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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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28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8-10-3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문화 서브카테고리 절기 이야기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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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21 09:37 조회 3,580회본문
가을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나뭇잎 들은 붉게 단장하고 떠날 채비를 하고, 아무도 모르게 풀잎들에도 단풍이 물 들고 있다. 모든 것은 변한다. 머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때가 되면 떠나야 한다. 입동은 한발 앞서가 겨울을 알리 고 있다. 입동은 24절기의 열아홉번째 절기로 한자로는 설 립(立), 겨울 동(冬)으로 절 기상 겨울의 시작점이 되는 날을 의미 한다. 태양의 황경이 225도일 때이며, 양력으로는 11월 7일 또는 8일 무렵, 음 력으로는 10월에 든다.
입동은 겨울의 처음이라는 뜻에서 맹동(孟冬)이라고도 하는데, 동(冬)자 는 수확물을 매달아 놓은 모양을 나타 내는 글자이고 또한 지붕 끝에 매달린 고드름을 상형(象形)한 글자이기도 하 고, 계절의 초입을 나타내는 절기인 입 춘(立春), 입하(立夏), 입추(立秋), 입동 (立冬) 등에서 ‘입(立)’ 자는 세운다는 뜻이 아니라 ‘곧’이라는 뜻으로 해석해 야 한다. 그러므로 입동은 지금 당장이 겨울이 아니라 이제 곧 겨울이 시작될 터이니 겨울나기 준비를 해야 할 시기 라는 뜻이다. 실제로 입동 무렵의 날씨 는 아직 가을 기온에 머물러 있고 물과 땅 역시 입동 후 약 보름이 지난 소설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얼기 시작한다. 입동 무렵이면 밭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기 시작한다.
입동을 전 후하여 5일 내외에 담근 김장이 맛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온난화 현상 때문 인지 요즈음은 김장철이 조금 늦어지 고 있다. 농가에서는 냉해를 줄이기 위 해 수확한 무를 땅에 구덩이를 파고 저 장하기도 한다. 추수하면서 들판에 놓 아두었던 볏짚을 모아 겨우내 소의 먹 이로 쓸 준비도 한다. 예전에는 겨울철 에 풀이 말라 다른 먹이가 없었기 때문 에 주로 볏짚을 썰어 쇠죽을 쑤어 소에 게 먹였다. 지금은 김치냉장고에 기후까지 옛날 과 많이 다르니 그저 참고할 일이다.
옛 날에는 수확한 작물의 냉해를 줄이기 위해 무나 고구마 등을 땅 속에 묻어 저 장하기도 하였는데 저장고가 발달한 지금은 농촌에서도 땅속에 작물을 보 관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이 또한 시 대에 따른 풍습의 변화라고 봐야 한다. 입동을 즈음하여 예전에는 농가에서 고사를 많이 지냈다. 대개 음력으로 10 월 10일에서 30일 사이에 날을 받아 햇 곡식으로 시루떡을 하고, 제물을 약간 장만하여 곡물을 저장하는 곳간과 마 루 그리고 소를 기르는 외양간에 고사 를 지냈다. 고사를 지내고 나면 농사철 에 애를 쓴 소에게 고사 음식을 가져다 주며 이웃들 간에 나누어 먹었다. 입동에는 치계미(雉鷄米)라고 하는 미풍양속이 있었다. 입동날에 일정 연 령 이상의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 비하여 대접하는 것을 치계미라 하였 다.
본래 치계미란 사또의 밥상에 올 릴 반찬값으로 받는 뇌물을 뜻하였는 데, 마치 마을의 노인들을 사또처럼 대 접하려는 데서 기인한 풍속인 듯하다. 마을에서 아무리 살림이 없는 사람이 라도 일년에 한 차례 이상은 치계미를 위해 출연을 했다고 한다.『동국세시 기』에 따르면 10월부터 정월까지의 풍속으로 내의원에서는 임금에게 우 유를 만들어 바치고, 기로소에서도 나 이 많은 신하들에게 우유를 마시게 했 다고 하는데, 이러한 겨울철 궁중의 양 로 풍속이 민간에서도 행해지고 있었 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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