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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끼 찬밥을 먹었던 한식날을 다시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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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06호 발행인 록경(황보상민) 발간일 2025-05-01 신문면수 9면 카테고리 신행 서브카테고리 역삼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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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탁상달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시인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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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5-05-12 15:44 조회 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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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끼 찬밥을 먹었던 한식날을 다시 생각하며

계절의 빛깔이 이제 완연한 청록인 봄의 상황으로 변모되었다. 

노란 새싹에서 본격적으로 연푸른 청록빛 윤기를 더해가는 것을 보면 자연의 섭리란 가히 신기할 따름이다. 

그토록 차가운 냉기가 대지를 억누르더니 계절의 변화는 누구도 발목을 잡을 수 없나 보다. 

잎사귀마다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펴, 모든 생명체에게 즐거움을 주고, 맑은 공기는 상쾌함조차 전해주니 호흡까지도 기쁨으로 가득하여 만물에 생동감을 되찾게 해주는 요즘이다. 

강남 갔던 제비는 다시 돌아와 저마다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하양, 노랑 속옷을 예쁘게 걸쳐 입고 연미 신사가 되어 다시 찾은 고향집 빨랫줄에서  ‘지지배배 지지배배’ 목청껏 노래 부른다.


「삼월은 늦봄이라 청명 곡우 절기로다./ 봄날이 따뜻하여 만물이 화창하니/ 온갖 꽃 활짝 피고 새소리 각색이라./ 대청 앞의 쌍제비는 옛집을 찾아오고/ 꽃 사이 범나비는 분분히 날아도니/ 미물도 때를 만나 즐기니 보기 좋다./ 한식날 성묘하니 백양나무 새잎 난다./ 조상 생각 슬픈 느낌 술 과일로 펴오리라.」   농가월령가 <3월령>이다. 

우리 고유의 명절 중에 관심을 가져야 할 명절이 있는데 이는 바로 한식(寒食)이다.

한식은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이며, 대개 양력 4월 5‧6일경으로 청명이나 그다음 날에 해당된다. 그래서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한식(寒食)이 들 때쯤이면 봄기운이 돌기 시작하고, 농촌에서는 한창 씨를 뿌릴 때라서 특별한 놀이보다는 성묘(省墓)를 하면서 하루를 차분히 보낸다. 

한식날은 예로부터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의 하나로, 이날은 신라 때부터 오늘날까지 조상께 제사를 올리고 성묘를 드리는 중요한 날로 삼아왔다. 

임금도 이날은 관리들에게도 성묘를 하도록 휴가를 주었을 뿐 아니라, 이날만은 어떠한 죄수에게도 형(刑)을 집행하지 않도록 금지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더욱 한식을 중하게 여겨 오늘날까지 한식날 성묘하는 관습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날은 밥을 새로 해 먹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 시기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고 바람이 많이 부는 건조한 때라, 이럴 때 성묘하러 가서 불을 잘못 쓰면 산불이 날 위험도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안타깝게도 이 한식날과 관련하여 슬픈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중국 춘추시대 문공이 왕자 시절 온 나라를 떠돌아다니는 어려운 신세가 됐을 때, 개자추(介子推)라는 신하가 충성을 다해 그를 모셨다. 

그러나 문공은 왕위에 오르자 지난날 개자추의 충성을 잊었고 이에 실망한 개자추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를 알게 된 문공은 나중에야 개자추의 마음을 돌리려고 하였으나, 개자추가 말을 듣지 않자, 그를 끌어낼 목적으로 산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개자추는 끝내 나오지 않고 불에 타 죽고 말았다. 

문공은 탄식을 하면서 개자추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이날에는 불을 때지 않고 찬밥을 먹도록 했다고 한다.」 

그래서 찬밥을 먹는 날 즉 한식(寒食)이 생겼다고 한다. 

이 외에도, 옛날에 임금님이 청명의 날에 새 불을 일으켜 뭇 신하와 고을 수령에게 나누어주고, 수령은 이 불을 한식날에 다시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었는데, 그래서 한식날은 새 불을 받기 위해 묵은 불을 끄고 하루를 불 없이 지내며 찬 음식(寒食)을 먹었다고 하기도 한다. 

이 하나의 불로써 온 나라의 군신(君臣)과 백성들이 일체감을 갖게 하겠다는 임금의 의지가 담긴 이야기로써 이는 바로 선인들의 깊은 지혜의 발로에서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한다.

온 나라가 한 때 산불로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때가 있었다.

작은 불씨 하나도 가벼이 여기지 않아야 하겠으며 특히, 이번 산불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신 산불 피해를 당한 국민들에게 세심한 배려(配慮)와 관심이 요구되는 요즘이다.

함께하면 세상은 두 배나 아름다워진다는 진리를 명심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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