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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방생은 불살생계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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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03호 발행인 록경(황보상민) 발간일 2025-02-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신행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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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한주영 필자법명 - 필자소속 불교환경연대 필자호칭 사무총장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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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5-02-10 13:49 조회 6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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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생명살림경전이야기 (26회)

생태계 방생은 불살생계 실천

만약 저 사람이 계를 지키고 생명을 보호하는 사람인 줄 알면, 비록 관찰하지 않아도, 저 사람의 물을 얻었을 때 마시면 범함이 없다. 한 번 본 물은 모두 해가 뜰 때부터 아직 동이 트지 않을 때까지 사용한다. 만약 물을 취할 때, 손으로 거르는 망을 오래 잡고 있어 사람이 피곤하면 마땅히 세 가닥 난 다리를 세워 망을 버티어서 양변을 묶어야 하고 만약 물이 쏟아져 그치지 않아 벌레가 많이 죽을까 염려되면 마땅히 망 가운데 모래를 놓거나 쇠똥가루로 받쳐 머물게 하여야 한다.

사기 주발이나 동(銅) 주발을 만들어 테두리에 구멍 세 개를 뚫어 각각 사슬로 꿰어 세 개의 장대에 묶어 놓고, 그 물 거르는 망의 한 모서리를 그릇 안에 놓고 아래는 동이를 놓아 그 물을 받는다. 동이 속의 벌레를 보는 것은 반드시 물이 가득 차 있어야 한다. 만약 물을 볼 때 벌레가 작아 보기 어려우면 마땅히 풀줄기로 가리켜야지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이면 안 된다.

물 받는 것이 이미 끝났으면 망을 그릇 속에 넣고, 만약 강이나 연못이 가까우면 그곳에 가서 기울여 쏟는다. 반드시 들에 있어야 할 때는 우물에 버리되, 빈 망을 매달아 우물 위에서 뒤집어 벌레가 줄게 하거나 산 것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

방생하기 위한 기구를 만들어야 하니, 작은 두레박을 만들어 위아래에 각각 양 코를 만들어 두 줄로 묶어서 망을 이 가운데서 뒤집고 깨끗한 물을 부어 걸러서 은근히 관찰하여 벌레가 없는 줄 안 다음에 두레박을 우물 속에 담가 밑을 뒤집어 잡아당기기를 두세 번 하여 벌레가 망에 남아 있지 않도록 한다. 그런 뒤에 반드시 깨끗이 하여 볕에 쐬여 말린다.

- 『근본살바다부율섭』 11권(ABC, K0934 v24, p.97b01)


불자가 받은 오계의 첫 번째는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않는 불살생(不殺生)이다. 불살생을 위해 부처님의 제자들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물을 얻을 때, 마실 때, 버릴 때 매 순간 잘 살피고 조심해서 작은 생명 하나도 다치게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 발우공양에서 그대로 전해진다. 발우공양에서는 밥알 하나도 남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식사를 마친 발우에 청수물을 부어 씻어서 마셔 고춧가루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음식을 감사히 받고 음식을 남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있지만 음식물 찌꺼기가 식물이나 동물에 해를 끼치는 것을 예방하여 생명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지금은 동안거 기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 수행에 집중하기 위해 하안거와 동안거를 하지만, 처음 부처님 당시에 인도에서 안거를 시작한 이유는 우기에 길에 지렁이와 같은 작은 동물들이 너무 많아서 걸어 다닐 때 이런 동물을 헤칠 수 있기 때문에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또한 스님들이 지팡이에 방울을 달고 다니는 경우도 방울 소리에 작은 동물들이 피하도록 해서 동물을 보호하고자 한 것이다. 작은 풀 한 포기도 밟지 않으려고 하고 함부로 꺾지 않았다.

오늘날 코에 빨대가 꽂힌 바다거북, 뱃속에 플라스틱이 가득 든 채 죽은 고래와 알바트로스, 로드킬로 희생당한 동물들, 농약으로 인해 사라져간 동물들, 또한 각종 산업과 생활쓰레기로 인해 오염된 공기와 물과 토양은 그곳에 깃들어 사는 뭇 생명을 병들게 하였고, 각종 개발로 인해 서식지를 잃고 개체수 감소로 멸종위기에 이른 야생동식물을 생각하면 우리의 잘못된 행동으로 희생된 생명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다.

따라서 불살생 계율을 지킨다는 것은 직접적으로 생명을 죽이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모르고 죽이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고 삼가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분리배출을 잘하며,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비닐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이 곧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고 불살생계를 지키는 일이다. 또한 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지 않도록 서식지를 보호하는 일도 불살생계를 지키는 일이다.

대승불교에서는 불살생을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으로 잡혀있는 동물을 풀어주는 방생이 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 배스나 블루길, 붉은귀거북 등 외래종을 방생하여 생태계를 교란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불교환경연대는 철새 먹이 주기나 나무 심기 등 새로운 형태의 방생을 생태 방생이라 이름하여 새로운 방생 운동으로 확산하고 있다. 또한 생태계를 보호하고 살리는 것이 불살생을 지키는 일이자 방생이라는 의미로 생태계 보존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니 이러한 활동에 동참하거나 환경단체를 후원하는 것도 불살생을 지키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초기불교에 스님들이 방생하는 도구를 가지고 다니면서 물을 마실 때에도 작은 생명 하나라도 해치지 않으려 노력했던 모습을 상상하며, 우리도 일상에서 다른 생명의 소중함을 각별하게 생각하고 고려하여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야생동물이 다니는 도로에서 속도를 줄이고, 땅을 살리는 유기농 농산물을 구매하고,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장바구니, 텀블러를 지참하는 불편을 기꺼이 실천하는 것이 참다운 불자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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