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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과거는 바뀔 수 있습니다.” 과거에서 울려온 무전 그리고 바뀌는 현실드라마 '시그널'이 전하는 인과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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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196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6-03-01 신문면수 5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서하보살의 불교문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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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강지연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강지연 구성작가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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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2-16 17:34 조회 4,48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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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과거는 바뀔 수 있습니다.” 과거에서 울려온 무전 그리고 바뀌는 현실드라마 '시그널'이 전하는 인과응보 이야기
과거 그리고 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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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보라는 말을 쓰면 불자가 아닌 사람들은 흔히 권선징악을 떠올란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승승장구 하던 악인이 처벌 받는 말로를 보면 "이게 다 인과 응보지”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권선징악을 원하는 건 모든 시청자의 소망 이다. 안방극장에서 막장극이 먹히는 이유는 말도 안 되는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이 처절하게 응징되는 순간의 쾌감을 원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요즘 TV는 점점 더 자극적이 되어 간다. 드라마에서는 형제자매 겹사돈도 부족해, 과거의 시어머니가 현재의 며느리가 되는 상황도, 버렸던 딸을 키우는 아들과 맺어주는,사황도 冃련놰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내내 악인에게 시달리며 온갖 누명을 다 뒤집어쓰던 주인공은 결말 즈음에 이르면 본인이든 주변인이든 누군가에 의해 밝혀진 전말로 오명을 벗는다. 반면 악인은 그 동안 저지른 모든 악행에 대한 응징을 받는다. TV를 통해 시청자는 현실에서 늘 속 시원히 해결되는 것만은 아닌 악인에 대한 응징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한다.

하지만 인과응보라는 말을 불자들은 안다. 무슨 일이든 일이 벌어진 원인이 있고 그에 따른 결과가 있다는 것을…. 단순히 권선징악을 뜻하는 것은 아님을".

요즘 그 어떤 스토리보다 인과응보를 강렬하게 드러내는 드라마가 있다. 악녀 오혜상을 응징한 MBC 주말연속극 내 딸, 금사월'도 있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건 바로 tvN의 '시그널'이다. '시그널'은 시작부터 15년 전 사건과 현재를 연결시키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안방극장에서는 잘 먹히지 않는 장르물인데다, 지상파 방송도 아닌 tvN에서 하는 드라마가 연일 자체 시청률 상종가를 치며 인구에 회자되는 이유는 뭘까.

드라마 '시그널'은 수사물이다. 그것도 경찰청에서 가장 잘 나가는 형사들이 살인 등 강력사건을 척척 해결해 국민의 영웅이 되는 것도 아닌, 구박 받는 형사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왜 '시그널'。|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걸까?

'시그널'은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주인공 박해영 경위(이제훈 분)는 경찰조직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한 프로파일러다. 그의 능력은 사건 수사 보다는 연예인 뒤를 캐는 일에 더 크게 발휘됐다. 그런 그가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가 된 건 자신의 차를 가로막고 주차한 한대의 트럭에서 들려온 무전기 소음 때문이었다.

운전수에게 전화를 하지만 운전수는 전화를 받지 않고 트럭 안 자루에선 지지직거리는 낡은 무전기가 한대 발견된다. 그리고 무전기에서는 뜻밖에도 박해영 경위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

이렇게 과거에서 온 무전으로 박해영 경위는 사건에 휘말리기 시작한다. 그것도 자신이 초등학생 일 때 유괴되었던 친구 김윤정 유괴사건을 접하는 것으로. 무전기 너머 과거 속 인물인 이재한 형사 (조진웅 분)와 현재를 살아가는 박해영 경위는 자꾸 사건으로 얽혀들면서, 원하던 원치 않던 파트너가 된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는 차수현 경위(김혜수 분)가 있다. 강력계로 배정 받았을 때 이재한 형사가 사수였던, '점오' 광수대 홍일점 차수현은 무전기에 이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인물이다. 연예인 뒷조사나 하며 재능을 낭비하던 박해영을 잡아 취조하며 차수현 경위는 박해영과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 이것으로 끝날 듯 하던 이들의 인연은 이재한의 무전 때문에 유괴용의자의 시신을 발견한 박해영 때문에 다시 이어진다. 이들은 따로 또 같이 과거의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하고, 결국 유괴사건의 목격자였던 박해영은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유괴범 이자 살인범을 잡게 된다. 이 사건으로 살인에 대한 공소시효가 사라지고, 장기미제전담팀이 발족 하면서 차수현과 박해영은 과거에 일어난 미제 사건 수사에 나선다.

