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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 아제 바라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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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52호 발행인 법공 발간일 2004-02-02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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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선미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총무국장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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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11 07:57 조회 3,8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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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 아제 바라아제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며 - 공업중생

세월은 나이에 제곱으로 빨리 간다고 한다. ‘미군장갑차에 깔린 여중생을 애도’ 하는 촛불로 새해를 시작하였는데 어느덧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가 되었다. 어느 직장이나 비슷하 겠지만 요즈음 나는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의 계획을 세우는 시간으로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 마무리를 잘하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잘하는 것과 연관 되어 있다는 것을 유념하며 1년 동안의 활동에 대한 긍정성과 부정성을 되새겨 보니 자연스 럽게 우리 모두가 함께 겪었던 지난 한해가 스펙트럼처럼 펄쳐졌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하던 날! 고통에 대한 연민과 무기력 감으로 심한 공허감에 빠졌던 일이 가장 먼저 생각났다. 지금 이 순간 전쟁 속에서 죽어가는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도 별 소용없다는 무력감에 괴로웠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 는 무엇이라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 손잡고 촛불집회에 가거나 단체들이 모여 ‘전쟁반대 걷기시위’ 를 벌이거나 ‘전쟁과 평화에 대한 다양한 토론회’ 를 갖거나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한반도의 평화 유지’라는 논리 앞에 사회적 으로 크게 힘을 갖지는 못하였다. 그때 나는 ‘우리의 평화 를 지키기 위해 다른 존재의 평화가 짓밟히는 것에 눈감아도 되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많은 사람들이 침묵하는 것을 보 고 힘들어했다.

지난 한 해는 또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많았던 해이기도 하다. 환경운동에 새로운 방법론으로 접근한 ‘새만 금 간척사업 반대 3보1배 정진’, ‘북한산 관통 도로 설치 반 대운동’ ‘천성산 살리기를 위한 단식과 도룡뇽 10만인 소송 인단 운동’ ‘부안 핵폐기장 설치 반대 운동’ 등 굵직한 환경 현안들이 연이어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하였다. 여러 가지 논 란은 많지만 이러한 활동 덕분에 ‘환경문제’ 를 중요한 사회 적 공동 과제로 인식하게되었다고 본다. 최근 들어 친환경 공익광고와 다양한 환경 다규멘터리의 증가는 이러한 시대적 조류를 반증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제 환경 친화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지속된 경기침체니, 자고나면 늘어나는 여, 야당의 비리니, 파행적 국회운영이니, 사상최대 청년실업률이니, 이런 것도 일년 내내 들어왔던 것 같다.

뉴스나 신문만 보면 화가 난다. 아버지가가 아이를 한강에 빠뜨리질 않나, 카드빚 때문에 연일 사고가 나는 것도 모자라 조류독감으로 닭이며 오리가 생매장 당하고 있다. 거기다 ‘이라크 파병결정’의 국회 동의가 곧 있을 전망이다. 이젠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세상에 대해 우울하다.

직장에서 얘기를 하다보니, 이런 우울증이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앓고 있는 우울증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것이 지옥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는 얘기까지 오고 갔다.

‘왜, 우리는 원치 않는데도 전쟁과 폭력과 미움 속에서 살아야 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공업중생이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어딘가에서 전쟁과 증오가 있다면 그것의 업보는 모두에게 돌려지는 것은 아닐까? 특별히 우울해할 이유가 없는 어느 날, 마음이 무거운 것은 폭력의 파장이 너무 커서 우리 모두 그 세력 범위에 갇히게 되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참으로 마음이 답답해진다.

하지만, 어찌하랴! 작지만, 희망의 불씨를 품을 수밖에. 어 렵지만, 무엇인가를 할 수 밖에.

새해에 작은 희망의 불씨가 되길 바라면서…… .

우울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는 욕계 세상에서 서로 몸을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공업중생임이 분명해 진다. 그렇다면 각자 생활 속에서 소박한 선업을 지어가려는 원을 세워봄이 어떨가 싶다. 당장은 그 업력의 행방을 알 수 없지만 어디에서 누군가에게 기쁨의 씨앗으로 피어나길 희망하면서...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총무국장/ 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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