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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가 일상인 나라, 진리를 향한 일은 ‘영광과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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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44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03-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기획특집 서브카테고리 미얀마 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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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천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김천 작가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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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5-21 18:50 조회 4,5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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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가 일상인 나라, 진리를 향한 일은 ‘영광과 축복’
김천 작가의 미얀마 순례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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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무니 파고다


만달레이 최고 성지 마하무니 파고다

만달레이는 양곤에 이어 미얀마 제2의 도시이다. 미얀마의 마지막 왕조가 있었던 탓에 민족적인 분위기가 강한 곳이며 아직도 상업과문화, 종교의 중심역할을 해낸다. 만달레이에서 가장 유명한 성지는 마하무니 파고다. 파고다 중앙에 석가모니불상을 모신 곳이다.

전설에 따르면 이 불상은 부처님의 실물상과 가장 흡사하다고 한다. 인도 변방인 지금의 방글라데시 어디쯤에 있던 딘야와디 왕국 국왕의 발심과 청으로 부처님이 방문하여 일주일동안 법문을 하신 적이 있는데, 왕은 부처님 상을 만들었으니 그것이 마하무니 파고다의 부처님상이라 전해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불상은 만달레이로 이운되어 지금의 자리에 모셔졌다. 역사적인 진위를 알 수 없으나 미얀마 사람들의 신심은 모두 이 부처님상을 향하고있어 미얀마 전역에서 성지순례의 발길이 그치지 않는다.

우리 돈 2,000원 정도를 주면 금박종이 다섯장을 주는데 남자들은 불상에 나아가 금을 붙인다. 하루 종일 긴 줄이 이어지고 관습 탓에 부처님 전에 다가가지 못하는 여자신도들을 위해 대리인들이 금을 붙여준다. 금을 붙이는 장면은 밖에서 대형 텔레비전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높이 4미터의 황금불상에 계속 금을 붙이고 또 붙여 불상은 울퉁불퉁해졌지만다만 부처님의 얼굴만은 깔끔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새벽이면 부처님 얼굴을 닦는 세안식이 마하무니 파고다의 뜻 깊은 의식이 됐다.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과 몸짓은 간절하다. 부처님이 신심의 푯대가 되어 이 거친 삶의 바다를 온전히 건널 수 있다는 확신을 그들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다. 중심을 향해 눈길을 떼지 않는 파고다 안의 정경과 달리 주변 풍경은 놀이마당과 같았다. 가족과 마을주민들이 함께 와서 쉬고 먹고 즐겁게 이야기하는 자연스러움이 파고다에 넘쳐흐른다. 내면은 엄숙하나 바깥 모습은 생동감 있고 흥겹다. 절은 이렇게 언제 찾아와도 편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파고다 주변에 화려한 무리가 나타났다. 화동들이 뿌린 꽃잎을 천신의 모습으로 치장한 소년들이 밟고 지나갔다. 아름답게 치장한 그들의 부모가 발우와 가사를 들고 뒤따르고 있다. 미얀마의 출가의식인 신뿌의 모습이다. 열살 안팎의 소년들은 부모의 축복 속에서 삭발하고 사미계를 받아 스님이 된다. 신심의 고향인 마하무니 파고다를 찾아 출가하는 이들의 모습을 하루에도 여러 차례 자주 볼 수 있다.


부모의 축복 속에 삭발과 사미계 수지

시골마을에서는 동네축제로 풍악을 울리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성스러운 삶의 길을 걸어갈 수행자의 탄생을 축복한다. 출가하기 위해 남의 눈을 피하고 부모의 만류를 물리치며 도망치듯 떠나야하는 그런 풍경이 아니다. 부처님 앞으로 나가는 것, 진리를 향해 다가서는 일은 영광과 축복이 함께한다. 신뿌를 통해 출가한 이들은 사미계를 받고 승원에서 생활한다. 단기출가라고 알려졌지만 딱히 기한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승원의 삶이 자신과 맞으면 출가자로써 지내다가 성인이 되면 비구계를 받고 평생 스님으로 살아간다.


