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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이야기 |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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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19-10-04 15:25 조회8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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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서리가 내린다는 뜻의 상강은 양력으로 1023, 24일 즈음이 된다. 태양의 황경이 210°되는 때이다. 이 시기는 가을의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는 대신에 밤의 기온이 매우 낮아지는 때이다. 따라서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며, 온도가 더 낮아지면 첫 얼음이 얼기도 한다.

 

이 무렵이 되면 농촌의 들에서는 가을걷이로 분주해진다. 벼를 베고 타작을 하며, 벼를 베어낸 논에는 다시 이모작용 가을보리를 파종한다. 누렇게 익은 종자용 호박을 따고, , 감과 같은 과실을 거두어들이며, , 수수 등을 수확한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마지막 고추와 깻잎을 따고, 다시 고구마와 땅콩도 캔다.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에 정성 들여 가꾼 것을 이때에 비로소 거두어들이는 것이다. 그야말로 수확의 계절이요,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하는 때가 바로 상강 무렵인 것이다.

 

이모작이 가능한 남부지방에서는 보리 파종을 하는 시기이다. 농가의 속담으로는 상강 90일 두고 모 심어도 잡곡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이모작을 해도 쌀이 낫다는 뜻이다. 상강을 90일 앞둔 날이라면 725-26일이 된다. 물론 모내기로는 매우 늦은 시점이지만, 이모작 지역에서 상강이 절기로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마늘을 심기도 한다. 또 이때는 국화가 피기 때문에 국화주, 국화전, 화채 등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제철 음식으로는 추어탕, 무 홍시채, 생강차, 호박죽, 햅쌀밥, 약밥, 토란, 고구마, 달걀찜, 잡곡, 은행 등이 있다. 특히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을에는 전어가 맛있다.

 

제철 과일로는 배, 감이 있다. 가을 배는 섬유질이 풍부하고 장을 자극하기 때문에 변비에 좋고, 기관지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능도 있어서 감기에 걸렸을 때 먹으면 효과 만점이다. 또한 감은 아미노산, 비타민 등 인체에 유익한 성분들을 갖추고 있다. 몸의 저항력을 높이고 항산화, 피로회복, 감기예방에 도움이 된다.

조선시대에는 군령권을 상징하는 군기(軍旗)인 둑() 앞에서 상강 때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이를 둑제(纛祭)라고 하는데, 소사로 분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거행면에서는 격식을 한 단계 올려서 제수도 다른 소사보다 더 풍성하게 차리고 제관도 한 직급 올려서 병조판서가 맡았다. ()은 고려와 조선시대 떼 국대의 행렬 앞에 세우던 대장기이다. 큰 삼지창에 검은 소의 꼬리털로 만든 치우(蚩尤)를 달아 그 깃발을 둑기라고 부르며 신성시했다. 기록에 따르면 고려 충렬왕 7(1281) 몽골의 2차 일본 원정에 고려군이 동원될 때 충정하기 전 궁문에서 국왕이 둑제를 처음 시행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이 제사는 유일하게 무관들이 주관하여 지내는 제사였다.

 

중국에서는 상강부터 입동 사이를 5일씩 삼후로 나누어 자연의 현상을 설명하였다. 이를테면 초후는 승냥이가 산짐승을 잡는 때, 중후는 초목이 누렇게 떨어지는 때이며, 말후는 겨울잠을 자는 벌레들이 모두 땅속에 숨는 때라고 한다. 김형수의 농가십이월속시에도 한로와 상강에 해당하는 절기의 모습을 초목은 잎이 지고 국화 향기 퍼지며 승냥이는 제사하고 동면할 벌레는 굽히니라고 표현한 것을 보아 중국의 기록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