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필요한 사회
페이지 정보
호수 301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4-12-01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지혜의 눈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태원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칼럼니스트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4-12-05 12:00 조회 52회본문
천국은 인간 욕망이 최대로 반영된 모습
최고의 경지인 ‘열반’은 불이 꺼진 상태
인간이 문명을 만들고 발전시키는데 있어 경쟁이 가진 효율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현재 우리의 문명이 도달한 수준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끊임없는 전쟁을 통해 서로 죽이고 죽는 행위도 문명의 진전과 함께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한 집단이나 종족 전체를 몰살시키는 제노사이드(genocide, 인종말살)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비극은 자신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인간은 동시에 이를 막으려는 여러 가지 제도를 만들어왔습니다. 정치제도는 인간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조절해 해결하려는 의도로 만들었지만 정치보다 더 핵심인 제도는 종교입니다.
현재 세계는 유럽과 중동지역에서 전쟁이 진행중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본래 한 민족으로 두 나라는 고대역사 부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도 본래 한 민족이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인(人)은 아랍화된 히브리인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경우 민족이 분화된 원인이 종교로, 유대교를 믿던 이들이 이스라엘로 이어졌다면 다른 종교와 홉합된 종교를 믿는 쪽이 팔레스타인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을 보면 종교가 오히려 인간의 욕망을 극대화시키는 행동을 부추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 가장 널리 전파되고 가장 많은 신도를 가진 종교는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라고 합니다. 이 범주로 묶을 수 있는 종교로 유대교, 카톨릭, 정교회, 개신교, 수니파, 시아파 이슬람교 등이 포함되는데 현재 전 인류의 삼분의 이가 신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대규모 전쟁이나 제노사이드는 모두 이 종교와 관련되어 있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 십자군 전쟁, 근대 초기 유럽의 카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종교전쟁의 사례도 있습니다. 그리고 1, 2차 세계 대전에도 종교의 흔적이 엿보이는데, 독일 나치의 군복에는 십자가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마치 십자군이 방패에 십자가를 그려넣은 모습과 같은 행위와 다르지 않죠.
한편으로 현재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의 혼란은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막장드라마입니다. 근대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이 참여하여 지도자를 뽑고 그에게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을 맡겼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제도인 선거가 오히려 사회구성원 모두의 탐욕이 집중되고 충돌하는 깔때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온갖 탈법과 불법이 춤추는 가운데에 벌어졌기 때문에 선거의 결과에 승복하지 못합니다. 승리한 상대에게 축하하기 보다는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으려고 수많은 제도를 만들었지만 선거 때마다 벌어지는 이러한 아비규환과 같은 모습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렇듯 인간의 탐욕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인류의 문명이 진행되어왔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 과학과 기술의 발전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엄청난 생산력의 증대로 인류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버렸습니다. 이렇게 소비를 통한 경제발전이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부산물로 쌓인 쓰레기로 환경을 오염시키고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였지요. 아브라함 계통의 종교는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을 정당화하여 왔습니다. 비록 일부 성직자들이 금욕을 통한 고행을 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을 정당화하는 교리를 출발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근대 이후 자본주의 발전과 관련하여 불교와 도교는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받아 왔습니다. 아브라함계통의 종교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이 천국에 들어가는 것인데 천국은 인간의 욕망이 최대로 반영된 모습입니다. 그런데 불교도가 추구하는 최고의 경지인 열반은 불이 꺼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불은 인간의 욕망을 뜻합니다. 그 욕망이 꺼진 상태에 이르려고 불교도들은 수행하는 것이지요. 이런 측면에서 자본주의 사회와 불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입니다. 그런데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발전할수록 전 지구적 전쟁위기나 환경위기 같은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역설적이게도 현대사회는 불교를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