탄탄한 구성과 촘촘한 연출, 안정적인 배우들의 연기는 매회 영화 같은 볼거리를 탄생시켰다. 1월 22일 첫 방송이 시작된 이래, 16부작 드라마는 중반을 넘어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매회 치열한 수사와 범인 검거를 통해 장기 미제 사건 들을 해결해내면서 말이다. 특히나 드라마 속 사건사고들은 실제 사건들을 연상시킨다.

경 기 남부 연쇄살인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한영 대교 붕괴사고는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홍원동 연쇄 살인사건은 신정동 연쇄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현실에서 미제사건이었거나 국민들의 가슴을 처참하게 무너뜨린 사고가 드라마에서 해결되는 것을 보며 시청자들은 더욱 광분할 수밖에 없다.

'시그널'이 특별한 것은 바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시선이다. 이 드라마는 인과응보를 색다른 시각으로 드러낸다. 현재의 미제 사건은 과거의 이재한이 현재의 박해영과 소통하며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얻으면서 달라친다. 경기 남부 연쇄살인 사건에 이르면 죽었던 8차 피해자는 박해영의 힌트로 이재한 형사가 구하지만 현재 없었던 새 피해자가 생겨난다. 새롭게.추가된 피해자는 이재한의 첫사랑이다. 서울을 떠들썩하게 한 대도 사건은 현재까지 미제로 남았다가, 박해영의 수사 힌트로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체포된다. 그렇게 과거가 변한 업보는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끊어지고, 범인으로 몰렸던 용의자가 출소하면서 살인을 저지르려다 차수현 경위가 죽게 되는 최악의 과보를 만들어낸다.

인과응보가 처절하게 작동하는 순간을 드라마는 가장 아프게 포착해낸다. 인과응보란 선인선과 (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의 다른 말이다. 전생어든 과거든 선한 업을 쌓았으면 선한 과보를 얻을 것이요, 악한 업을 쌓았으면 악한 과보를 얻는 것이 인과의 도리요, 부처님이 설파한 진리이다.

드라마 '시그널'은 이러한 인과응보를 과거와 현재를 잇는 판타지로 명쾌하게 보여준다. 하나의 일이 해결되는 방식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으로 말이다. 잘못된 범인을 잡으니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죽는다는 강한 인상을 남기 면서 부처님은 세상을 인드라망 펼쳐진 곳으론 설명하셨다. 이 세상 모든 것이 각각의 개체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하나만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서로 비춰내는 구슬처럼 서로서로 그 빛을 주고받으며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가 되는 것. 이것은 바로 드라마, '시그널'이 그려내는 세상과 일맥상통한다.

'시그널'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보여주기 때문에 더 강하게 와 닿지만 이는 사실 현실에서 무한반복 되며 일어나는 우리의 삶이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다'는 연기법은 바로 우리 삶의 진리이다. 굉장히 단순하지만 이 안에는 복잡한 과정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시그널은 그 지점에 주목한다. 잘못된 범인을 잡는 것으로 그 사람의 인생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서 체포하지 말았어야 할 용의자가 진범이 되는 순간, 현재에 없었던 대형사고가 벌어지고, 결과적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된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인과는 일대일 매치가 아니라는 걸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삼라만상은 낱낱마다 눈이 있고 귀가 있어 모든 걸 보고 듣는데 이게 한 번 터져 나오면 인간이 가진 재주와 능력으로는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왜? 원인을 만든 것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작은 변화는 현대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이를 우리 인생에 투영해보자.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하나의 선행을 하면 미래의 나가 그 과보를 받을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미래의 내가 궁금하면 현재를 열심히 살라고 하셨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만든 모습이고, 현재의 내가 만들 모습이 미래의 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과의 도리를 알려주기 위해 부처님께서는 선행의 공덕을 그렇게 강조하신 거다.

옛날 어느 날, 스님이 되게 해달라고 아이를 절에 맡긴 부모가 있었다. 스님은 이 동자가 칠일 후면 명이 다하는 것을 알고동자에게 집에 가서 어머니를 뵙고 이레 후에 오라고 보낸다. 하지만 동자는 칠일 후 포동포동 살이 찐 귀한 상이 되어 절로 돌아온다 자초지종을 물으니 냇가를 건너가려는데 개미집이 허물어져서 떠내려 오는 수천마리의 개미들을 살려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선행이다. 누군가는 무시했을 일을 이 동자는 외면하지 않고 대자비심을 내었고, 그 결과 수많은 목숨을 살린 대가로자신의 명이 길어진 것이다.

이처럼 사소한 하나의 행동이 몰고 오는 변화는 어마어마하다. 연기법, 인과도리의 핵심을 드라마 시그널은 강렬하게 그려낸다. 수사물의 옷을 입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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