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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혜의 눈 | 무소득(無所得)과 회향(廻向)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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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19-01-07 15:16 조회15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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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득(無所得)과 회향(廻向)하는 삶

 

본래 얻을 것 없다는 무소득의 마음으로 회향의 삶을

대승보살행으로 다함께 행복한 불국토의 길 걸어가길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그런데 어떤 삶이 펼쳐질까 설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하며 모르게 불안한 구석도 없지 않은 게 현실인 것 같다. 어떻게 해야 안심입명을 하고 함께 행복한 사회가 될까. 그래서 무소득(無所得)과 회향(廻向)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능력 위주의 사회는 스스로 능력을 발휘한 결과를 오롯이 본인이 가져가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라는 뜻이다.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능력주의 내지 성과주의가 관철되는 사회이다. 그래서 남에게 뒤지지 않게 노력하는 선의의 경쟁이 장려되며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과 제도로써 개선해 나가게 된다.

내가 더 노력해서 다른 이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는다면 인과법에 비춰봐서도 나무랄 데가 없을 듯 싶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각자 성격이나 관심분야가 다르듯이 능력에도 차이가 있고 성과에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특히 누구는 날 때부터 부유한 집안에 나고 누구는 부족한 집안에서 나니 출발부터가 불평등하지 않은가. 그래서 부의 대물림만 아니라 부를 얻을 수 있는 학력도 본인 노력과 무관하게 차이가 나지 않은가. 이처럼 본인의 노력과 그와 무관하게 주어지는 주위의 도움까지 감안할 때 이래저래 경쟁에서 뒤처지는 사람은 생기게 마련인데 이들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

경쟁에서 탈락한 이들을 방치해도 좋다는데 동의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성과를 나눌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것이 우리 내면에 자비심이 간직되어 있다는 증거는 아닐까. 선진국일수록 조건 없는 기부와 자원봉사 등 그야말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분들이 많다. 사실 우리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름다운 미덕을 발휘해 오지 않았던가.

우리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좋은 것은 더 추구하고 싫어하는 것은 피하려는 특성을 갖추고 있다. 그것이 생명 보전에 유리하도록 진화되었다고 보면 그 자체를 나무랄 일은 못될 것이다. 건강하고 부자가 되려는 마음은 절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과연 혼자만 건강하고 부자가 될 수 있느냐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놓쳐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혼자서도 가능하다는 단견이 개인적 차별을 넘어 사회적 차별을 강화하기에 이르기 때문이다.

인디언 전통에 포틀래치(potlatch)는 주인이 기념할 만한 의식에 사람들을 초대해 베푸는 축하연이다. 사냥해서 잡은 호랑이 모피 등 선물을 사람들에게 나눠준다고 한다. 그리고 선물을 받은 사람은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베풀지 않으면 체면을 잃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부가 한 곳에 집중되거나 머무르지 않고 골고루 곳곳에 분배되는 효과가 발휘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 인류는 오래전부터 행복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꿔왔는지 모른다. 수만 년 전의 원시사회에부터 공동체의 삶이 이뤄졌다. 사회가 분화되며 사적 소유의 흐름이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마음 깊은 내면에는 여전히 함께 행복한 공동체적 사고가 깃들어 있음을 느낀다.

불교는 본래 얻을 것이 없다는 무소득의 마음을 모범으로 제시한다.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은 부처님 같은 지혜와 복덕이 본래 구족되어 있다는 말로 바꿀 수도 있다. 그래서 불교는 밖으로만 치달아 구하는 헐떡거리는 마음을 돌려 스스로의 내면을 바라보고 평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스스로가 세상의 은혜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눈뜰 때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게 된다. 자신의 공덕도 독점 대상이 아닌 이웃과 나눌 수밖에 없음을 알고 회향의 삶을 살아간다.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은 덕이 있는 사람은 이웃이 있어 외롭지 않다는 뜻이다. 대승보살행도로 불국토의 길에 함께 하는 새해가 되길 기원한다.


김봉래(불교방송 보도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