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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오늘을 더 깊은 불심으로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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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22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8-04-30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수계사 신행체험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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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황보정미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리라이팅 : 황보정미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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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20 11:08 조회 2,28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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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오늘을 더 깊은 불심으로 살리라
이상순 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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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순 교도


모든일에 옴마니반메훔 


총지종에 입교를 하는데 있어 특별 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 금 생각해보면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 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오래 절을 다니다가 세상 을 떠나셨고, 어머니의 뒤를 이어 다 녀야겠다는 마음이 순리를 따르는 것 처럼 생겨났습니다. 평소 놀라운 일 이나 기쁜 일 혹은 안 좋은 일을 맞닥 뜨릴 때마다 옴마니반메훔이라는 진 언을 되뇌었던 어머니의 모습과 결정 적인 일이 닥쳤을 때에도 크게 동요 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하던 어머니 의 태도와 늘 온화했던 표정도 기억 에 남았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마음 한 구 석에 품은 채 절에 다니기 시작했습 니다. 조금씩 불공에 대해 알아갈수 록, 어머니와 함께 지내는 듯한 마음 이 들어 좋았습니다. 왜 일찍부터 어머니와 함께 종교생 활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지만 지금에나마 같이 할 수 있어 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결혼을 하고 초반에는 읍내 안에 살 림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돈벌이도 시원찮고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게 머 리가 아팠습니다. 남편 역시 고향에 들어가서 살고 싶 어 했기에 곧장 이사를 추진했습니 다. 

스승님께서는 불공도 좀 해보고, 천천히 진행을 하라고 하셨지만, 이 사를 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니 당 장이라도 사는 곳을 바꾸고 싶어서 모든 절차와 불공을 생략했습니다. 그렇게 처음 본 집과 계약을 하고 이 사를 했습니다. 허술했지만 외양간도 있었기에 소도 한 마리 사서 그럴듯 한 시골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스승님께서는 새 집과 새 생활을 위 해 가정 불공과 도량불공을 권했지만 이상하게도 당시에는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자성일마다 절에 가는 데 그런 불공들이 꼭 필요 할까 싶기도 했고, 좀 귀찮기도 하고 성가시기도 해서 하루 이틀 미루다가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불공하는 지혜 


새 집에서는 소 꿈을 자주 꾸었습니 다. 큰 아들이 소띠이기도 하고, 집에 서 소를 키우기도 하니까 꿈에 소가 나오면 반갑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스승님께 그런 고민을 털어 놓고, 그 때 그 때 스승님이 해주신 조 언을 받들어 불공을 드리면 꿈자리가 곧잘 편해졌기 때문에 큰 염려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 외양간에 불이 났습니다. 소가 춥지 않게 짚을 두둑 하게 쌓아놓았는데 소가 혼자 움직거 리다가 불이 있는 곳에까지 짚이 옮겨 붙어서 난리가 난 것입니다. 놀란 마음에 불이 났다고 크게 소리 도 한 번 제대로 못 지르고 속수무책 으로 불타는 외양간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읍내에서 소방차가 오기 는 했으나 길이 좁고 구불거려서 소 방 호스가 외양간까지 닿지 못해서 불을 잡는 데도 여간 애를 먹은 게 아 니었습니다. 그제야 그동안 귀찮은 마음에 외면 했던 스승님의 가정 불공, 도량 불공 가르침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간간 이 꾸었던 소 꿈도 생각났습니다. 내 가 그동안 어리석어도 너무 어리석었 다는 깨달음에 눈물이 났습니다. 결 국 소는 불에 타서 죽었습니다. 하지 만 잃은 소보다 얻은 깨달음이 더 크 기에 억울하고 분한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화재를 겪으므로 저의 불심이 더 커 지고 깊어졌으니 이보다 더 좋은 교 훈이 어디있겠습니까. 소 잃고 외양 간 고친다, 는 속담이 있지요. 저는 소 를 잃고 불심을 키운 셈입니다. 그 후 로는 일의 대소(大小)에 상관없이 뭐 든 부처님께 물어보고, 불공을 하는 지혜가 생겼습니다. 

육남매를 키우면서 경제적 사정이 힘들 때가 있었습니다. 불공을 하다 보니, 상가 하나에 식당을 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손님이 올만한 주 변 환경이 아무 것도 갖추지지 않았 는데 법문이 하도 좋게 나오고, 스승 님도 해보라고 권해주셔서 식당을 시 작했습니다. 입소문이 돌 즈음에 식 당 바로 앞에 농협이 생기고, 또 뜻밖 의 예비군 훈련장도 생겨서 이래저래 식사를 댈 일이 많아졌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을 하고 나면 꽤 괜찮은 수입을 만질 수 있었 습니다. 희사를 하고 남은 것은 모두 육남매 교육 밑천으로 썼습니다. 

어 미가 힘들게 일해 번 돈이라는 걸 알 아준 아이들 역시 열심히 제 갈 길들 을 가서, 이제는 모두 제 밥그릇은 건 사하면서 살고 있답니다. 아직도 소를 잃었을 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기는 합니다. 나의 어리 석음으로 인해 하나의 생명을 불태운 셈이니 미안한 마음도 큽니다. 이제 는, 소의 몫까지 더 열심히 정진하는, 어제보다 오늘을, 더 깊은 불심으로 사는 그런 보살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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