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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준교수의 후기밀교 | 생기차제 초가행삼마지 중 유가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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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18-09-04 11:09 조회1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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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차제 초가행삼마지 중 유가차제

 

 

석가모니붓다는 입멸 후 붓다의 존재에 대한 제자들의 질문에 대해 열반 후 불신(佛身)은 모양으로 그리거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 하여 대답을 회피하였다. 붓다의 입멸 후 법신의 존재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은 부파불교시대에 이루어졌으며, 뒤이어 부파들은 중생을 구제할 수 있는 응신(應身)의 연구로 대상을 확대시켰다. 인도 후기밀교의 본수행은 생기차제와 구경차제로 이루어져 있다. 간략히 생기차제는 응신을 수습하는 수행이고, 구경차제는 법신을 수습하는 수행이다. 보살지와 비교하면 법신의 수습은 법운지(法雲地)에서 이루어지고, 등각(等覺)과 묘각(妙覺)의 단계에서 수용신과 화신을 성취한다고 되어 있다. 동아시아의 화엄학에서는 등각과 묘각에 대해 삼신설과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볼 수 없지만, 인도 후기밀교에서는 보살지와 삼신과의 관계를 수행체계에 입각해 밝히고 있다. 이처럼 생기차제와 구경차제는 불교사에서 수행체계의 연구가 확대되면서 이루어진 산물이다.

생기차제는 법신으로부터 수용신, 화신을 발현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기차제는 두 가지 목적이 있는데, 첫째는 법운지를 완성한 성취자의 지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법신으로부터 화신을 발현하는 과정을 수습하는 것이다. 때문에 생기차제는 등각과 묘각의 지위에서 이루어지는 수행이다. 여기에는 인도불교와 동아시아의 논의거리가 생긴다. 그러나 <유가사지론>과 같은 논서에는 법운지를 성취하는 것만으로 완전한 정각자라 부르지 않는다. 법운지는 관정지(灌頂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정각자의 문을 열은 정도의 의미로 이해하면 적절할 것이다. 공성에 대한 이해가 완성되는 것은 부동지(不動地)이다. 법운지에 도달하면 체용(體用), 즉 본성과 현상에 대한 중도의 도리에 요달해 해탈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해탈만으로 중생을 구제하지는 못한다. 중생을 구제하려면 신통을 갖추고, 중생의 마음을 알아야 하며 필요하다면 꿈속에 나타날 수도 있고, 제자의 사후 그의 사후여행에 동참해 정토로 이끌거나 인간계의 수행처로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법화경>에서 붓다가 제자들에게 성불할 것을 기약하는 수기를 내릴 제 제자들은 미래의 불호(佛號)와 정토를 건립할 것을 붓다로부터 예언 받는다. 정토를 건립하려면 타수용신을 나투고, 타수용토를 건립할 수 있어야 한다. 생기차제의 수행은 이처럼 법신의 지위에 만족하지 않고 중생을 구제하는 목표를 현상계에서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대일경>에서는 비로자나여래가 보관을 쓰고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신변(神變)을 나투고 여러 세계를 전전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것이 바로 진언문(眞言門)이 현교와 구분되는 본질이자 목표이다.

생기차제는 법신으로부터 시작해 수용신, 화신의 순서로 관상(觀想)과 염송(念誦), 유가(瑜伽)와 진언(眞言)의 염송을 실천한다. 생기차제를 수습하는 수행자는 먼저 법신을 성취하는 것이 요구된다. 법신을 성취하는 것은 무여열반에 드는 것이지만 범부인 수행자의 입장에선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사자의 서>에서 언급했듯이 죽음의 과정은 4대와 512처가 분해되어 법신의 본체에 회귀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기고, 자아(自我)가 해체되는 무시무시한 두려움을 생전에 극복해야 한다.

밀교의 많은 법구와 본존들은 무서운 형태를 보이거나, 숨어있는 감각을 일깨우는 두려운 도상을 보인다. 탕카와 밀교의식에 등장하는 해골문양은 자아에 대한 두려움을 일깨우고 자아에 대한 공성(空性), 삼보에 대한 귀의와 헌신, 믿음을 시험하기 위한 것이다. 불교수행은 동정(動靜)을 고루 갖추어야 한다. 인간의 마음은 참선에 들 때 고요한 것 같지만 자아의 본질은 치열한 번뇌와 욕망의 산물이며, 현상을 피해 마음 깊이 씨앗처럼 잠재해있다. 대승불교의 유가행은 아뢰야식에 감추어진 종자와 말나식에 취착된 자아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인도불교는 유가행에서 정의된 번뇌와 수행이론을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하는 방편을 수백년의 시간을 통해 시험하였으며, 때문에 밀교는 인류의 종교 가운데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최고의 비밀법문이라는 확신을 언제나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