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장광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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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43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02-01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칼럼 지혜의 눈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태원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칼럼리스트 김태원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5-21 07:30 조회 5,238회본문
민주정에 배경을 둔 그리스 연극과 닮아 개방된 현대사회와 가장 어울리는 ‘불교’
아테네 민주정이 완성되는 배경에는 3차 페르시아 전쟁에서의 승리가 있다. 테르모필레 전투에서 스파르타의 300 결사대가 모두 전사하고 페르시아 대군이 아테네를 향하여 내려오자, 아테네의 테미스토클레스는 모든 아테네 시민을 배에 태우고 바다로 피신시켰다. 그리고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 함대와 싸워 승리하였다. 당시 해전은 배 앞의 충각기로 적 함선의 옆구리를 강하게 충격한 후 병사들이 적 함선에 건너가 백병전을 전개하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배의 노를 젓는 병사의 역할이 중요하였고, 이 역할은 스스로 무장할 능력이 없는 무산시민들이 참여하여 살라미스 해전의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이후 그들에게 수당을 지급하여 민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민주정의 완성을 가져왔다.
고대 그리스의 문학의 전개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서사시에서 서정시를 거쳐 비극과 희극이 탄생하였는데, 이 과정은 아테네의 정치체제가 변화하여 민주정이 서립하는 과정과 그 궤를 같이 한다. 기원전 900년경부터 시작되는 서사시(epic)는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 이후 기원전 7세기경의 서정시(Lyric)는 사포와 아르퀼로코스와 같은 시인들에 의해 장식되는데 이들은 주로 귀족의 연회에서 자신의 시를 읊조리며 활동했다.
기원전 534년 참주인 페이시스투라토스가 권력을 잡고 대 디오니소스 제전을 열고 여기에서 공연될 내용은 공개로 경쟁을 통하여 선택하였다. 초기의 제전은 코러스 경연대회였는데 점차 작품의 내용이 발전하면서 비극이 탄생하였다. 합창과 별개로 나레이션 역할을 하는 배우 한 명이 함께 공연하였는데 아이스퀼로스는 배우를 두 명으로 늘려 대화를 통해 상황을 설명하였다면, 소포클레스는 배우를 세 명으로 늘리고 무대배경을 설치하여 보다 종합적으로 무대를 꾸몄다. 이후 배우의 수가 늘어나면서 점차 연극의 형태가 갖추어지게 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아테네의 정치 형태가 왕정과 귀족정의 시기에는 한 사람의 시인에 의해 소수의 귀족을 대상으로 공연하였다면, 민주정으로 이행하면서 보다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하는 형태로 공연이 발전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 연극에서는 극의 배경을 지루할 정도로 매우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민주정이 가진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과정은 근대의 음악이 현악기 위주의 실내악에서 오케스트라의 교향곡으로 발전하고 19세기에 음악과 연극을 결합한 오페라에 이르게 되었다. 이는 음악을 향유하는 대상이 귀족에서 부르주아를 거쳐 일반 대중으로 점차 확대되는 과정과 관련이있다. 상대적으로 유대교의 경전은 매우 함축적으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는 종교적 지도자에 의한 해석을 요구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전 해석의 권위를 가진 종교 지도자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특징을 띠는데, 개인적으로는 유일신교가 가지고 있는 특징에 가장 가까운 정치 형태는 일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전제정치라고 생각한다.
불교에서 붓다의 특징 중에 하나로 장광설을 말한다. 32상 80종 호의 하나에 긴 혀가 들어가 있는데 이는 모든 중생들의 근기에 맞춰 가르침을 주는 대기설법과 관련이 있다. 붓다가 설법하면 그 목소리는 청아하였고, 가까이 있는 사람이나 멀리 있는 사람이나 같은 크기의 소리로 들렸다고 한다. 설법을 듣는 사람의 근기에 맞춰 가르침을 펼쳤기 때문에 불교의 교리는 팔만사천에 이르게 된 것이다. 경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민주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아테네 민주정을 배경으로하는 그리스 연극과 닮아있다고 할 수 있다. 마침 석가모니가 속한 카필라 왕국도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공화정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하니 그리스 문명과 불교의 친연성은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보다 깊다. 불교는 어떤 종교보다도 개방된 현대사회와 가장 잘 어울리는 종교이건만, 현실에서는 육포사건에서 보이듯이 조롱거리로 전락해버렸다.
칼럼리스트 김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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