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의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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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29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8-11-30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실보사 설법/신행담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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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22 13:08 조회 3,760회본문
조순애 교도
조순애 교도
저는 일찍이 6.25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홀로되 신 어머니는 삼남매를 키워야 했기에 점점 억척이 되어가셨고, 자식 교육에 있어서는 몹시 엄해졌습니다. 아버지 없는 집안에서 자식들을 바르게 키우 고자 하는 마음이었으리라 생각됩니 다. 제게는 어머니가 호랑이처럼만 여 겨졌습니다. 어떤 때에는 호랑이보다 도 더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거리를 두 려는 저를 보며, 어머니는 더더욱 저를 꾸짖고 몰아붙였습니다. 이때부터 어 머니에 대한 원망이 조금씩 쌓이기 시 작했습니다. 자취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왕래가 뜸해졌고 어린 마음에 좋기까지 했습 니다. 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둘 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라 결 혼을 미루던 중 아기가 생겼습니다.
어 머니가 이 사실을 아시곤 제게 불호령 을 내리셨고 병원에 데려가려 했습니 다. 그러나 저는 악으로 버티면서 아이 를 낳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또 그렇게 출산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의 뜻 을 거역한 저를 더 이상 보려고 하지 않 았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밤 에 잠들기까지 어머니를 원망하고 또 원망했습니다. 불행하게도 아이의 아 빠는 아이가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습니다. 눈앞이 캄캄 했지만 이보다 더 열심히 살 수는 없을 만큼 열심히 살았습니다. 어머니는 정 녕 저를 다시 보지 않겠다는 말을 번복 하지 않았고, 그렇게 자그마치 8년 동 안 어머니와 인연을 끊고 살았습니다. 힘이 부칠 때마다 어머니를 생각했고 원망하며 미워했습니다. 그 힘으로 버 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 다.
아이를 돌보며 일을 하기가 너무 힘 들어 눈을 딱 감고 어머니에게 아이를 봐달라는 도움을 청했습니다. 8년만의 연락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동네 창피 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습니다. 아쉬 운 입장은 저였기에 여러 차례 부탁을 거듭 드렸고 결국 어머니의 도움을 받 게 되어 한시름을 덜 수 있었습니다. 그 러나 할머니 집에 가기 싫어 칭얼거리 는 아이를 보노라니 어머니가 미웠습 니다. 어머니 역시도 저를 미워하고 있 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감정이 느껴질수록 더 깊이 원망하였 습니다. 악순환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어머니에 대한 원 망의 두께는 얇아지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이를 키우며 정신없이 살던 중 지인의 소개로 총지 종을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그 뒤 지금 까지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사원에 와 서 청소를 하고 보살님들을 돕고 대중 불공 시작되기 전에 총지종보와 위드 다르마를 펼치고 읽는 것을 낙으로 삼 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총지종보 에서 어머니에 대한 신행담을 읽게 되 었습니다. 불현듯 어머니가 떠올랐습 니다. 원망과 미움에 등 돌리고 있던 어 머니와 안쓰러운 아버지 불공을 해 드 려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전수 님과 상의하여 어머니와 아버지를 따 로 챙기는 식으로 49재를 하게 되었습 니다. 49일 매일 두 분 몫을 따로 하여 불공과 희사를 했습니다. 피치못할 일 이 생겨 못하게 되면 곱절로 그 다음날 무조건 해 드렸습니다. 회향일에 맞춰 법회를 가게 되었고 부모님도 함께 법 회에 참석시켜 드리고 싶었습니다.
비 록 어머니와 아버지가 살아계시는 것 은 아니지만, 법회를 위해 걷는 회비도 저를 포함해 3인분으로 냈습니다. 각자 의 나들이옷과 여비도 계산해서 희사 를 했습니다. 그저 신이 나서 즐거운 마 음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새로운 곳에 내리거나 휴게소에 들릴 때마다 빈 손 짓으로나마 부모님을 모시는 시늉을 하며 마음속으로 말을 걸었습니다. 그 렇게 부모님과 함께 하는 상반기 회향 법회를 마쳤습니다. 생전 두 분의 금슬 이 매우 좋았는데, 이렇게 함께 나들이 를 다녀왔으니 참 좋다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상하게 집이 전 과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무 섭도록 절 괴롭히던 벌레들이 한 마리 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몸서리 치게 소 름돋는 벌레들 때문에 하루하루가 전 쟁이었는데 그 벌레들이 하나도 보이 지 않는 것입니다. 우연이라는 생각에 지켜봤는데 근 일주일간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신기하고도 기쁜 마음에 전수님을 붙들고 벌레가 보이 지 않음을 알려드렸습니다. 제가 벌레를 얼마나 혐오하는지 아 셨던 전수님께선 빙그레 웃으시며, 제 마음에서 그 두려움이 물러간 것이라 말씀해주셨습니다. 호랑이처럼 무서운 어머니에 대한 미움도 같이 말입니다. 어머니와의 화해에 있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분명 어머니를 위한 49 재였다고 생각합니다.
49재를 마치는 날 꿈에 어머니가 나타나서 뒤돌아 누 워계시다가 갑자기 저를 향해 몸을 돌 리고는 매몰차게 쏘아붙였습니다. “고맙다!” 변함없이 쌀쌀맞은 모습이셨지만 어 머니의 포근한 진심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불공을 할수록 어 머니에 대한 원망이 줄어들었을 뿐 아 니라, 불면증도 감쪽같이 사라졌습니 다. 지혜도 밝아져서, 제가 하는 결정은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되 었습니다. 저의 불공은 아이에게도 영 향이 간 것 같습니다. 할머니를 그토록 꺼리던 아이가 먼저 할머니 산소에 가 야하지 않겠느냐며 저를 부추깁니다. 조만간 어머니와 아버지의 49일 불 공을 각각 최소 두 번씩은 더 할 계획입 니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마음을 다 잡으니 이보다 더 편안하고 안정적일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와 꽁꽁 언 관계 에 얽혀있다면 가장 괴로운 이는 당사 자일 것입니다. 총지종 안에서 좋지 않 은 감정의 매듭을 풀고 평안을 찾으시 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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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9-7-2.jpg 조순애 교도 (5.6K) 0회 다운로드 DATE : 2018-06-22 13:0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