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緣起)의 이해와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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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26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8-08-30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 필자법명 법경 필자소속 법천사 필자호칭 주교 필자정보 법경 정사 (밀교연구소장/법천사 주교/철학박사)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21 05:15 조회 3,463회본문
연기(緣起)의 이해와 수행
법경 정사
(밀교연구소장/법천사 주교/철학박사)
일체 존재는 사대(四大)·오온(五蘊)· 십이처(十二處)로 이루어져 있다
석존은 일체의 존재를 사대(四大)와 오온(五蘊), 십이 처(十二處)로 설명하고 있다. 사대란 지(地)·수(水)·화 (火)·풍(風)을 말하는 것으로, 사대가 화합하면 일체를 이 룬다는 것이다. 사람의 육신은 바로 이 사대(四大)로 이루 어져 있어 흩어지면 명이 다하고, 사대가 모여 살아 있는 육신을 이룬다는 것이다. 사대가 일체 존재에 대한 가장 기 본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사대의 지(地)는 딱딱한 성질의 존재를 나타내며, 수(水) 는 부드러운 액체의 존재를 말한다. 화(火)는 불의 기운으 로서 더운 성질을 나타내고, 풍(風)은 바람으로서 기(氣)의 성질을 말하는 것이다. 이 사대가 화합한 것이 색(色)이다. 여기서 색(rūpa)은 물질적 형체를 가리킨다.
그러나 인간의 존재는 색(色)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 다. 식(識) 또는 심(心)이라 불리는 비물질적인 요소를 지니 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수(受)·상(想)·행(行)·식(識)의 요소들이다. 앞의 색(色)을 포함하여 다섯 가지의 요소를 일러서 오온(五蘊)이라 부른다. 온(蘊)은 ‘근간적인 부분’ 이란 뜻으로 인간존재의 근저를 말하는 것이다. 오온 가운데 색(色)은 물질적 형체를 말하며, 수(受)는 색 온을 바탕으로 느끼는 요소를 말한다. 상(想)은 느낌을 통 해 생각하는 요소이고, 행(行)은 생각 이후에 일어나는 작 용의 요소이며, 식(識)은 그로 인하여 식별하는 요소이다. 즉 정신적인 기능과 마음의 작용을 표현한 말들이다.
석존은 일체의 존재를 이와 같이 오온(五蘊)으로 분류 함과 동시에 또 다시 열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이를 십 이처(十二處)라 부른다. 십이처라는 말은 ‘열 두 가지 속 에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들어 가 있다’는 뜻이다. 처(處 -āyatana)는 ‘들어 가 있다’, ‘포함된다’ ‘포섭된다‘는 말이 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바로 십이처에 포함된다. 십이처 에서 벗어난 존재는 없다는 것이다. 십이처가 바로 육근 (六根)과 육경(六境)이다. 육근(六根)은 여섯 개의 뿌리라는 뜻으로, 일체 존재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들이다. 즉 안(眼)·이(耳)·비(鼻)·설 (舌)·신(身)·의(意)가 육근이다. 눈·귀·코·혀·몸· 의지라는 여섯 개의 인식기관을 말한다.
육근은 인식의 주 체를 말하는 것이다. 바로 우리 자신이다. 이에 대하여 육경(六境)은 여섯 개의 인식대상들이다. 즉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이다. 색과 소 리·냄새·맛·촉감·법이라는 여섯 개의 바깥 경계를 말하는 것이다.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 의(意)의 대상이 바로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 觸法)이다.
육근을 다스리는 수행으로 밀교의 십선업도(十善業道)와 아자(阿字) 수행이 있다
육근을 통해 짓게 되는 우리의 업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눈[眼]은 과연 얼마나 정확한가? 우리는 각자 자기가 본 것 이 정확하다고 고집을 부린다. 예를 들어 2018년 8월15일 이 분명 수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상대는 토요일이라고 우 긴다. 자기는 분명히 달력을 봤다고 큰소리친다. 그런데 그 상대가 본 것은 9월의 달력이었다. 착각에 의한 고집이었 다. 우리는 이와 같은 우를 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우 리들의 눈[眼]이 정확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봤다고 고집을 부린다. 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색안경을 지니고 있는가. 그래서 멋대로 판단하고 함 부로 말하기 일쑤다. 귀[耳]는 또 어떠한가? 잘못 들어 놓고서는 말한 사람을 나무란다. 딴 소리한다고 핀잔을 준다.
들은 적이 없다고 잡아뗀다. 이런 경우가 허다하다. 코[鼻]는 어떠한가. 냄새를 정확하게 맡을 수는 없다. 사 람의 후각은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자기가 맡은 냄새가 맞 다고 주장한다. 또 유독 냄새에 민감한 사람이 있다. 비근 (鼻根)에 의한 일종의 병이다. 혀[舌]는 또 어떤가.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것이 중생 이다. 간사하기 이를 데 없는 육근(六根) 가운데 하나다. 맛 도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짜네, 맴네, 싱겁네 등등 말도 많다. 혀가 맛을 보고 입이 잔소리를 하는 형국이다. 혀는 맛을 보기도 하지만 소리를 내는 구업의 뿌리이기도 하다. 혀끝을 조심하라는 말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몸[身]은 살생과 투도, 사음을 짓는 업의 뿌리다. 우리는 몸으로 많은 악업을 짓고 있다.
뜻[意]으로 짓는 것은 어떠한가. 마음대로 생각하고 멋 대로 판단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기의 판단이 옳다고 고 집한다. 그러나 옳지 않고 정확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 래서 석존은 육근을 잘 다스릴 것을 역설한다.『육바라밀 경』에서 설하기를, “육근을 굳건히 단속하여 방일하지 아니하여 눈이 비록 모든 형체를 보더라도 모양을 취하지 않고, 매우 깊고 고요한 해탈에 편안하게 머물러야 한다. 귀와 코, 혀와 몸과 뜻도 이와 같아야 한다”고 하였다. 눈으 로 보더라도 모양을 취하지 말라는 것은 그 어떤 것에도 집 착하지 말고 선입견이나 착각을 일으키지 말라는 가르침 이다. 또한 매우 깊고 고요한 해탈에 편안하게 머물러야 한다 함은 마음에 동요나 분노, 증오로써 섣부른 판단이나 감정 을 일으키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육근으로 잘못된 업을 짓 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육근을 잘 다스려야 한다. 밀교에서는 육근을 잘 다스리기 위한 수행으로 십선업 도(十善業道)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계율로 정하고 있다. 나아가 십선을 지키기 위한 수행으로 삼밀수행, 그 가운데 아자(阿字) 수행을 강조하고 있다. 아자(阿字)를 관하고 외 움으로써 나쁜 습관을 멀리 여의고 선한 업을 짓게 된다는 것이다. 계를 지키기 위하여 아자 수행의 방편을 쓰고 있는 것이다. 즉 육근을 다스리기 위한 방편으로 아자 수행을 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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