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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을 더 살든 6년을 더 살든 모든 것은 부처님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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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31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9-01-31 신문면수 7면 카테고리 지상설법 / 신행담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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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2-10 19:37 조회 3,14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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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을 더 살든 6년을 더 살든 모든 것은 부처님의 뜻
오미순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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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순교도


운동을 좋아하여 수영을 다니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수영을 하고 샤워를 하 는데 사타구니에 무언가 몽글한 몽우리 가 잡히는 것입니다. 저는 가벼운 마음 으로 병원을 찾았고, 병원에서는 저에게 암 4기 판정을 내렸습니다. 그때가 2000 년도입니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현실감 각이 사라진다고 하지요. 처음엔 그 모 든 일들이 저에게 벌어졌다는 사실이 믿 기지 않았습니다. 암이라는 것은 나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 고생각했습니다.

제대로 현실파악이 되기도 전에 치료 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엔 작은 병 원에서 치료를 시작했다가, 차도가 없어 병원을 옮기기로 하였습니다. 마땅히 옮 길 큰 병원이 없어서 어찌해야 할지 몰 랐습니다. 그때 제가 믿을 것은 오직 부 처님뿐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도 제 마 음을 알아주셨는지, 당시 벽룡사 스승님 께서 세브란스 병원 수간호사님을 소개 시켜주어 그분을 통해 병원에 바로 입원 을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옮긴 병원의 의사는 최선을 다해서 치 료를 하겠지만, 위험할 수도 있다며 위 험을 경고했습니다. 치료 효과가 미비 할 경우, 저에게는 6개월의 시간만이 허락되었습니다.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왜 하필 내가 이런 병에 걸 렸나 싶고, 제 인생을 통째로 되돌아보 며 슬퍼하기도 하고, 하늘을 원망하고 스스로를 원망하고 원망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원망하고 미워했습니다.

방사선 치료를 하고 항암제를 견디는 그 순간들이 정말로 지옥이구나 싶었습 니다. 치료는 너무 괴롭고, 저의 고통도 고통이었지만 저를 지켜보는 가족들에 게도 제가 참 몹쓸 짓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도 나쁜 생각이었지만 차라리 죽는 게 낫겠구나 싶은 순간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고통의 나날 속에서도 놓을 수 없는 것은 부처님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저 는 6개월의 항암치료와 25번의 방사선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때가 아마 제 인 생에서 가장 괴로운 날들일 것입니다. 항암제가 들어가는 순간엔 입속으로 항 마염송을 하였습니다. 항암제가 들어가 지 않는 순간에도 부처님께 기원하였습 니다. 아니, 살려달라고 매달렸습니다. 제게 이 삶을 더 허락해주신다면 정말로 복짓는 삶을 살며 보살도를 실천하겠다 스스로에게, 부처님에게 약속하고 맹세 했습니다.

치료는 계속 이어졌지만 고통은 끊이 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은 문득 이 모든 것이 부처님의 뜻이구나하는 생각이 들 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살려달라고 매달 리지 않았습니다. 살려달라는 것 역시 나의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 니다. 저는 이 고통 속에서도, 오직 나만 생각하며 내 욕심을 부린다는 것을 깨닫 자 스스로에게 너무도 부끄러워졌습니 다. 그리하여 저는 6개월을 더 살든 6년 을 더 살든, 모든 것은 부처님의 뜻이라 믿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을 먹 었습니다. 여전히 치료는 힘들고 고됐지 만 옴마니반메훔의 진언과 함께 견디어 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도, 치료가 무섭지도 않았습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 쩐지 병이 나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입니다. 어쩐지 부처님이 나를 계속해 서 건강하도록 이끄는 느낌이 들었고, 6 개월 밖에 못 산다는 의사의 말은 전혀 무섭지 않았습니다. 항암제가 들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진언염송과 함께하니 몸이 나아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2005년도에 5년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 다른 부분으 로 전이가 되지 않아 완치가 된 것입니 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엄청나게 기뻤다 기 보다 오히려 덤덤했습니다. 부처님께 서 내가 더 살기를 원하시는구나, 공덕 을 쌓을 시간을 더 주셨구나,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더 열심히 덕을 쌓으며 살 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는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검사와 재 활치료를 받으며 수영도하고, 산행도하 고, 절에도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암 치료가 끝나고 완치 판정을 받고 보 니 제 주위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 습니다. 무엇보다 제 딸에게 고맙습니 다. 저를 위해 절에 가서 2,000배를 올리 고, 대중공양을 하고, 방생을 했다는 사 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감동스러 웠습니다. 저는 제 병이 나은 것이 나의 공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딸에게 미 안하고 고마웠습니다. 같이 절에 다니는 보살님은 저를 위한 꿈을 대신 꾸어 주기도 했습니다. 꿈에 벽룡사에 제사상을 차려놓고, 저를 위한 행상을 꾸며 천도재를 지냈다는 것입니 다. 보살님은 꿈에서 제가 죽은지 알고 통곡을 하며 우셨답니다.

꿈은 반대라 하지요. 저를 위해 얼마나 걱정을 해주었으면 꿈을 다 꾸어 주었겠 습니까.

이처럼 제가 나은 것은 부처님과 제 주 위 사람들의 공덕 덕분입니다. 저는 앞 으로 더욱 더 겸손하게 살아갈 것을 다 짐합니다. 저는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 습니다. 제가 부처님에게 약속하였듯 그 저 수행자로서의 삶을 살며 작은 것에 감사하고 행복을 느끼는 이 인생이 너무 도 즐거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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