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티와 프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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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303호 발행인 록경(황보상민) 발간일 2025-02-01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지혜의 눈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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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5-02-10 12:12 조회 54회본문
독립 과목으로 한국 근현대사 교육
쇄국정책에서 통상수교거부정책으로
영어의 두 단어 Liberty(리버티)와 Freedom(프리덤)은 모두 자유(自由)로 번역됩니다. 이 두 단어는 엄격하지 않지만 구분해서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리버티가 ‘~로부터의 자유’라는 소극적 자유라면 프리덤은 ‘~에의 자유’라는 적극적 자유로 구분합니다.
영국의 권리장전(權利章典8)은 1689년 12월 16일에 제정된 법률입니다. 영국 의회가 명예 혁명으로 윌리엄 3세를 추대하면서 권리장전을 제출하여 승인을 받은 것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와 같은 시민의 권리’가 원문에서 ‘civil liberties such as freedom of assembly and freedom of the press’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장 자크 루소(1712~1776)의 사회계약론에서 “(국가가) 주권자인 국민에게 군림하는 경우 (국민이) 이에 저항할 자유를 가진다.”라고 한 것처럼 명예혁명은 귀족정치에서 민주정치로 전환하는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리버티는 이처럼 국가 권력에 대한 저항으로 얻어진 구체적이고 법적인 자유를 가리킵니다.리버티는 법에 따른 물리적 제제가 있어야 가능한 자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6월 항쟁 이후에는 많은 민주화가 이루어졌고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국가의 통제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이 시기의 자유는 개인적인 자유, 즉 프리덤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것은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당연한 권리로 인식되는 것이지요.
‘타인에게 손해가 되지 않는 한’ 무제한의 자유는 금지항목을 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자유인 네거티브 리스팅(negative listing)방식이라면 나이 든 세대는 허용되는 것만 자유인 포지티브 리스팅(positive listing)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이 든 세대들은 누려보지 못한 자유를 얻기 위해 행동했다면, 최근 게엄 이후 젊은 세대들은 누리고 있던 자유가 박탈되는 것에 반발하여 행동하였던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역사교육에서 고등학교 과정에서 한국 근현대사가 독립 과목으로 정해진 것도 의미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의 한국사 교과서는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모두 다루었다면 근현대사가 독립하여 근대이후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성립해왔는지를 체계적이고 깊이있게 배울 수 있었던 점도 의미있게 작용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왜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한가지 사례를 제시한다면 흥선 대원군의 대외정책을 들 수 있습니다.
나이 든 세대들은 흥선 대원군의 대외정책을 쇄국정책(鎖國政策)이라는 부정적인 용어로 배웠습니다. 이 정책 때문에 우리나라가 근대화를 못 하였다는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한국 근현대사에서는 쇄국정책 대신에 ‘통상수교거부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프랑스와 미국이 군대를 앞세워 통상수교를 강제한 것에 대해 흥선 대원군이 이를 단호히 거절하고 침략을 물리쳤다는 관점이 반영된 용어가 ‘통상수교거부정책’입니다. 쇄국정책과 통상수교거부정책은 그 간극이 매우 큰 용어입니다. 나이 든 세대가 가진 지식과 경험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오히려 젊은 세대들은 지식의 양은 적을지 모르지만 가장 최신의 지식을 습득하였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열심히 배워야 할 세대는 나이 든 세대가 아닐까요? 나이 든 세대의 지식은 ‘이미’ 낡았습니다.
현재 한국사회의 구성원을 개인적으로 거칠게 나눠본다면 크게 두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시기를 1987년 6월 항쟁을 분기점으로 설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구분의 근거로 자유에 대한 수용과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인식의 변화 두 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먼저 6월 항쟁 이전에 성장한 세대들은 국가가 가하는 통제 내지는 억압에 저항하였다면, 이후에 태어나 성장한 세대들은 자신의 의지와 행동을 크게 구애받지 않고 표출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전자는 소극적 자유, 후자는 적극적 자유와 연결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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