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붉은 닭의 해. 그 깊은 의미를 다시 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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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06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7-01-01 신문면수 2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김기자가 가다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종열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구성·편집=김종열 기자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2-15 17:48 조회 4,417회본문
2017년 정유년 닭의 해가 밝았다.
십간 중 네 번째인 정(丁)과 십이지 중 열 번째인 유(酉)가 만난 해이다.
간지 정(丁)이 붉은 색을 나타냄으로 올해는 붉은 닭의 해이다.
어둠을 물리치고 여명을 여는 힘찬 닭의 울음소리
닭이 한반도에 자생하기 시작한 것은 문헌상으 로 삼한시대 이전 부터라고 하나, 닭이 본격적으 로 한국문화의 상징적 존재로 나타나게 된 것은 『삼국유사』에서 혁거세와 김알지의 신라 건국 신화에서 부터이다. 닭은 울음으로써 새벽을 알리 고, 빛의 도래를 예고하는 동물이다. 닭이 울면 새 벽이 오고 어둠이 끝나며, 밤을 지배하던 마귀나 유령도 물러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닭의 울음 은 시보(時報)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귀신을 쫓 아내는 축귀(逐鬼)의 능력이 있어 빛을 불러오고 액을 물리친다.
통도사박물관 소장 십이지신 닭
그래서 조상들은 벽사와 축귀의 의미로 닭 그 림을 대문에 붙이거나, 닭 피를 발라 안녕을 빌었 다. 또한 닭은 태양이 뜰 때를 예견하는 예조(豫 鳥)로서 추앙하거나, 볏의 모양이 마치 관(冠)같다 하여 입신출세와 부귀공명의 상징으로 받아들여 지기도 하고, 병아리를 돌보는 모습에서 자손번창 의 기원을 담기도 하였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여 명(黎明)을 알리는 닭은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서조(瑞鳥)로서, 그 우렁찬 울음소리는 한 시대의 시작을 상징하는 서곡(序曲)으로 받아들여지게 하는 것이다.
액을 쫓고 상서로움을 전해주는 동물
홍석모(洪錫謨)의 『동국세시기』『정월 원일』 조에 “(설날) 벽에 닭과 호랑이의 그림을 붙여 액 이 물러가기를 빈다”고 적혀 있다. 닭은 액을 쫓고 상서로움을 전해주는 동물로 인식되어 정월 초하 루 새벽 대문에 내다 붙여 액을 쫓는다는 문배(門 排, 또는 세화 歲畵)로도 그려졌다. 또한 닭의 외형 과 성격, 습성과 같은 여러 특성들은 ‘상징화’되면 서 갖가지 꽃의 상징성과 더해져 입신출세·부귀 공명의 길상(吉祥)을 의미해 그림 소재로도 많이 다뤄지게 되었다.
모란과 함께 그려 부귀를, 국화와 함께 그려 장 수(長壽)를, 씨가 많은 석류와 함께 그려 씨(자식) 를 많이 품는 다산(多産)·다자다복(多子多福)을, 벼슬을 뜻하는 관(冠)모양의 맨드라미와 붉은 볏 을 가진 닭을 함께 그려 높은 벼슬을, 바위 위에서 우는 닭을 그려 집안의 대길(大吉)을 뜻하는 등 상 징성을 가지게 된다. 또한 닭은 서쪽을 지키는 방위신이자 오후 5- 7 시를 지키는 시간신이다. 십이지동물은 각 시간과 방위에서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신의 역할을 한 다.
특히 신라시대 이후 죽은 사람[死者]의 무덤 호석(護石)이나 부장품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불교나 민간신앙과 결합되어 우리 생활 깊숙 이 자리잡게 되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변상벽(卞相璧)의 『계도(鷄 圖)』, 닭과 맨드라미가 그려진 장승업(張承業)의 『화조십이지병풍닭 』, 닭을 새겨 넣은 『종이 이 층농』, 『수저집』 등 액을 쫓고 복을 불러들이는 길상동물로서의 닭 관련 유물이 전시된다. 이 가 운데 『계도』는 고양이와 닭 그림을 특히 잘 그린 조선 후기 화원(畵員) 변상벽의 작품으로 닭 그림 중 가장 빼어난 기교를 보여주는 걸작 이다.
중요한 먹거리 닭 닭은
열대 지방이 원산지이며 삼국시대 이전에 남방에서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고, 『본초강 목』에서는 조선산으로 꼬리가 긴 장미계(長尾鷄) 가 닭 중에 맛이 좋다고 하였다. 닭고기는 쇠고기, 돼지고기 등 수육(獸肉)보 다 지방이 적고 섬유가 가늘고 연한 것이 특징이 며, 담백하고 소화흡수가 잘되는 장점이 있다. 이 러한 닭 요리에 대해 쓰인 대표적인 고(古)조리서 들을 살펴보면, 안동 장씨 부인에 의해 한글로 쓰 인 가장 오래된 조리서인 『음식디미방, 규곤시의 방, 1670년대)』을 비롯해 『증보산림경제(增補山 林經濟:영조 42년(1766년) 유중임 증보)』, 『규합 총서(빙허각 이씨, 1809년)』, 『시의전서(작자미 상, 1800년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이용기, 1924년 초판)』, 『이조궁정요리통고(李朝宮廷料 理通攷 ; 한희순, 황혜성, 이혜경 공저, 1957년)』등 이 있다. 또한 의궤에서도 닭 요리법에 대한 여러 기록들이 나타난다.
닭은 주재료로, 혹은 부재료 로서 찜, 구이, 죽, 탕, 조림 등 다양한 조리법을 거 쳐 무궁무진한 요리를 선사한다. 오늘날에는 치킨 으로 대표되는 다양하고 특색 있게 상업화된 닭요 리가 있으며,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게 발전해 나갈 것이다. 오늘날에도 닭은 십이지동물 이지만 현대인에 게 있어서 ‘광명’이라는 닭의 상징성이 점차 잊혀 져 간다. 닭의 상징적 의미를 통해 새해를 설계하 고 희망에 찬 꿈을 지녔던 옛사람들과 같이 2017 년, 새날의 상징인 닭과 함께 희망을 품고 시작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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