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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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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86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3-09-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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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3-09-09 15:27 조회 4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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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잘해라

남기신 가르침대로 모두가 함께 걷기를


 우리는 때때로 기억해야 할 것을 잊고, 부질없는 것을 기억한다. 한 사람의 삶에 있어서 또한 시대의 역사에 있어서도 그렇다. 기억은 자신의 동질성을 지켜주는 힘이고 기억의 축적은 역사를 이룬다. 그런 점에서 위대한 자취를 남긴 사람이 살아간 기록은 집단이 공유해야 할 기억이기도 하고 함께 나누어야 할 가치관의 총체이기도 하다. 원정 대성사 일대기 작업을 하면서 그 점을 더 확실히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다. 

 

 우리가 지낸 지난 100년 전후의 흐름이 워낙 격변의 연속이라 혼란 속에 사라져버린 자취와 흔적들이 남아 있는 것보다 많은 실정이다. 그러니 망각은 기본이고 그 망각에 힘입어 과거를 세탁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친일파가 독립운동가로 둔갑하고 밀정이 고매한 인격으로 포장된 역사를 우리는 흔히 보아왔다.


 대성사님의 전기 작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처음 고민했던 것은 그의 남아 있지 않은 해방 이전의 흔적이었다. 이력서의 기록으로만 보면 당연 친일을 했으리라 의심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기록을 찾고 흩어진 역사의 흔적에 하나하나 살을 붙여가다 보니 우리가 잊고 있던 광복을 위한 치열한 투쟁의 삶이 그 속에 있었다. 

 

 흔히, 독립유공자 포상을 대성사님의 선친이 받은 터라 나머지 가족들은 독립운동을 지켜만 보았으리라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성사님 나이 6살 때 두 발로 만주를 향해 걸어간 그 순간부터 내몽골의 비바람을 맞아가며 시련의 삶을 견뎌내던 때까지, 그 모든 시간을 온몸으로 독립운동을 했던 것이다. 가족 모두가 조국의 독립이란 대의를 위해 자기 배를 채울 거친 수수밥도 동포들과 나누며 총을 들거나 밀명을 전하거나 일본군의 동정을 살피는 일까지 어떤 형태로든 독립전쟁의 일원으로 싸웠다. 명백한 사실이다. 


 여기까지가 명료해지자 대성사님의 종교적 입장과 목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고난의 시대, 고통 받는 민중이 가야 할 길을 오랫동안 잊혀졌던 밀교라는 수행의 가르침에서 찾아낸 것이다. 이상과 현실이 모순되지 않고 몸과 마음과 말이 한결같이 조화를 이루어 다 함께 부처가 되는 시대를 꿈꾼 것은 그의 살아온 자세와 마음속 심지를 살펴보면 당연한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구한말부터 한국전쟁 전후까지, 해결할 수 없는 이 땅의 문제들에 대해 종교에서 답을 찾으려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그 시절이 한국 신종교의 황금시대이기도 했고, 총지종처럼 과거를 딛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한 가르침도 등장했다. 정치와 무력으로 풍비박산이 된 현실을 살피면서 현자들은 종교적 가치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대성사님도 민족의 고난과 가족의 역경 속에서 자연 그 길을 걸어갔다고 보았다. 물론 그분께서 마음에 새겼던 천하 구제의 큰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나의 좁은 소견일 수도 있다.

 일대기 작업을 하면서 안타깝고 아쉬웠던 것은 이 작업을 조금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하는 점이다. 다른 마음 밝은 이가 먼저 나서서 진즉 대성사님을 기억하는 이들을 만나고 듣고 전해 온전한 일대기를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슬픔이 있었다. 하나 슬픔은 그대로 묻기로 하고, 실낱만큼이라도 남은 이 기억의 조각들을 더 이상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성사님이 남기신 가르침대로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진리의 길을 모두가 함께 걷기를 바란다. 그 길은 누구에게나 마음의 힘이 되리라 믿는다. 다 함께 진리를 향해 나아가길 바라며. 옴마니반메훔. 김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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