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총지신문 연재글

불교총지종은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고 자리이타의 대승불교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 종단입니다.

절기이야기 | 대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총지종 작성일18-12-04 13:22 조회1,910회

본문

대설

 

어느새 가을의 중턱을 지나 겨울이 다가오는 있다. 곧 창문 너머 소복소복 눈 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대설은 이 시기에 함박눈이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대설은 재래 역법의 발상지이며 기준 지점인 중국 화북지방의 계절적 특징을 반영한 절기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반드시 이 시기에 적설량이 많다고 볼 수 없다.

대설은 소설과 동지 사이에 위치하며 24절기 가운데 스물한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이다. 시기적으로는 음력 11, 양력으로는 127일이나 8일 무렵에 해당하며 태양의 황경은 255도에 도달한 때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음력 10월에 드는 입동과 소설, 음력 11월에 드는 대설과 동지 그리고 12월의 소한, 대한까지를 겨울이라 여기지만, 서양에서는 추분 이후 대설까지를 가을이라 여긴다.

특히 24절기 중 대설이 있는 음력 11월은 동지와 함께 한겨울을 알리는 절기로 농부들에게 있어서 일년을 마무리하면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농한기이기도 하다. 옛 중국에서는 대설로부터 동지까지의 기간을 다시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산박쥐가 울지 않고, 중후(中候)에는 범이 교미하여 새끼를 치며, 말후(末候)에는 여지(?枝: 여주)가 돋아난다고 하였다.

대설과 관련된 속담으로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말이 있다. 옛 선조들은 눈이 많이 내리면 눈이 보리를 덮어 보온 역할을 하므로 동해를 적게 입어 보리 풍년이 든다는 의미로 눈이 많이 오면 다음 해 보리농사가 풍년이 들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고 믿었다.

농촌에서는 대설이 되면 우리 전통 발효식품인 된장, 간장, 고추장의 주재료인 메주를 콩을 이용해 쑤기 시작한다. 농경 사회에서는 음력 10월 중순을 넘어가면서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어 띄우고 정월에는 장독에 소금물을 붓고 메주를 넣어 장을 담갔다. 장맛은 메주가 좋아야 하므로 이 시기에 메주는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으며, 대설 기간에 농촌에 가면 구수한 메주 향을 맡을 수 있다.

겨울철에는 호박죽과 비빔밥이 별미이다. 호박죽은 호박의 은은한 단맛에 적당히 찰진 찹쌀가루의 맛이 입에 착착 감기는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한 음식이다. 옛날에도 대설 무렵에 늙은 호박으로 호박죽을 쑤어 먹었다고 한다. 또한, 호박은 위장을 보호하고 독소를 밖으로 배출시켜주는 효능이 있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효과도 있어 감기에 걸리기 쉬운 겨울에 좋은 음식이다.

비빔밥은 계절에 따라 재료를 조금씩 달리해서 만들어 먹는 우리의 전통음식이다. 옛날에는 겨울나기를 대비해 말려둔 나물로 대설 무렵에 비빔밥을 해서 먹기도 했다. 밥을 고슬고슬하게 대접에 담고 그 위에 여러 가지 나물을 얹어 비벼 먹는 비빔밥은 속을 든든하게 해주어 추운 겨울에 먹기에도 좋은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