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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빼내기'와 '생각 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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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33호 발행인 원송[서진업] 발간일 2010-12-06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문화2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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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은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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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6-23 09:48 조회 3,14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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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영화에서 불교보기 (14회)

'생각 빼내기'와 '생각 심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

2010년 극장가를 점령했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인 셉션〉은 매우 복잡한 플롯의 영화입니 다. 그다지 머리가 좋지 못한 난 이 영 화를 보면서 내내 하품만 했습니다. 그렇지만 꿈과 현실의 관계를 끈기 있 게 파고드는 집요함이 마음에 들었기 에 2회차 관람을 시도했습니다.

어려운 수학공식을 대했을 때의 난 감함은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두 번째 관람에서 영화는 꽤 많은 것을 던져주 었습니다. 특히 불교신자라면 이 영화 를 통해서 가장 어려운 개념 중의 하 나인 ‘함장식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만법연기의 근본이 되는 ‘함장식’이 영화에서는 ‘림보’ 라는 개념으로 표현 됩니다. 림보는 무의식의 가장 저변에 위치하며 한 인생을 존립케 하는 중심 생각을 품고 있습니다. 함장식의 종자 에 의해 현상이 존재하고, 또한 윤회 가 가능해진다는 불교의 생각과 완전 히 일치합니다.

그러므로 개인을 바꾸기 위해서는 이곳 림보에서 새로운 생각의 씨앗을 심거나 기존의 생각을 빼내는 작업이 필수적입니다. 이렇게. 림보에서 생각 을 교체하자 영화 속 인물은 자살을 결심하기도 하고, 자신의 재산을 해체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림보에 침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재워야하 고 그의 꿈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이 기발한 아이디어가 이 영화〈인셉 션〉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입니다.

〈베트맨. 비긴즈〉〈다크 나이트〉등 을 통해 오락영화에서도 놀라운 재능 을 보였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인썸니아〉〈메멘토〉등을;만든 작가 뿌의"감독입-니다. 이번 작품〈인셉션〉 으놀런 감독의 이런 두 가지 장점이 잘 너무》!치 ’아트 블록버스티입니다. 전형적인 헐리우드 상업영화의 겉옷을 입고 있지만, 또 그렇게만 단정할 수 없는 난해한 구조와 주제를 갖고 있는 영화로서 오락영화의 한 단계 업그레 이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인셉션〉에서 코브는 타인의 꿈속에 침투해 상대의 생각을 훔치는 데 탁월한 전문가입니다. 그런데 이번 에는 색다른 임무를 맡게 됩니다. ‘인 셉션’이라고, 생각을 집어넣는 것입니 다. 생각을 집어넣는다는, 발상은 상대 를 나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하고자 할 때 주로 쓰는 수법으로, 영화〈올드보 이〉에서의 복수도 이런.식의 ‘생각 집

는 줄거리만 정작 중요한 것은 생각 빼내기(추출, 6조보3(버011)입니다. . 원래 목적은 인셉션(&6퍼이)이었는데' ‘영화 는 이상하게 ‘추출’에 집중하고 .있음 을 알 수 헜습디다. 즉 ‘생각 심기’보 다는 ‘생각 빼내기’ 즉 트라우마 제거 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 오)의 트라우마는 아내 멜(마리옹 코 띨라르)입니다. 멜은 코브와 마찬가지 로 꿈속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인물이었는데 꿈속을 현실로 착각하는 아내를 위해 코브는 아내의 무의식에 ‘이곳은 현실이 아니다. 깨어나기 위 해서는 죽어야 한다’ 는 생각을 집어넣 었습니다. 이런 결과로 아내는 현실 또한 꿈속으로 착각하게 됐으며, 자신 의 아이들 또한 현실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다가 마침내 자살해버리고, 이 떠도는 신세가 됩니다.

