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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 중심의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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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93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4-04-01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지혜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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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4-04-09 14:23 조회 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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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 중심의 종교

종교에 의해 평화가 달성될 가능성은 없어

자신들의 ‘신’- 절대적 가치기준을 버려야


과학자들이 인공 뇌를 만들고 여기에서 눈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실험이 성공하였다고 합니다. 진화론상으로 눈은 뇌의 일부로 처음에는 빛에 반응하다가 진화를 통해 점차 눈으로 변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눈으로 사물을 볼 때 사물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사물의 일부만 보고 그 대상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눈을 통해 물체의 형상과 색채를 보지만, 뇌의 작용에 의해서 비로소 대상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사물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않고 사물의 일부만 가지고 나머지는 뇌가 이럴 것이라고 추론하여 완전한 형태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여기에 바나나 하나가 있다고 할 경우, 바나나의 색깔은 환경에 따라 여러 가지 색깔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사람의 눈은 바나나가 실외에 있든 실내에 있든, 한 낮에 보든 일몰에 보든 동일하게 노랗다고 인식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상황에 따라서 색깔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나 뇌는 보정작용을 통해서 노란색으로 생각합니다. 산길을 가다가 길 위에서 노끈을 보고 뱀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산속이고 뱀은 위험한 동물이라는 평소의 생각이 순간적으로 노끈을 뱀으로 착각하게 만든 것입니다. 이러한 오류는 사물을 인식하는데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대상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모든 생물들의 생존을 위한 진화과정의 산물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먼저 뇌가 기존의 정보를 가지고 예단한다는 것이지요. 이를 다른 말로 하면 편견, 선입관, 고정관념, 신념과 같은 창(窓)을 통해 사물과 사건을 바라본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뇌의 보정작용을 통해서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는 것입니다.


대학(大學)에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 한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보아도 보이지 않는(視而不見) 것은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입니다. 마음의 작용이지요. 불교에서는 이를 집착 또는 머문다는 의미의 주(住)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금강경에서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起心)이라고 할 때 주(住)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집착하지 않고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일으킨다는 것은 대상을 내 의지대로 왜곡시키지 않고 대상을 바라보라는 말입니다. 이러한 내용은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는 행위와 최근의 뇌과학과 인지과학에서 말하는 인간의 인식과정의 내용과 비교해도 대단히 유사한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금강경의 사구게를 어떤 기준이 없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옳고 그름의 기준이 없으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얼마 전까지도 우리의 외부에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실재를 인식하는 자아를 설정하는 구조가 널리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런데 과학의 발전으로 이러한 인식론이 비판을 받으면서 객관적 실재가 부정되고, 더불어 자아라는 개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었습니다. 근대에서 현대로 이행하면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지만 우리는 그 변화를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그 변화가 점진적이고 낡은 요소와 새로운 요소가 뒤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객관적 실재가 허구라는 주장과 자아(自我)가 부정된다는 주장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둘 다 상주(常住)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세계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세계가 구성된다는 주장에 의해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은 대상이 다름아닌 신(神)입니다. 더 이상 신을 전제로 하는 세계관은 존립의 여지가 없습니다. 지금도 중동지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원인으로 종교적 갈등을 거론하는데, 그동안 해결 가능성이 없어보였습니다. 여전히 신(神)중심의 종교가 현대사회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역사적 사례를 살펴보아도 그러한 종교에 의해 평화가 달성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평화는 자신들의 신을, 절대적 가치기준을 버려야만 가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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