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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한 동굴속에서 큰 빛을 발한 명상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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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25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8-07-30 신문면수 9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역삼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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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주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김주일 현대불교신문사 편집국장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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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21 04:29 조회 4,27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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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한 동굴속에서 큰 빛을 발한 명상 리더십
불안에 떠는 아이들 명상교육으로 마음 안정 명상리더십 핵심 요소는 ‘동사’와 ‘사섭법’

얼마 전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의 탐 루앙낭논 동굴서 ‘무 빠(야생 멧돼지)’ 축구 아카데미 소속 유소년 축구선수 12명과 코치가 조난 됐다가 구조대와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약 2주 만에 전격 구출돼 온통 세계 외신들의 주목을 받 았다. 워싱턴포스트지에 따르면 소년 들이 추위와 부족한 산소, 그리고 동굴 내의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생존 가능 했던 것은 코치의 명상리더십 때문이 라고 보도했다. 수행자 출신인 엑까본 찬따웡(25) 코치의 명상과 마음 다스리 기 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다. 그 이후 지금까지 다른 매체들도 자기 마음의 안정을 기반으로 대중의 불안 한 마음을 편하게 바꾸어 어려운 상황 을 슬기롭게 극복케 하는 ‘명상리더십’ 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명상리더십의 중요 요소는 많지만 이번 조난 극복 과정은 사섭법과 무관 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동굴서 아이들 을 돌본 엑까뽄 코치의 희생과 지도력 에 대해 언급한 군의관은 “음식이 공급 된 후 엑까뽄 코치는 아이들이 충분히 식사할 때까지 기다린 뒤 자신의 음식 을 나눠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코치는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양보한 후 자신 은 거의 공복 상태에서 버텼다고 한다. 배고픔은 생존과 관련된다. 생존 욕구 가 발동하면 자신부터 먼저 생각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데, 절대절명의 위 기 순간에 자신의 것마저 오히려 아이 들에게 건네며 다독인 것은 보시가 생 활화된 명상 리더십의 좋은 본보기이 다. 

그리고 마음 다스리는 법을 유소년 선수들과 함께 한 것은 법보시를 통해 소년들의 마음서 두려움을 감소시키 는 ‘무외시’를 실천한 것이다. 아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코치의 명 상 리더십은 깊은 감동을 전한다. “엑 까뽄 코치는 우리들에게 명상으로 마 음의 안정을 찾고, 체내에 에너지를 축 척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또 하루 먹을 과자의 양을 정해놓고, 복통을 일으킬 수 있는 흙탕물 대신 동굴 천장에 맺힌 맑은 물을 마시라고 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코치의 대화 기술이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흥분 하지 않고 필요한 이야기를 정확히 전 달한다. 그 바탕에는 팀원들에 대한 존 중과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외신 보도를 참조해 보면 “깜깜해 밤 낮을 구분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아이 들은 두려움에 떨었고, 3일째쯤 됐을 때부터 배고픔을 견디기 어려워 일부 는 소리 내 울기도 했다. 엑까뽄 코치는 이런 아이들을 안아주며 안심시켰고, 추위로 잠 못이루면 잠 들 때까지 안고 있었다”고 한다. 심리치료 기법 중 ‘안 아주기’의 효과는 매우 깊고 크다. 엄마 의 안아주기는 사랑을 내재화하여 아 이를 성장시키고, 가정의 안아주기는 사회성을 내재화하여 관계를 성숙시 킨다. 코치의 안아줌은 상대를 이롭게 하는 행위인 ‘이타와 이행’의 실천인 것 이다. 

덕분에 차츰 안정을 찾은 소년들 은 좁은 공간서 체온을 유지했고, 결국 생사의 기로에서 무사히 생존할 수 있 었다. 이렇듯 명상리더십은 큰 위기 속에 서 빛을 발했다. 그리고 그 요소인 ‘동 사’와 ‘사섭법’의 의미도 다시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사’는 명 상리더십의 화신인 보살이 중생과 일 심동체가 되어 고락을 함께 하고 화복 을 같이하면서 그들을 깨우치고 올바 른 길로 인도하는 적극적인 실천행이 다. 또한 사섭법은 위기의 순간에 우리 를 구하는 명상리더의 반야용선이 아 닐까 생각된다. 한편 불교식 명상으로 생환가능해서 일까?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온 그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기자회견을 마치 고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사찰이었다. 두 손을 모으고 경건한 표정으로 기도하 는 소년들. 이들이 그간 삶과 죽음의 순 간을 함께 한 것을 상징이라도 하듯, 스 님들은 소년들 머리와 팔에 하얀 실을 묶어 서로를 이었다. 

이른바 ‘운명을 연 장한다’는 의미를 담아 열린 종교 의식 으로, 스님들은 소년들에게 앞으로 더 이상 불행한 일이 없기를 기원했다. 또한 12명의 태국 소년들이 구조작 업 도중 사망한 태국 해군 출신의 잠수 구조대 ‘사만 쿠난(Saman Kunan)’에 대 한 애도와 극락 왕생을 발원한다는 차 원에서 함께 출가할 예정이라고도 밝 혔다. 죽음의 문턱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 온 이들이 그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깨달은 것은 무엇일까? 정신만 차리면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살 수 있다는 희 망일까, 아니면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 름이라는 ‘일체유심조’의 진리일까. 일 반인들보다 훨씬 고통스럽고 힘든 경 험을 통해 생명의 고귀함을 전 세계인 들에게 몸소 보여주었듯, 출가를 한다 면 또 한 번 우리 중생들에게 깨달음의 지혜를 전하는 훌륭한 수행자로 거듭 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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