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가 가져다 줄 기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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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28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8-10-31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지혜 서브카테고리 법상인 전수의 總持法藏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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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21 09:11 조회 3,701회본문
오늘날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갑작 스럽게 발생한 우연이 결코 아닙니다.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 해봅시다. 우리가 그동안 지내왔던 시간 안에 서 겪었던 여러 다양한 경험과 관계를 되짚어 보면, 닿았던 인연의 끈이 그리 간단치 않았다 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의 삶이 있기 이전에 우리는 어떤 삶이든 살아온 전력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 은 사람으로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이름을 알 수 없는 풀벌레일 수도 있고, 때로 는 길가에 자리 잡은 한 송이 꽃일 수도 있고, 때로는 귀엽고 조그만 산짐승일 수도 있습니 다. 어떤 형태로든 무엇으로든 우리는 살아왔 고 그 결과로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있게 된 것 입니다.
지나온 여러 생(生)을 관통함으로써, 우리 는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의 아픔과 슬픔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삶이라는 것 이 아주 처음이라 그 전의 경험이 아예 없다 면 타인의 처지에 대해 입장을 바꿔서 생각할 수 있는 여력조차 되지 않겠지만, 생(生)들이 축적됨으로 인하여 이 전에 행했던 모든 행위 들이 지금의 내 안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입니 다. 불교에서는 이를 팔식, 이라고 부릅니다. 내 안에 켜켜이 저장되어있는 그 행위들은 지 금 우리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영향을 끼칩 니다. 살며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 중에, 누군가 는 괜히 주는 것도 없이 미운 사람이 있습니 다.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는데 그냥, 별 이유 도 없이 정이 가지 않고 함께 하기 싫은 사람 이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아무 까닭 없이 그저 마음이 가고 바라만 봐도 기 분이 좋아지고 유독 가까이 가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전생의 내가, 혹 은 전전생의 내가 겪은 여러 경험과 인연에 무 언가가 있기때문에 그러한 마음이 생기는 걸 로 사료됩니다. 우리는 삶 안에서 여러 인연들과 만났다가 헤어집니다. 때로는 깊게 관계를 맺기도 하고, 때로는 스치듯 지나치는 인연도 있습니다. 이 를 통해 여러 다양한 경험들을 하게 됩니다. 경험은 우리가 살면서 하게 되는 수많은 생각 들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숱한 생각들 중에 는 쓸모 있는 것도 있겠지만 태반은 내다버려 도 상관없는 것들입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한 걱정들이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 한 염려들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생각들 로 인하여 고통을 받고, 힘겨워합니다.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붙들기 시작한 다면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자신은 힘이 들고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토록 고달프게 걱정을 많이 하면서도, 세상에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무수히 많은 이유입니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것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아름 답게 생기고 싶은데 아름답게 태어나지 않았 고, 부자로 살고 싶은데 돈이 많지 않고, 마음 이 편안하고 싶은데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그 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자식을 키우다보면 더욱 더 그런 경우가 많게 느껴집니다. 자식 이 내 뜻대로 따라와 주면 좋겠는데, 꼭 반대 방향으로 가려고 하여 갈등이 생길 때가 많습 니다. 자식을 잘 키웠다고 바라는 바가 없어지 는 것도 아닙니다.
좋은 인연을 만났으면 좋겠 고, 번듯한 직장에 다녔으면 좋겠다고 늘 서원 하게 됩니다. 실제로 자식에 관해서는 모든 게 완벽한데 아직 좋은 인연이 나타나지 않아서 언제나 결혼 서원만 하며 다니시는 보살님도 계셨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집을 장만하 고 싶은데 그럴 여유가 되지 않아 하는 걱정, 건강하고 싶은데 몸 어딘가가 아파서 하는 걱 정, 늙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주름이 늘어가는 걱정 등 우리를 괴롭히는 걱정은 정말 많습니 다. 겉으로는 웃고 있다고 할지언정 내면을 들 여다보면 말 못할 사연과 함께 해결될 수 없는 온갖 걱정들이 뒤엉켜 있는 모습이 바로 우리 입니다. 겉으로는 아무런 걱정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해 보면 속 안에 얼마나 많은 고통이 들어있는지 금방 드러납니다.
