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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와 문학 | 금오신화 '만복사 저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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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19-11-06 13:53 조회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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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만복사 저포기

 

네가 진심으로 짝을 만나고자 한다면 왜 이루어지지 않겠느냐!

 

 

한 그루 배꽃나무 외로움을 벗 삼았네

근심이 많은 달 밝은 이 밤에

퉁소를 부는 사람은 누구의 고은님인가

물총새는 짝 잃고 날아가고

원앙새 한 마리가 맑은 물에 노니는데

외로운 내 마음은 바둑이나 둘거나

등불은 가물가물 이내 신세 보는 듯.

 

 

전라도 남원에 양생이란 사람이 살았는데 때는 왜구의 침범이 잦았던 때라 하니, 고려 말 조선 초쯤이었다. 일찍이 고아가 되어 만복사란 절에 방 한 칸 얻어 사는 처지였다. 가문의 후광이 없으니 과거에도 급제하기 힘들고 가난하여 시집올 여자가 없어 노총각으로 늙어갔다. 그래서 배나무를 보며 산책하다가 이 시를 읊으며 자신의 쓸쓸함을 달래고 있는데 하늘에서 이런 말이 들렸던 것이다.

네가 진심으로 짝을 만나고자 한다면 왜 이루어지지 않겠느냐!”

다음 날 절로 간 양생은 부처와 주사위 놀이로 내기를 건다. 이기면 좋은 인연을 짝 지워 줘야 한다는 조건이었는데 양생이 이겼다.

부디 자비로운 마음으로 제 소원을 저버리지 않으시길 빌겠습니다.”

그리고 불당에 숨어 있는데 아름다운 아가씨가 들어와 부처에게 자신의 외로운 신세를 한탄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양생이 나타나 자신이 하늘의 계시를 받고 이곳에서 기다렸다고 하니 아가씨 또한 그러하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다. 그러자 아가씨의 시녀들이 와 신방을 꾸미고 잔치 음식을 장만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아가씨의 손을 잡고 아가씨의 거처로 가니 개녕동이란 곳이었다. 그곳에서 사흘을 지냈는데 아가씨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저는 저승의 사람인데 처녀로 죽은 것이 한이 되어 부처님께 청하여 당신을 만난 것입니다. 이제 헤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친구라며 세 명의 아름다운 아가씨를 불러 함께 술을 마시며 이별의 밤을 보냈다. 여기까지 읽어도 참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연속이다. 그리고 각 장면마다 등장인물들이 시 한 편씩을 읊는데 그 시들 역시 보통 솜씨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조선의 천재라는 김시습이 지었기 때문이다. 다섯 살에 임금에게 불려가 시를 짓고 상을 받았다는 시인이니 세조가 싫어 속세를 등진 뒤에도 매일 시를 나뭇잎이나 바위에 써서 버렸다고 한다.

<금오신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로 여러 편의 단편들을 묶은 것이다. 시대에 저항한 저자답게 현실과 환상을 섞으며 세상의 도덕에 매이지 않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무는 그의 상상력은 읽는 이에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 준다. 감히 부처와 주사위 내기를 걸고 귀신과 사랑에 빠지는 사내는 결국 어찌 되었을까? 장담하건데 이 뒤의 이야기도 전반부처럼 기기묘묘하지만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스포일러를 함부로 펼치지 않겠다. 한 번 읽어보시란 의미이다. 이밖에도 여러 편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 매 단편마다 여러 편의 시들이 들어 있어 한 권의 소설과 한 권의 시집을 함께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참고로 경주의 금오산에서 집필했다 하여 <금오신화>이다. 그는 속세인도 아니고 승려도 아닌 어중간한 삶을 살았는데 이 역시 그와 어울린다. ‘진심으로 짝을 만나고자 한다면 왜 이루어지지 않겠느냐이상하게도 이 한 마디가 오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