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내가 본 것처럼 그렇게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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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44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03-01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지혜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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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5-21 18:24 조회 5,118회본문
심뽀 이야기 5
흔히 유식무경 만법유식을 줄여 유식으로 이름하였다. 유식불교를 잘못 이해하면 세상을 이루고있는 객관적인 존재를 부정하는 오류를 범하여 불교는 오로지 마음뿐이다는 전도몽상 된 착각불교로 인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상이 “없다”는 말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뜻이 아니라 ‘세상은 내가 본 것처럼 그렇게 있지 않다’는 뜻이다. 내 앞에 펼쳐진 세상을 없다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 것처럼 그렇게 있지 않다는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다. 즉 내가 세상을 인식하는 순간, 세상에 자신의 생각을 덧칠하여 분별한 모습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흔히 선입견이라는 말을 쓰는데, 이 말의 의미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자신의 생각을 갖고 대상을 보게 되면,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보지 못하고, 자신의 견해에 입각해서 대상을 보게 되며, 자신에게 보여지는 것은 그 대상의 본래 모습과 다르게 된다. 그러나 선입견을 갖고 대상을 인식하는 사람들도 자신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는 점에서 ‘있는 그대로 아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본래는 자신의 마음에 의해서 대상을 ‘분별해서 알게 되어 진 것’일 뿐이다.
이 세상의 일체는 각자 독자적인 자성을 지니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우리들의 분별된 표상식의 인식으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여기서 표상이란 추상적인 사물이나 개념에 상대하여 그것을 상기시키거나 연상시키는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내는 마음의 작용을 의미한다. 사물이나 개념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연상시키는 별도의 구체적인 사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분별해서 알게 되어 진 것’이란 의미가 표상이다.
유식에서 말하는 식은 자기의 마음을 가리킨다.
꽃을 보고,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고, 누구라고 인식 하는 등의 여러 가지 심적 활동을 말한다. 우리들의 일상의 인식작용은 어떤 것이라도 주관과 객관과의 이원적 대립에서 성립하지만, 유식의 식은 단지 주관적 인식작용 뿐만 아니라 객관과 주관과의 양자를 포함한 모든 존재는 단지 표현되어 진 것을 주장한다.
불교의 일반에서 식은 좁은 의미로는 안식이나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 등과 같은 6식의 경우처럼 주로 인식의 주체를 가리킨다. 눈이나 귀 같은 감각기관이 저마다 접촉하는 대상을 각각 판별하여 인식하는 주체가 식이다. 식을 포괄적으로 말하면 정신의 주체이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인식작용의 근간으로서 인식기관을 말한다. 물론 이 같은 식은 판별하여 아는 인식작용이나 그 결과인 인식내용을 가리키기도 한다. 따라서 식은 넓은 의미로는 대상을 감각하고 지각하고 사고하는 마음의 활동 전체를 식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나무를 보고 있을 경우 나무를 보는 시각. 혹은 나무라고 인식하는 지각이 작용하고 있지만, 이러한 경우에, 하나는 시각과 지각의 대상인 나무라고 하는 사물과, 나머지 하나는 감각ㆍ지각이라고 하는 심적 활동 이 둘은 무엇인가 ‘어떤 것에 의해서 표현되어 진 것’이다.
‘현실적으로 인식되어 진 외적 현상과 내적 정신은 모두 무엇인가 어떤 근원적인 것에 의해서 표현되어 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유식의 근본적 정의다.
유식사상은 본질과 현상을 명확히 구별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지만, 그 출발점은 어디까지나 현상의 분석임을 명확히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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