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좀 하고 살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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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36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9-07-01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지혜 서브카테고리 칼럼 지혜의 눈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봉래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김봉래(BBS불교방송 보도국 선임기자)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2-11 20:07 조회 4,855회본문
비교를 잘 못하면 불행하지만 잘하면 행복할 수 있어 선지식들의 행을 본받으며 향상일로의 경책을 삼아
절대적 빈곤이 아니라 상대적 빈곤 때문에 고통스럽다고 하듯이 남과 비교해 자존감을 잃 게 되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음을 표현한 말이 기도 하다. 그래서 행복해지려면 아예 비교하지 말고 살라고 권하기도 한다.
비교는 근본적으로 분별하는 의식이다. 따라서 분별의식을 넘어서야만 비교의식도 극복될 수 있다. 무분별지를 성취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 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비교하지 않고 살 수 있 을까. 예컨대 다른 사람이 땅을 사면 배가 안 아 픈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이 보통 우 리의 현실인데 어쩌란 말인가.
보통 우리의 삶 자체는 차이에 대한 인식, 분별 에 기초해 있다. 뱃속에서부터 분별을 익히며 태 어나서도 잘 분별해야만 세상에 잘 적응해 살 수 있다. 즉 인생 자체가 차이에 대한 인식 없이는 유지하기 불가능한데, 남과 비교하지 말라거나 분별의식을 넘어서라는 이야기는 무슨 뜻일까.
이는 비교나 차이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분별 하지 못한 탓에 고통을 겪는 현실을 지적한 데서 비롯된 말이 아닐까. 똑같이 내가 아닌 남이 땅 을 산 것은 같은데 그 남이 사촌이면 배가 아픈 이유는 뭘까, 짚어봐야 할 것이다. 남을 미워하게 될 때도 전혀 관계가 없는 행인을 미워하는 일은 없고 그 남이 부인이나 남편일 때 미워하게 되는 이유를 찾아볼 필요가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촌이든 부인 혹은 남편이든 뭔가 나와 관계 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인지적 정서적으로 어떠 한 인식과 감정을 쌓아왔고 그것이 늘 잠재해 있 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한 잠재인식에 기초해 서 새로운 상황에 놓이게 될 때 미워한다는 감정 으로 솟아오르는 것이다. 이미 그러한 미워함의 감정이 형성될 수 있는 원인처럼 무엇인가의 분 별이 이미 있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비교를 아예 하지 말라기보다는 제대로 비교하라는 말로 이해하면 어떨까. 왜냐하면 비 교를 하는 이유는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여 마침 내 스스로 자유롭게 되기 위한 것이지 비교를 잘못하거나 그에 집착 내지 구속되어 불편하게 되 려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제대로 비교를 할 때 그에 따른 결과에도 승복하고 그에 얽매이지 도 않을 수 있지 않겠나 싶다.
비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주목할 점은 비 교하면서 불행할 수도 있고 비교하면서 행복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비교를 잘 못하면 불행하고 잘하면 행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자기가 가진 것은 안 보고, 못 가진 것만 본다거나 남이 가진 것만 보고 못 가진 것을 안 보면 불행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남과 비교해서 남이 안 가진 것 을 내가 갖고 있음을 보게 되면 이만해도 다행이 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그리고 남이 가진 것 을 내가 갖고 있지 않음을 본다면 이를 보완하려 노력하고, 또 남이 갖지 못한 자기의 훌륭한 점 은 집중 육성해 나간다면 어떨까.
비교를 잘 못하는데서 중도적인 시각을 잃게 되고 잘하는 데서 중도적인 시각을 갖출 수 있 다. 예컨대 키가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을 선호하 지만 이 또한 잘못된 비교의식에서 비롯한다. 키 가 큰 것이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거구의 서양인이 비좁은 이코노미석에서 몇 시 간씩 고생하는 걸 볼 때 애처로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스스로는 편히 갈 수 있음에 작은 행복감이 들기도 한다.
제대로 된 비교를 한 듯해도 그에 머물면 소승 에 머물 우려가 있다. 비교의 결과를 당연시하고 정당화하는 데서 현재의 차별을 당연시하는 보 수화의 길을 걷게 된다. 비교 내지는 차이에 대 한 인식을 토대로 그것을 넘어서는 자비행을 할 때 대승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비교를 하려면 불보살님이나 선지식들의 행을 보면서 스스로의 향상일로, 불방일 정진에 경책 으로 삼으면 어떨까. 이는 단순한 비교에 매이지 않고 한계를 넘어서려는 정진의 노력이어서 차 원을 달리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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