그렇게 생각만 하며 몇 날 며칠을 지냈습니다. 

어느 날은 밤늦게 절에 갈 일이 있어서 갔는데, 그 맹인 이 늦은 시간이 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맹인은 너무 도 익숙하게 자리를 정리하고 지팡이 를 짚으며 대웅전으로 걸어 들어갔습 니다. 보살께서 그 모습을 보고 생각하 기를 ‘대웅전에서 잠이라도 청할 요량 인가보다.’싶어서 그 맹인을 따라갔습 니다. 대웅전에 들어선 맹인은 또 다시 너무도 익숙하게 부처님께 삼배를 올 리고 자신이 적선 받은 돈에서 일부를 희사하였습니다. 그 모습을 본 보살은 행색으로 남을 판단한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며 크게 뉘우쳤습니다. 보시나 적선은 항상 때를 놓치지 않 아야 합니다. 적선을 받아서 술을 먹을 수도 있었고, 맛있는 음식을 사먹을 수 도 있었지만 부처께 희사하는 마음은 아주 훌륭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 皆眞). ‘가는 곳 마다 내가 주인이 되어 라. 서 있는 그 곳이 모두 진리의 자리 이다.’ 라는 뜻입니다. 그런 마음을 가 지고, 본인 스스로 주인이 되어야 합니 다. 루소라는 철학자가 있었습니다. 그 는 사색하는 것을 참으로 좋아해서 아 침이면 눈을 뜨고 운동을 하기 위해 공 원을 한 바퀴 돈 후 의자에 앉아 사색 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어느 날은 사색 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리 한 쪽이 없는 아이가 구걸을 하는 모습 을 보았습니다. 루소는 그 아이를 불쌍 히 여겨 아이에게 적선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크게 기뻐하며 루소에 게 감사함을 표시했습니다. 아이가 기 뻐하자 루소의 기분도 덩달아 좋아져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습니 다. 

아이에게 기분 좋은 적선을 하는 것으로 루소의 하루는 시작되었습니 다. 그런 패턴이 매일같이 이루어졌습 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는 예전만큼 기 뻐하지 않았으며, 루소도 처음처럼 행 복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은 비가 많 이 내려 루소가 평소보다 늦게 공원으 로 가게 되었습니다. 늦었다는 생각에 급하게 나온 루소는 깜빡하고 돈을 챙 기지 못하였습니다. 아이를 만난 루소 는 늦음과 돈을 챙기지 못했음에 미안 함을 표시했으나 아이는 서운한 기운 을 영 숨기지 못 했습니다. 나중엔 오 히려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간 루소는 깨달았습니 다. 

아이는 자신을 기다린 것이 아니고 오직 자신의 돈을 기다렸고, 또 자신 때문이 아니라 돈 때문에 즐거워했던 것입니다. 아이에게 계속해서 적선을 할 것이 아니고, 올바르게 살아갈 방 법을 가르쳐 주어야겠다고 말입니다. 다음날 아이를 만난 루소는 더 이상 돈을 주지 않을 것이며, 네가 올바르게 살 방법을 일러주겠다고 말하며 아이 와 긴 대화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우리 사원에도 적선을 원하고 오시 는 분들이 찾아옵니다. 그런 분들을 보 면 적선을 했을 때 밥을 사 먹을 사람 인지, 술을 사 마실 사람인지 알수 있 습니다. 저는 일단 서원당에 가서 삼배 하라고 말씀드립니다. 삼배를 하고 난 후에는 작은 성의를 표시하기도 합니 다. 부처님께 올린 정성만큼의 복은 자 신이 지은 만큼 받아간다고 했습니다. 

요즘 불공 열심히 하십니까, 하고 물 었을 때 당당하게 네 그렇습니다, 하고 긍정의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이나 되겠습니까. 다들 자신의 현실이 바쁘고 급하여 불공을 하지 못하고 있 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여유가 생 기면 그때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을 먹 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봅시다.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염송을 외고, 염주를 쥐며, 남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것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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