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자비와 착한 사마리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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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27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8-09-30 신문면수 9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역삼한담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주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김주일 현대불교신문사 편집국장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18-06-21 07:48 조회 3,549회본문
- 다른 존재 덕분에 내가 성립, 타자 존재 자체 ‘윤리’로 주장 - 현대인에게 자아 중심이 아닌 타자 중심으로 보는 시선 강조
부상당하거나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생면부 지임에도 도움을 주는 의인의 활약상 은 보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다. 우리 사회에는 ‘얼굴 없는 천사’가 여전 히 많다. 정작 많은 의인들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 공공기관, 기업, 시민 사회단체(NGO)까지 의인상을 만들고 있다. 희생의 숭고함을 기리는 동시에 착한 유전자(DNA)가 사회 곳곳에 전파 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경찰, 해양경찰, 군인, 소방관 등부터 일반인 까지 그 대상을 최대한으로 넓힌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그룹이다. LG 는 2015년부터 꾸준히 ‘LG의인상’을 준 다.
2015년 3명, 2016년 25명, 2017년 30 명, 올해 들어 현재 19명까지 총 77명이 LG의인으로 선정됐다. 그동안 한국 사회의 도덕적 위기에 대한 개탄의 소리는 귀에 면역이 될 정 도로 요란하다. 너나 할 것 없이 도덕성 회복의 목청을 돋우웠으나 찢어진 거 미줄을 손가락으로 수리하려는 짓이 아닌가 하는 절망감이 들 때도 있다. 그 러나 긴 가뭄에 소나기처럼 이 절망감 을 녹여 주는 아름다운 의인(義人)들의 이야기, ‘착한 사마리아인’의 얘기는 언 제나 우리의 가슴을 촉촉히 적신다. 착 한 사마리아인은 기독교 복음서에서 유래됐다.
강도를 만난 한 유대인이 부 상 당한 채 길 위에 쓰러져 있지만, 유 대교 제사장 등은 모른 척하고 지나갔 다. 이때 유대인이 천시하는 한 사마리 아인이 그를 구해줬다는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의인, 착한 사 마리아인에 대한 큰 관심은 우리 사회 의 비도덕성에 대한 아픔서 나온 것 같 다. 2년전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 참사 당시, 부상자 4명을 자신의 승용 차에 태워 병원으로 옮긴 동해 묵호고 A교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어느 대 기업 계열 공익재단이 그를 ‘의인상’ 수 상자로 선정했지만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수상과 상금 5천만원을 한 사코 거절했다. 가슴 뭉클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A교사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보지 않는 우리 사회에 대해 큰 화두와 울림을 던져 준 것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는 ‘바르고 행복한 사회’이다. 이같은 사회를 만들 기 위한 기초가 바로 윤리 도덕이다. 이 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수레바 퀴가 함께 굴러가야 한다. 첫째는 개인의 도덕성에 기초한 개 인 윤리적 차원이고, 둘째는 사회 구조 와 제도에 관심을 두는 사회 윤리적 차 원이다. 근래 ‘의인에 대한 처우’나 ‘착 한 사마리아인 법’에 대한 논의들은 바 로 사회 그런 차원의 논의들이다. 이러 한 접근은 현대사회가 지닌 구조와 기 능의 복잡성으로 인해 사회의 도덕성 을 개인의 도덕성에만 의지할 수 없다 는 데서 나온다. 의인에 대한 처우 문제와 함께 ‘착한 사마리안 법’에 논쟁도 일고 있다.
이 법은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을 구조할 때 자기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구조해 주지 않은 사람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법이다. 60 대 운전사가 운전 중 심장마비로 졸도 했는데 승객은 신고도 안 해주고 공항 으로 떠나 결국 그 운전사가 사망한 안 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물론 ‘착한 사마 리아인 법’과 유사한 내용의 조항을 가 진 법은 형법을 비롯해 산재해 있다. 프 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는 독립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 시 행되고 있다. 그러나 도덕적 의무와 행 위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과연 바람 직한 것인가? 개인의 인권을 훼손하 고 남용될 가능성은 없는가 하는 비판 도 높다.
의인과 착한 사마리아인 법에 대한 논의는 단순히 당위적이고 규범 적인 틀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되며, 매 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이면서 착한 존재이고, 착하면서 이기적인 매우 복 합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의인과 착 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 불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붓다의 연기 론과 자비 정신을 윤리이론으로 정립 한 프랑스 철학자 레비나스(Emmauel Levinas)의 ‘타자 윤리’가 생각난다. 그 는 다른 존재 덕분에 ‘나’라는 존재가 성립한다고 보면서 타자의 존재 자체 를 ‘윤리’라고 주장한다. 그의 타자 개 념은 자기중심적으로 사물을 바라보 는 현대인에게 자아 중심이 아닌 타자 중심으로 보는 시선을 강조한다.
연기 와 자비의 강물로 이 메마른 땅에 생기 가 가득하게 하는 것이 바로 붓다의 길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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