인도 고대 설화 하나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어느 산 중턱에 나무꾼이 살고 있었는데 나무 꾼의 나날은 늘 똑같았습니다. 눈을 뜨면 산에 나무를 하러 가서 해가 떠있는 동안에는 열심 히 나무를 다루는 일을 합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에는 그간 했던 나무들을 등에 짊어지 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나무꾼은 매일 이 일을 반복해서 했습니다. 눈을 뜬 그 순간부터, 잠 자리에 들어 눈을 감는 때까지 언제나 같았습 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쳇바퀴 돌 듯 반복 적인 일을 하며 사는 것과 같이 이 나무꾼에게 도 하루하루는 그저 같은 일의 연속이었습니 다. 그러던 어느 날, 몹시 지친 나무꾼은 더 이 상의 고단함을 버티지 못하고 풀밭에 드러눕 고 말았습니다. 기껏 해온 나뭇단에도 환멸을 느끼고 모두 다 팽개치고 말았습니다.
바닥에 드러누워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며 이렇게 중 얼거렸답니다. “죽음의 신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은 잘도 데려가면서 왜 나는 데려가지 않는 것일까? 도대체 나는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매일 무거운 나뭇짐만 짊어지다가 하루하루를 다 보내버리게 되는 것일까? 매일 매일 산에 올 라가 나무를 하고, 또 나뭇짐을 어깨에 지고 내려오다니. 아, 정말이지 나는 왜 이런 의미 없는 일을 반복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 늙고 병들기 직전인데 죽음의 신은 무심하기도 하 지, 나를 데려가지도 않네.” 나무꾼의 한탄이 끝날 무렵, 죽음의 신이 갑 자기 나타났습니다. “나를 불렀나?” 죽음의 신이 나무꾼을 내려다보며 물었습 니다. 나무꾼은 정신이 번쩍 들어 일어났습니 다.
그간 했던 지겹다는 생각, 괴로웠다는 생 각, 왜 이렇게 고단하게 살아야 하는 가에 대 한 의구심 등이 순식간에 다 사라졌습니다. 나 무꾼은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앉아 말했습니다. “제가 부르기는 했습니다만, 다른 용건이 있어서는 아닙니다. 저는 다만 여기 떨어져 있 는 나뭇단을 제가 짊어지려고 하니 오늘따라 무척 무겁게 느껴져서 좀 도와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불렀습니다. 그 이상의 용무는 절대 없 습니다.” 나무꾼은 그렇게 다시 나뭇단을 짊 어지고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이 설화는 무엇을 이야기하는 걸까요? 바로 우리의 삶을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어제 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 내일과 같은 모레를 똑같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이 반복 적인 생활이 지치고 고단하고 힘이 든다고 호 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죽음의 신이 나타나면 어떻습니까? 기함하여 그간의 고달 픔이 실은 하나도 힘겹지 않았다고 모두 부정 하지 않습니까? 툭하면 이렇게 지치는 삶이 반복되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말할 지도 모르나, 그렇게 말하는 깊은 마음 안에는 더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는 것입니 다.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해보면 숨 이 끊어진 후 더 좋은 세계를 만날 것만 같아 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것이라고 합니 다. 살다가 의도치 않게 좋지 않은 일을 겪게 되는 때를 다들 경험해보았을 것입니다.
꼭 그 럴 때면 한 가지 좋지 않은 일의 뒤를 따라 또 다른 나쁜 일이 생기곤 합니다. 어떨 때에는 숨통을 조여 오듯이 나쁜 일만 연이어 주구장 창 발생할 때도 있습니다. 죽음을 생각해 보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고통의 연속이 끝없이 이 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러한 고통을 이겨내면서 살아나가고 있습니다. 이 유가 있어서 발생한 아픔이고, 고난입니다. 이 유가 있어서 얽히는 인연이나 스치는 인연이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이유에서건 간에, 왜 이렇게 되었는가, 하고 원망하기 전에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할 수 있게끔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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