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지만 휴머니즘이 있어 아름답다 드라마 <서울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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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30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9-01-02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문화 서브카테고리 불교와 드라마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은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자유 기고가 김은주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2-10 18:43 조회 5,061회본문
<서울의 달>을 쓴 김운경 작가는 한국 드라마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 지하고 있습니다. <서울 뚝배기> < 한지붕 세가족> <옥이 이모> <형> < 파랑새는 있다> <짝패> <유나의 거 리> 등에서 그는 한국서민의 애환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른 드라마들이 변호사, 의사, 실장님, 왕 등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한다면 그 는 거지와 삼류 춤선생, 소매치기 전 과범, 창녀, 차력사 등을 통해 사회적 으로 실패한 사람들에 대해 얘기했 습니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얘기라고 하여 드라마가 어둡거나 하지는 않 습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언어와 공기 속에서 나름의 방식대로 살아 가는데 그 삶이 성공한 사람의 삶 못 지않게 재미있고 만족스럽게 여겨졌 습니다. 패배한 사람들에 대해 예기 하면서 전혀 불편하지 않는 것은 드 라마에 휴머니즘이 있기 때문이었습 니다. 달동네 단칸방에 사는 가난한 사 람들이지만 배고픈 이웃에게 따뜻한 밥을 권하고 언제 받을 지도 모르는 데 연탄을 빌려주고, 차비를 빌려주 고, 심지어 옷까지 빌려 입었습니다. 서로 나누면서 살아가는 모습에는 정이 있고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그 래서 가난하지만 풍요로웠습니다.
1994년 MBC에서 방영했던 <서울 의 달>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 는 말이, “지금은 왜 이런 드라마가 나오지 않는가?”입니다. 25여년이 지났지만 사람들 마음속엔 여전히 가장 인상 깊은 드라마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서민의 일상을 사실적으 로 보여주었던 드라마는 당시 평균 시청률 40프로를 유지면서 대중성 뿐만 아니라 작품성 또한 인정받았 습니다. 드라마는 시골 출신의 두 청년이 서울에 올라와서 고군분투하며 자 리를 잡거나 퇴출되거나 하는 여정 을 보여줍니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 이 변해가던 고속성장 시절 시골 출 신의 청년이 이런 사회변화를 어떻 게 따라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관 건인데 다소 심각할 수 있는 내용이 지만 김운경 작가 특유의 유머와 사 실적 묘사로 재미있게 보여주었습니 다.
소시민의 삶을 김운경 작가처럼 리얼하면서도 정감 있게 보여주는 작가는 없을 것입니다. 각박한 삶이 시청자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지 않 을 정도로 가난에 대해 초연한 사람 처럼 그것을 또한 유머로 재생산해 내는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인 것입 니다. 김홍식(한석규)과 박춘섭(최민식) 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홍 식은 일확천금을 노렸습니다. 쉽게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했습니다. 돈 많 은 여자를 사겨 인생을 한 판 뒤집고 싶어 하는 인물로 고향친구 춘섭을 취업시켜주겠다고 올라오게 하고는 돈 5백만원을 가로채서 사채 빚을 갚 고 중고차도 한 대 살 정도로 도덕성 이 부재한 인물입니다. 극단의 이기 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 른 사람을 희생시키더라도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주의입니다.
반면에 춘섭은 그런 홍식을 한심 하게 생각하는 인물로 정직하고 성 실하게 살아갑니다. 춘섭은 늘 입버 릇처럼 홍식에 대해서 “정신상태 자 체가 틀려먹은 놈”이라고 했습니다. 홍식이 베짱이 같은 인물이라면 춘 섭은 개미 같은 인물로 그들은 완전 히 다른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우 화에서처럼 개미 춘섭은 나름 자리 를 잡고 결혼도 하고 서울살이에 정 착하는데 반해 한탕주의를 노리던 홍식은 결국 모든 걸 잃고 길거리에 서 죽음을 맞습니다. 드라마에는 홍식과 춘섭처럼 두 부류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문간방 에 사는 상국네가 춘섭과 같은 사람 들로, 상국 아버지는 건설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상국 엄마는 파출부 로 일하면서 부지런히 돈을 모아 나 중에 아파트를 분양받아 달동네를 떠납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데 부모님에 대한 효심이 깊고 부부 간에도 정이 좋은 이들 부부는 소시 민 삶의 가장 바람직한 모델입니다. 나중에 춘섭이 바로 상국 아버지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입니다. 반면에 홍식은 달동네 단칸방 월세조차도 제때 못 내는 박선생 신세를 면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드라마에는 극단적인 두 부류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소소한 행복을 누리면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크고 화려한 삶을 꿈꾸면 서 도덕적으로 올바른 방법이 아니 라 하더라도 목적에 합당하다면 그 것이라도 동원해서 목적을 쟁취하 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렇 게 다른 양극단의 인물들을 통해 서 사의 재미를 보여주면서도 소시민의 소소한 일상을 재미있게 보여주었 고, 한편으로 집 주인과 셋집 사람들 의 관계를 통해 최근 이슈가 된 갑과 을의 관계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서울의 달>에서 보여준 가난은 결코 부정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고 연탄이 없 어 남의 연탄을 훔치기도 하고 차비 를 빌리기도 하지만 가난이 가난으 로 여겨지지 않는 것은 이웃이 있기 때문입니다. 휴머니즘을 불교적으로 표현하면 자비심일 것입니다. <서울의 달>에 서 김운경 작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서 자비심을 발견했습니다.
문간방 에 세 들어 살면서도 더 가난한 사람 에게 아랫목을 내줄 마음의 여유쯤 은 있고, 친구 돈을 가로채는 악당이 지만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진심을 보여주고, 자신을 속인 친구지만 오 죽하면 저러랴, 하며 이해하는 마음 을 갖고, 은근히 집을 갖고 유세를 하 는 집주인조차도 배고픈 사람에게 아침을 대접할 정도의 자비심은 있 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는 가난하 지만 가난이 갖고 있는 부정적 기운 보다 오히려 따뜻하고 행복한 느낌 을 안겨주었던 것입니다. <서울의 달 >은 이렇게 사람들 마음속에서 따뜻 한 자비심을 끄집어 내 보여주었던 좋은 드라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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