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할 말이 없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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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41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19-12-01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지혜 서브카테고리 법등정사 총지법장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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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5-21 03:46 조회 5,339회본문
"세간의 도사가 계경 (契經)에서 설한 바와 같이, 능히 크게 이로움을 손상케 하는 것은 성내는 마음보다 더 한 것은 없다. 한 생각의 성냄을 인연하여 구지광겁에 닦은 선(善)을 모두 태워없앤다”
〈대일경, 불교총전 P.433-5)
홍도비구는 금강산 돈도암에서 수십년 동안 수행하여 곧 성불할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그가 어느 때 병이 들더니 오랫동안 병석에 누웠다가 너무 답답하고 갑갑해서 어느 날 밖으로 나와 나무 아래에 자리를 펴고 잠깐 누워 있었는데 마침 세찬 바람이 불어와 먼지를 뒤집어쓰게 되었다. 눈에는 흙먼지가 들어가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고 벗어놓은 옷은 바람에 어디론가 날려가 버렸다. 그는 짜증이 나고 화가 나서 “삼세제불도 소용없고 팔부신장도 믿을 것이 못되는구나. 나와 같이 부지런히 수행하는 사람을 병들게 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지만 바람까지 불어 나를 괴롭히니 이래가지고 불교에 무슨 영험이 있다고 할 것인가!” 하며 부처님을 비방하고 팔부신장을 원망하였다. 그날 밤 토지신이 나타나서 말하기를 “네가 중노릇하며 공부를 하였으나 헛수고를 하였구나.
수행자는 자비로 집을 삼고 인내로 옷을 삼으라 하였는데 그까짓 병을 앓고 바람이 불어 불편하였다고 진심을 일으키니 그래가지고 어찌 공부했다고 할 것이냐? 부처님께서도 정업은 면치 못하고 과보를 받으셨는데 네까짓 초심 비구랴. 네가 병이 난 것은 너의 업보요. 바람을 일으킨 것은 도량신이 네 마음을 시험해보려고 한 것인데 그것을 잘 참지 못하고 화내고 짜증내니 그게 무슨 짓이란 말이냐!”고 했다. 성불을 목전에 두었던 홍도비구는 이런 진심인연으로 죽은 후 뱀의 과보를 받았다고 한다.
내 말을 안들을 때 화내는 것이 중생이다. 내 뜻대로 안되거나 나를 힘들게 할 때 화가 일어나게 된다. 화 날때 화내지 않기가 어렵지만 그 때 안인한 공덕은 즉신성불의 자량이 된다. 많이 닦아 깨달음을 얻은 성인도 정업은 피하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하물며 일개 수행자가 업보 앞에서 '닦아도 소용없다’하며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일념의 진심 인연으로 구지광겁동안 닦은바 선을 모두 태워 없앤다. 그러므로 이 무익한 근본을 멀리 버리고 여의어야한다.’고 했다.〈대일경 제7권 중에서〉이 글을 쓰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오직 수행을 통한 지혜와 깨달음만이 진에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을. 알렉산더대왕이 어느 날 길거리에 있는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찾아왔다.
대왕은 직접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알렉산더대왕이다. 너는 누구냐?” 그러자 디오게네스가 말했다. “나는 디오게네스다.” 대왕이 말했다. “뭐 필요한 것이 있는가? 있으면 말해봐라.”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햇볕을 가리지 말고 비켜줘.” 상대가 대왕인줄 알았고 한 순간에 자신의 목이 날아 갈 수도 있었다. 그러자 대왕을 호위하는 측근들이 즉시 분노하는 척 했다.
대왕이 분노한 측근들을 만류하며 말했다. “내가 알렉산더대왕이 아니라면 나는 디오게네스가 되었을 것이다.” 세상을 ‘다 가진 자’가 자신의 집과 재산 등 모든 소유물을 ‘다 버린 자’를 부러워했다. 아무것도 내려놓을 수 없는 정복자에겐 다 내려놓은 철학자가 부러웠다. 대왕은 그대로 돌아갔고 거리의 철학자는 계속해서 일광욕을 즐겼다. 멋지다. 두 사람 다. 상이 높을수록 화낼 일이 많아지고 화가 날 때 인욕하기가 쉽지 않지만 화가 나지 않는 것이 안인이다. 우리는 왜 작은 일에도 화를 잘 내고 분노하는가! 중생은 할 말이 너무 많아 인욕을 못한다.
할 말이 목까지 차면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니 내 안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질 때 안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도록 닦고 지혜를 밝혀 깨달음을 얻어야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지고 주어진 업보에 수순하며 안인하게 될 것이다. '겨자씨 한 알 속에 수미산이 들어있다.’ 정업은 다만 때를 기다리며 숨어있을 뿐이다. 정업난면이다.
내 안의 숨을 고른 지혜와 안인의 공덕자량을 닦아 금생에 즉신성불 하십시오. 성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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