결국 여기서 집중해야 할 것은 트라 우마입니다. 코브의 트라우마는 아내 에 대한 죄책감입니다. 자신 때문에 아내가 죽은 것이니까요. 직접적으로 등을 떠밀어 죽인 것은 아니지만 그의 ,생각 집어넣기, 인셉션 때문에 아내가 죽었기 때문에 그는 깊은 상처를 안게 되고, 그의 삶은 결코 안정을 찾지 못 하고 부유하게 된 것입니다.

아내 멜은 불쑥불쑥 나타나서 그의 삶을 방해했습니다. 현실에 충실하지 못하게 했습 니다. 코브의 이 런 문제 를 해결해주는 존재는 아리 아드네 (엘렌 페이지) 라는 설계사입니다. 그리스신화에 서 실타래를 제공함으로써 테세우스를 미궁에서 구 해낸 그 아리 아드네와 같 은 역할을 담 당합니다.

영화 속 아 리 아드네 는 코브가 이끄 는 ‘인셉션’ 팀에 가담하 면서 코브의 문제를 간파하고 코브의 꿈속으로 침투해 멜로부터 코브를 구 해냅니다. 코브의 무의식에서 죄’희식 을 추출해내게 됩니다. 아내희,죄의식 에서 벗어난 코브는 한결 밝아친 얼굴 로 집으로 돌아와 아이를 만납니다.

코브와 관련한 트라우마와 함께 영 화의 다른 축을 형성하는 것이 피 의 뢰인인 피셔의 트라우마입니다. 피셔 는 거대. 기업의 상속자로 아버지와의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존재합니다. 그 는 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해다 고 여기고, 아버지는 자산에게 실망했 다는 생각에 시달립니다. 즉 아버지와 의 사이에 상처를 안고 있는 것이지 요.

의뢰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먼저 수행해야 할 과제가 피셔에게서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물론 영화는 의뢰인의 주문 대로 피셔에게서 상속받은 재산을 해 체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려는 목적을 향해 나가지만 근본적으로는 피셔의 트라우마가 림보에서 제거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치중합니다.

림보에서 아버지와 화해한 피셔는 한층 밝아집니다. 비록 재산은 손실을 보았지만 그는 더 행복해졌습니다. 바 로 여기에 영화가 ‘생각 심기’가 아닌 ‘생각 빼내기’에 집중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이는 불교의 가치관과 일치하는데, 함장식에 존재하는 모든 씨앗의 제거 야말로 우리를 윤회로부터 구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불교의 수행 방법인 참선이나 염불, 주력 등 대부 분의 방법이 모두 인간의 관념을 빼내 는 데 목적이 있는 것만을 봐도 생각 빼내기가 얼마큼. 인간의 행복과 자유 에 중요한가를 알 수가 있습니다. 그 래서 놀런 감독은 꿈이라는 가상공간 을 통해서 인간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는데 그게 바로 트라우마, 생각 빼내기라는 걸 지혜롭 게 알아챘던 것이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피셔도 그렇 지만 코브의 트라우마가 ‘죄의식’ 이라 는 것입니다..죄의식은 서양종교의 근 간을 이루는 사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이 죄의식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집중한다는 뜻은, 그간 자신들을 지탱해온 종교에 대한 피로감을 표현 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서양 의 종교가 ‘죄의식 심기’에 치중한다 면 불교는 ‘죄의식 빼내기’에 관심이 많다고 보는데 마침내 영리한 현대인 들은 ‘생각 빼내기’ 가 자신에게 더욱 유리하다는“걸 알아냰'것입니다『

지난번에다루었더 제임스 카메토꺼 감독의〈아바타〉도 그렇지만 지금 언 : 급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셉션〉또한 불교 사상 위에서 창의 려을 발휘한 영화들입니다. 이들 두 감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아마도 현재 헐리우드 영화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 는 감독들이고, 또한 그들이 만든〈아 바타〉나〈인셉션〉은 2010년도 최고의 흥행작들입니다. 그런데 이들 영화가 불교적 사상 위에서 만들어졌다는 게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 다. 그만큼 부처님의 사상이 세대를 뛰지넘는 진리라는 걸 의미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김은주(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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