미얀마에서 출가는 자연스런 일이다. 어른들도 세속의 삶을 거두고 출가자가 되겠다 결심하면 발우와 가사를 마련해 계를 받고 출가할 수 있다. 출가가 일상이며, 출가자는 사시에 때를 맞춰 탁발에 나서고 종일 경전을 공부하거나 명상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것이 맞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계를 돌리고 세속으로 가는 일도 자연스럽다.


만달레이가 미얀마 불교에서 차지하는 중요함은 쿠도도 파고다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비교적 시내 중심부 왕궁 뒤편에 위치한 쿠도도 파고다는 황금불탑을 중심으로 석경을 모신 흰전각들이 줄지어 있다. 19세기 말 영국의 침략으로 왕국이 망해가던 때 외세의 힘으로 불법이 사라질 것을 걱정해 2400여 비구들이 모여 빠알리 삼장을 모아 교열하여 하얀 대리석판에 새겼다. 석판 조각에만 7년이 걸린 큰 불사는 쿠도도에 남아 지금까지 전해진다. 이것을 불교사의 제5차 결집이라 부른다.

세상이 고통으로 가득차고 진리는 탐욕과 폭력으로 사라질 위험에 처할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인도 남쪽으로 전해진 가르침은 스리랑카에서 제3차 결집을 통해 패엽에 경전을 새겼다가 쿠도도에 석장경으로 남았고, 북으로 전해진 대승의 가르침은 사막과 설산을넘어 고려 땅으로 와 팔만대장경판으로 남겨졌다. 그렇게 지켜낸 경전은 지금도 우리를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인도하는 길잡이가 됐다. 쿠도도 파고다의 석장경판 앞에서면 고난의 역사를 넘어 진리를 지키겠다는 미얀마인들의 심정을 느낄 수 있다.


재물은 수행과 공덕의 수단이 된다

신뿌를 통해 출가한 사미들은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평생 승원에서 공부하는데 만달레이에는 1000명 이상의 사미들이 수행하는 마하간다용 수도원이 있다. 10시에 시계탑 종이 울리면 승방에서 공양간을 향해 걸어가는 사미승행렬을 볼 수 있다. 지금은 중국과 대만, 타이에서 온 관광객이 몰려 탁발에 공양한다. 사미들이 의발을 갖추고 고요히 걸어가면 신도들은 그 수행이 온전하기를 바라며 공양물을 건넨다.

탁발은 단순히 물건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수행자는 자신이 무엇에 의지해 공부하는가를 마음을 다해 새기며 재가자는 기쁜 마음으로 공양물을 바쳐 마음 닦는 수행을 한다. 욕망을 따르지 않고 고요하고 거룩하게 탁발에 나섬으로써 공양받기가 부끄럽지 않도록 거듭 되새길 수 있다. 공양은 과거의 부처님과 현재의 부처님과 미래의 부처님, 그리고 불법을 수호하는 모든 존재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바치는 원력의 행동이니 그야말로 성스러운 희사이다. 마하간다용 수도원에서 뿐 아니라 미얀마의 마을과 저자거리에서 사시가 되면 탁발하는 스님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재물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행과 공덕의 수단이 된다.

만달레이는 미얀마 상업의 중심이지만 오후 늦은 시간이 되면 가게 문들이 닫힌다. 저녁 5시쯤이면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해가 지면 도시는 고요하다. 밤을 새워가며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 하는 거친 욕망의 전쟁터와는 거리가먼 모습이다. 허겁지겁 벌어 부처님 가르침을 지키는 일에 값지게 공양할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만달레이의 탁발행렬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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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도도 파고다의 석장경을 모신 전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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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무니 파고다 황금불상                                                    쿠도도 파고다의 석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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