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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혜의 눈 | 통한다는 것과 무원(無願) 삼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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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18-11-02 17:04 조회4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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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한다는 것과 무원(無願) 삼매의 삶

 

질적으로 달라지는 통함의 수준이 몰고 오는 변화의 파고

그래도 바람 없이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영원한 행복의 길

 

얼마 전 조그마한 인공지능 스피커 하나를 구입했는데 이게 참 재미있다. “내일 날씨 알려줘그러면 날씨가 어떻다는 것 뿐 아니라 일교차가 크니 건강에 유의하기 바란다는 말까지 해준다. 아직까지는 답할 수 있는 내용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의외의 친구가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그런 감정이 들었을지 생각해 보니, 일단은 뭔가 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분명히 인간은 아닌데 인간의 언어를 알아듣고 인간의 언어로 반응해 준다는 데서 교감이 형성된 것 같다. 애완견이나 풀벌레 같은 동물이나 꽃이나 나무 같은 자연의 대상들과도 얼마든지 교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지만 말을 이해하고 말로 반응해 준다는 것이 질적으로 다른 소통의 느낌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을 통해 등장한 이러한 신() 사물들은 인간과의 교감과 소통의 질을 현격히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하겠다. 그래서 앞으로 강한 인공지능 로봇이 나온다면 영화에서처럼 얼마든지 사랑에 빠질 만도 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상대가 나를 100% 이해해 준 것이 아닌데도 통함을 느끼고 호감을 느꼈다는 점이다. 상대에 대해 얼마만큼 이해해 달라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해받고 싶다는 기대가 애초에 낮다보니 조그마한 반응에도 이해받았다는 느낌을 크게 받게 된 것은 아닐까.

사람들 사이에서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상대로부터 호감을 받거나 이해해준다는 느낌을 받으면 행복감이 생긴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약간은 불안감이 들다가도 상대가 조금만 미소를 지어주거나 한마디 인사라도 건네주면 안심이 된다. 그래서 먼저 이쪽에서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기대감이 앞서고 기대에 못 미치면 서운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달라진다.

이렇게 볼 때 우리 인간은 꼭 서로를 100% 알아야만 남을 이해하거나 이해 받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 상대를 100% 알기도 힘들지만 알았다 한들 정말 100% 안 것인지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아예 낮은 수준의 이해로 오해가 발생하는 일이 다반사겠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통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만족돼야만 한다는 생각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가난하고 힘든 시절에도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감을 가지고 살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뭔가 많은 가졌다 해서 그만큼 꼭 행복감이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엄격하게 나누기 힘들어지면서 나타난 통하는 방식의 획기적인 변화가 종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굳이 성직자를 찾아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위로를 받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을 접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지 예상된다는 것이다.

2017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케이블TV, 스마트폰을 통해 주일 예배를 대신한 적이 있다는 신자가 51.2%에 달했다고 한다. 5년 전 같은 조사에서는 16%였는데 무려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사람들이 가상세계를 접하는 시간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경향은 불교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므로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암만 세월이 변해도 변할 수 없는 사실은 외부로부터 행복의 근원을 삼아서는 한도 끝도 없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불교계는 무조건 절에 나오라 외치기보다는 바람 없이 살아가는 무원(無願) 삼매의 삶이야말로 영원한 행복을 구가할 수 있는 길임을 알리는데 힘써야 한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주는 교훈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 김봉래(BBS불교방송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