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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행원에 담긴 생명이야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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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75호 발행인 우인(최명현) 발간일 2022-10-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문화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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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한주영 필자법명 - 필자소속 불교환경연대 필자호칭 사무처장 필자정보 -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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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2-10-11 16:12 조회 7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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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생명살림 경전이야기 (13회)

보현행원에 담긴 생명이야기③

“수희공덕은 다른 사람이 복을 짓는 것을 진심으로 찬탄하고 기뻐하면 그 복을 지은 사람과 똑같은 복을 받는다는 가르침이다.”

선남자여, 또한 남이 짓는 공덕을 함께 기뻐한다는 것은 진법계 허공계 시방삼세 모든 부처님세계의 아주 작은 티끌 수 만큼 많은 여러 부처님께서 처음 발심하실 때로부터 모든 지혜를 위하여 부지런히 복덕을 닦을 적에 몸과 목숨을 돌보지 않기를 불가설 불가설 부처님세계의 아주 작은 티끌 수만큼 많은 겁을 지내고 낱낱 겁마다 불가설 불가설 부처님세계의 아주 작은 티끌 수만큼 많은 몸과 목숨을 버리고… 모든 부처님이 위없는 보리를 성취하며 내지 열반에 드신 뒤에 사리를 나누어 주실 때까지의 모든 선근을 내가 다 함께 기뻐하길 바라며 저 시방 모든 세계의 육도에서 네 가지로 생겨나는 모든 종류의 중생들이 짓는 한 티끌만 한 공덕이라도 모두 함께 기뻐할 것이며…열 가지 보현행원 중 다섯 번째 수희공덕원(隨喜功德願)이다. 


불교의 독특한 교리 중 하나인 수희공덕은 다른 사람이 복을 짓는 것을 진심으로 찬탄하고 기뻐하면 그 복을 지은 사람과 똑같은 복을 받는다는 가르침이다.

이것은 우리 속담에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과 정반대에 있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상호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누군가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원망하는 부정적인 마음을 일으키고 그런 말과 행동을 하면 다른 사람들도 그 사람을 따라 하기 쉽다. 그러면 공동체는 다툼과 경쟁과 갈등으로 치닫는다. 불교에서는 공업이라는 개념이 있다. 개인적으로 짓고 받는 업을 개업(個業) 또는 불공업(不共業)이라고 하고 공동으로 짓고 받는 업을 공업(共業)이라고 한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 연기(緣起)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내가 짓는 행위는 개인적으로 짓고 받는 개업인 동시에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업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수희찬탄하는 것은 공동체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큰 힘이 있다. 수희는 함께 기뻐한다는 의미로 불이(不二)의 연기, 공(空)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실천 개념이다. 따라서 우리가 수희공덕을 실천한다면 우리 사회는 서로 돕고 화합하고 협력하는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수희할 것인가? 보현보살은 부처님께서 처음 발심하실 때로부터 열반에 드신 뒤에 사리를 나누어 주실때까지의 모든 선근을 다 함께 기뻐하겠다고 했고, 또한 육도 윤회하는 4생(四生:胎卵濕化)으로 생겨나는 모든 종류의 중생들이 짓는 한 티끌만한 공덕이라도 모두 함께 기뻐하겠다고 했다. 여기서 필자는 보현행원의 생명가치에 대한 큰 가르침을 받는다. 태와 알과 습기로 태어나고화하여 태어난 모든 종류의 중생이 짓는 한 티끌만한 공덕을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함께 기뻐한다는 것의 의미가 실로 깊게 다가온다. 


영화 “우리가 알던 세상은 끝났다(Normal Is Over)”는 기후변화, 식량 생산 통제, 천연자원 고갈, 소득 불평등과 같은 여러 문제들을 다루며,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대응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에서는 핵심동물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 종이 다른 종들의 생존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끼리가 풀을 헤치고 지나가면 다른 작은 동물들이 다니기 좋은 길이 만들어진다, 그리고코끼리의 덜 소화된 배설물은 다른 많은 동물들의 좋은 먹이가 된다, 마찬가지로 벌은 수많은 식물이 열매를 맺고 종을 번식하고 또 다른 동물들에게 먹이를 제공한다. 하지만 인간은 생태계에서 핵심종이 아니다.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고 다른 생물종들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가 인간이다. 지금 인간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크다. 그러므로 적극적으로 생태계를 보호하고 살리는 일을 하는 핵심인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는 인공적인 것들에 둘러싸여서 자연에서 멀어져 있다. 그래서 과거 농경사회처럼 자연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기도 매우 어려워졌다. 또한 상품시장경제에서는 돈이 가치를 대신하므로 물질에 담긴 고유한 가치를 덮어 버린다. 우리에게 감사함을 빼앗아 가고 끊임없이 돈을 추구하게 만듦으로써 마음의 여유를 잃고 인간관계는 끊어지고 외롭고 불안해진 고립된 자아는 그래서 더욱 돈에 집착하게 된다. 이러한 때에 보현행원의 수희공덕품은 더욱 소중하다. 지금 우리의 일상을 성찰해보자. 나의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이 실은 자연에서 왔으며 감사하고 함께 기뻐할 것들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앞에서 말한 영화에서도 잠시 소개되지만 남아프리카 반투어로 ‘우분투’라는 말이 있는데 ‘네가 있으니 내가 있다’는 말이라고 한다. 불교의 연기사상과 상통한다.

경쟁하고 대립하는 사회를 서로 돕고 협동하는 사회로 만드는 말 ‘우분투’처럼, 우리에게는 보현행원의 수희공덕원이 있다. 누군가 잘한 것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는 공덕, 인간뿐만 아니라 작은 생명체의 티끌만한 공덕이라도 모두 함께 기뻐하는 공덕을 짓겠다고 원하고 실천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우선 내가 기쁘고 내가 행복해진다. 그리고 나로 인해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의 에너지가 전해진다. 우리 사회가 덜 경쟁적이 되고 존재의 가치를 덮어버리는 돈에 덜 중독되고 모든 존재의 본질적 가치를 발견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평등해지며 인간 이외의 존재들까지도 존중받고 배려받는 세상이 된다. 생태계가 복원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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