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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준교수의 후기밀교 | 쌍입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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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총지종 작성일19-07-01 20:25 조회1,08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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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입차제

 

 

미륵의 세계는 안락의 법을 성취한 종교적 세계

후기밀교, 모든 불교수행을 현실서 시험한 결과

 

석가모니붓다가 설한 초기불교의 가르침은 일체의 존재방식과 해탈에 집중되었다. 훗날 불교교단과 관련된 율의나 문학, 문헌의 허구들은 불교교단이 인간사회 가운데 생존하기 위한 분별의 경계를 넘지 않는다. 연기와 공성, 해탈열반은 불교가 지닌 가장 순수한 종교적 목적이자 인류가 가질 궁극적 명제일지 모른다. 유마경>은 초기 반야경에 속하는 대승경전이다. 여기에는 미래 인류가 경험하게 될 우주적 지혜가 보이고, 인류종교가 가진 의식적 가식과 허구마저 부정하는 혁명을 보여주고 있다.

<유마경>에는 <불이법문품>이 있다. 유마거사가 불이의 진리에 드는 문을 32보살에게 물었을 때 보살들은 생멸, 선악, 정예(淨穢), 세간과 출세간, 윤회와 열반 등의 주제에 대해 상대적 이원성을 극복하는 공성을 설했다. 문수보살은, “아무런 말도 설하지 않고 설하지 않는다는 것까지도 말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불이에 들어가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문수보살을 비롯한 대중의 요청에 의해 유마거사가 설한 불이법문은 침묵이었다. 유마거사의 침묵으로 인도하는 인류최고의 지혜가 곧 용수보살의 중관사상에 나타나 있다. 특히 이제설에서 보이는 승의제와 세속제는 상대적 차별에 존재하는 공성의 절대세계를 보여준다.

구경차제 가운데 최후의 수행은 쌍입차제(雙入次第)이다. <오차제>에서는, “그는 환()으로써 일체를 현증하고, 윤회의 바다로부터 피안에 도달하였다. 그는 소작과 능변(能變)의 대유가로서 이제(二諦)의 진리에 머물고, 진실지로써 무주처열반을 얻은 붓다이자 금강살타, 그리고 일체의 자제자이다라고 하였다. 쌍입차제는 다른 수행차제와 달리 기술적 수행방법을 보이진 않는다. 대신 21가지 불이의 주제가 제시되는데 생기차제를 더한 양차제가 추구해온 궁극의 경지라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모든 상대적 종교수행이 가질 차별성을 극복하고 생사와 열반의 구분조차 존재하지 않는 유마거사의 절대침묵의 진실만이 남아있다. 이를 열거하면 윤회와 열반 번뇌와 멸도 유상(有相)과 무상(無相) 능집과 소집 ()과 단() 지혜와 자비 방편과 지혜 유여열반와 무여열반 인무아와 법무아 자가지와 광명 점관(漸觀)과 돈관(頓觀) 속제와 승의제 진언행과 생기 잠과 각성 등지와 부등지(不等持) 억념과 무억념 탐착과 무탐착 소작과 능작 생기차제와 구경차제 청정과 비청정 유색과 무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연유에서 21가지 주제가 선정되었는지 필자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쌍입차제에 더 많은 주제를 포함시킨다면 분명 종교와 세속의 구분마저 넘어설 것이다. 미륵의 세계는 모두가 안락의 법을 성취한 종교적 세계이다. 종교나 수행이 특별하지 않기 때문에 종교와 세속의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유마경>에 보이는 유마거사의 설법은 이에 대한 미래적 암시였을 것이다. 인도불교에서 미륵의 현관장엄론>은 관념적 반야사상을 실천화한 현관차제를 설한다. 현교의 유가행과 밀교수행을 구분하는 경계는 인도의 스승들이 강조하듯 법신, 보신, 화신의 삼신을 수족하고 타수용신으로 타수용토를 건립하는 일체지지의 성취이다. 늘 강조하듯 인도 후기밀교는 힌두교를 모사한 것이 아니다. 석존 이후 제기되었던 모든 불교수행을 인간의 현실에서 시험한 결과이고, 나란다대학의 날선 논리학에 무수한 시험을 거쳐 불교교단에 이입되었다.

인도후기밀교는 오백여 년 간 넘게 번성할 정도로 인도불교에서 성공하였다. 나란다대학에 존재했던 후기밀교 경전과 의궤, 성취법들 대부분은 티벳불교에서 보존하고 있다. 티벳불교는 밀교 수행 전체를 통 털어 가장 요긴한 것을 골라 실용성 높은 수행으로 보존, 전승한 불교수행의 또 다른 다른 발전이다. 후기밀교를 포함한 수많은 밀교경전이 있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백분의 일도 진행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문헌들을 후대에 연구한다면 그것은 인류의 저급한 종교적 미망을 조롱하고, 인류의 정신과 삶의 현실을 다룰 실용적 주제들로 채워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