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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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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22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8-04-30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정성준 교수의 후기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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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정성준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정성준 교수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전임연구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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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20 11:11 조회 2,5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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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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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준 교수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전임연구


진화론과 유전공학의 발달로 인해 생물학자들은 한 종의 조상이 후손들 에게 더 나은 삶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 해 무의식이나 생물학적 본능에 많은 비밀을 숨겨놓았다. 인간에게 탄생으 로부터 삶, 다시 삶으로부터 죽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인간이 의식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제한되어 있다. 인간은 욕망에 대한 향락이나 반대로 높은 영적 깨달음에 집중하도록 전생 이나 생사의 비밀에 대해서는 의식적 문이 닫혀 있다. 그것은 운명이 아니라 인간의 삶이 지닌 속성으로서 자각하 기 어렵지만 유정들의 자발적인 선택 이다. 빠드마삼바와의 <사자의 서>는 사후 세계에 일어날 시각적인 현상에 대해 풍부한 기술을 남겨두었기 때문에 여 기서 조금 더 자세히 다룬다. 유정의 육 체는 사망에 가까워 오면서 4대의 분해 가 가속화된다. 

육체의 지대가 분해될 때 지대는 녹아 수대에 용해 흡수된다. 이때 사자가 보는 세상은 온통 황색으 로 보인다. 수대의 경우는 흰색, 화대는 붉은 색, 마지막으로 풍대가 용해되면 모든 것이 녹색으로 보인다. 이때 임종 자는 반딧불이나 혜성이 날아오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데, 만약 살아서 나쁜 일을 많이 한 사람이라면, 큰 불속 에 있거나, 몸에 불이 붙는 무서운 환상 을 경험한다고 한다. 반대로 생전에 수행을 많이 한 경우 이 모든 환영들이 마음이 만들어 낸 그 림자이며, 이를 자각할 때 마음에 형언 할 수 없는 희열이 생기며 해탈에 가까 워지게 된다. 임종자는 육체와의 의식적 관계가 단절되면서 미각을 잃기 시작한다. 

불 꽃이 번쩍이는 느낌을 갖는데 반딧불 이 숨이 그치려 하는 순간 마지막에 밝 아졌다 흐려졌다 하는 모습이보인다. 만약 나쁜 일만 해 온 사람은 광풍이나 회오리바람 가운데 있는 것과 같은 무 서운 광경을 경험한다. 임종자가 마지 막 한 숨을 들이쉬고 나서 호흡이 정지 하더라도 그 생명이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며 체내에 여전히 한 가닥 숨 이 남아있다. 외식이 끊어진 후 마지막 남은 내식 을 풍(風, prana)이라 말하며 이것은 생 전 생명의 원천이다. 풍이 척추 중심의 중맥에 모여들어 머물 때 ‘제1광명’이 나타난다. 제1광명은 첫 번째 나타나는 근본광 명으로 임종자는 마지막 한숨을 내쉰 후 제1광명을 자각함으로써 해탈을 얻 을 수 있다. 

마치 연극에 몰입했던 관 객이 연극 종료 후 순간 극작가가 꾸 민 이야기를 알아차리듯이 현실의 삶 에 집중했던 유정의 의식이 육체로부 터 마지막 호흡이 단절되는 찰나 자신 의 법신광명을 깨닫고 해탈에 이르는 것이다. 광명의 지속시간은 사람마다 달라서 보통사람은 20분 정도 지속된 다고 한다. 생전의 악업으로 인해 의식 이 악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경우 2-3 초 정도 잠깐 경험하게 되지만, 수행자 는 3-7일간 지속될 수 있다. 티벳인들 은 임종자의 육신을 오른쪽으로 누이 고 경동맥을 눌러 풍이 중맥에 오래 머 물도록 한다. 

중맥에 머물던 풍이 정수리를 통해 빠져나간 다음 임종자는 중음신을 나 투고 이때 다시 제2광명이 나타난다. 제2광명은 제1광명에 비해 약하지만 동일한 법신의 광명으로 사자에게 해 탈의 기회가 된다. 이에 실패한 사자의 경우 자신의 사체 주변에 기웃거리며, 극도의 명료한 의식을 경험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가족들이 우는 모습을 보 고 고통 받으며 추모보다는 유산문재 로 다투는 것을 보고 분노에 떨기도 한 다. 중음신이 된 이후 사자는 이후 자 신이 마음에 새긴 모든 자취들이 업력 이 되어 신으로 나타나는, 죽음의 여정 가운데 가장 고통스런 과정을 겪는다. 이것이 법성중음의 단계이다. 

본래 사 자의 마음은 법신의 당체로서 당당하 고 티 없는 본성이지만 자신이 생전에 새긴 업력은 사자가 견딜 수 없는 가혹 한 환영으로 나타나 사자를 재탄생의 의식으로 전락시킨다. 법성중음 이후 투태중음은 재탄생의 과정에 접어드는 것으로 그는 자신의 업력에 의해 특정한 세계로부터 비추 는 빛에 매혹을 느끼고 그 세계 부모의 연을 맺어 딸려나간다.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사자의 서>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 회로 그친다. 짧은 내용이지만 <사자의 서>를 통 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분명하다. 생전 의 쾌락과 명예, 권력욕이 덧없는 것이 며, 생전에 부끄러운 짓 안하고 자신의 본성을 밝히는데 노력했다면 그의 사 후여정은 많은 신들의 환영과 노랫소 리, 가무를 보게 될 것이다. 

반대로 양 심에 어긋난 짓으로 다른 이들을 괴롭 혀 자신의 이익을 추구했다면 본성의 양심에 의해 자신을 가책하는 고통과 두려움의 잔인한 여정이 될 것이다. 죽음과 고통과 관련해 재미있는 생 물학적 현상으로 쇼크가 있다. 공포와 고통지수가 한계치 이상에 도달하면 의식 활동이 정지되고 고통의 체감회 로가 닫히게 된다. 교통사고를 당한 강 아지가 멀쩡히 눈을 뜨고 있지만 수의 사는 강아지가 쇼크 상태에 있으며 죽 어가고 있다고 진단한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진화를 통한 오랜 경험은 고통과 공 포를 피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가 있다. 그것은 죽음과 중유, 재탄생의 과정에 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 

생물진화의 지혜를 빌리면 삶과 죽음 에 대해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으며 생사의 과정에 유정은 고통을 피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의 도움을 받으며 오 랫동안 반복해 온 무의식의 여행을 떠 나는 것뿐이다. 중요한 것은 무상(無 常)한 욕망에 집착하는 유정의 현실을 빨리 파악하고 수행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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