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글로 전하는 설법

불교총지종은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고 자리이타의 대승불교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 종단입니다.

지현 전수 설법

페이지 정보

작성자 총지종 작성일18-10-18 11:38 조회3,369회

본문

참회

 

참회라는 것은 쉽게 말하면 잘못했습니다.’하고 뉘우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동안에 괴로움이 참 많습니다. 그 모든 괴로움은 나의 업으로 인한 것이지요. 업 또는 업장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업이란 것은 선업도 있고 악업도 있는데,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장이라는 단어에서 장은 장애를 의미합니다. 말 그대로 업으로 인한 장애라는 뜻입니다.

왜 누군가의 업장은 두텁고 누군가의 업장은 얇은 것일까요? 인과법으로 생각하면 쉽습니다. 씨를 뿌려놓은 만큼 수확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이로운 것,잘 된 것은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들입니다. 자신의 업을 인정하는 것이지요. 나의 선업으로 인해서 나에게 긍정적인 신호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업을 인정하기부터 어렵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차를 타고 어느 목적지로 간다고 생각해봅시다.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정확하게 입력한 후에, 운전대를 똑바로 잡고 올바른 방법으로 가야합니다. 신호를 지키고, 교통법규를 지키면서 말입니다. 목적지가 정해졌다는 이유만으로 신호를 지키지 않으며 엉망으로 운전을 해서는 안 됩니다. 가는 길이야 어떻든 도착만 하면 된다, 라는 마음으로는 목적지에 올바르게 도착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불공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앉아서 기계적으로 염송을 외고 시간을 때우는 것으론 우리의 목적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진심으로 참회하는 마음을 담아서 염송을 외워야 올바른 방법으로 목적지에 도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의 업으로 현재의 내가 힘들구나를 깨닫는 것, 그것을 인정하는 이 과정이 중요합니다. 업장 소멸의 지름길은 다름이 아닌 참회입니다. 참회 없는 염송이란 참으로 의미 없습니다.

가족관계에서 오는 고통은 참으로 괴롭습니다. 종종 가족을 두고 남보다 못 하고, 남보다 더 한 사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타인이면 아무 것도 아닌 일 때문에 더 기쁘기도 하고, 괴롭기도 합니다. 마음이 그만큼 더 쓰이는 것이 사실이지요. 보통 현생의 가까운 인연은 과거에 원수일 확률이 높다고들 합니다. 과거에서 못다 푼 원이 있으면 현생에서 가까이 붙어 지내며 풀라는 의미겠지요. 이생에서 서로에게 진 과거의 빚과 업을 소멸시키는 것이 목적입니다. 하지만 가족끼리 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자식 때문에 속이 상하고, 배우자 때문에 마음이 아픈 것은 다 나의 업이거늘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눈에 당장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자세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빚을 받으러 온 사람에게, 빚 못 주겠다고 버티면 결국 나만 힘든 것입니다.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잘해주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못해주는 사람에게 잘해주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번 생에 갚지 못 하면 다음 생에 또 만나야하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아주 늦게 결혼에 성공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늦게 결혼한 만큼 배우자를 소중히 여길 법도 한데, 이상하게 밤만 되면 자신의 아내가 너무 무섭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각방을 쓰며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자 남자는 절에 있는 큰 스님을 찾아갔습니다. “스님, 밤만 되면 아내가 너무 무섭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너무 괴롭습니다.”하고 말하자 스님께서과거 인연에 원결이 있는 듯합니다. 부인이 잠이 들면 부인에게 찾아가 잘못을 비는 것이 좋겠습니다. 잘못했다고 세 번 말을 하고 절을 하시며 잘못을 참회하세요.”라고 말했습니다. 남자는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남편은 밤마다 잠든 아내 곁으로가 잘못을 빌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형식적이고, 진심이 없는 말투로 말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차츰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가슴속에서 진심으로 사죄하는 마음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마침내 인정하게 된 것입니다. 열흘이 지난 후,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잠든 아내에게 잘못했습니다, 하고 빌고 나자 아내가 잠꼬대처럼 조용히 읊조리는 것이었습니다. “~ 잘못했다니 어쩔 수 없지. 용서해 줘야지…….”신기하게도 그러고 나자 밤이 되어도 아내가 무섭지 않았습니다. 짐작컨대 과거 원한이 풀어진 게 아닌가 합니다. 그 이후로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유지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고 합니다.

참회의 첫 단계는 바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나의 업이구나, 나의 잘못이구나를 깨닫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이번 생에서 인정하지 못하고 제대로 살지 못 한다면 다음 생은 이번 생보다 낫지 못할 것입니다. 잘못했습니다, 하고 자신의 업을 인정하고 선행을 하고 선업을 지으며 반성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자신을 돌이켜보고 반성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염송하는 시간을 활용하면 좋습니다. 적어도 염송시간엔 형식적으로라도 타인을 탓하진 않으니까요. 시작은 비록 진심이 아니더라도 하다보면 점차 진심을 다해서 자신을 반추하고, 과오를 참회할 수 있게 됩니다. 주로 염송을 할 때 서원사항을 기도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아무것도 서원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참회를 통하여 서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면 좋습니다.

우리가 이 더운 무더위에도 사원을 찾는 것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악업과 업장을 해소하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될 것입니다. 고가 있기 때문에 부처님을 찾는 것이지요. 고에서 벗어나는 것, 업을 소멸시키는 것이 수행자의 목적 중에 하나입니다. 그 방법으로 염송을 하는 것인데, 염송에는 늘 참회하는 마음이 깃들여야 합니다.

이 더운 무더위에도 자석사를 찾아주신 많은 보살님들에게 감사의 말씀드리며, 또한 모든 총지종 교도분들도 무탈하시며 참회하는 시간을 갖길 서원합니다. 성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