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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가 지나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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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49호 발행인 법공 발간일 2003-10-01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한보살의 아름다운 세상 서브카테고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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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한주영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불교연구개발원 연구과장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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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05 09:07 조회 1,4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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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가 지나간 자리

태풍 매미는 59년 태풍 사라에 맞먹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태풍이었다. 특히 마산시내가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하고, 홍수로 집이 쓸려 내려가고 공장이 무너지고 배가 육지 로 올라와 마을을 덮치는등 엄청난 물적 인적 피해를 가져 왔다.

해군에서는 미리 태풍의 위력을 감지하고 군함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 정박하여 피해가 없었다고 하고, 어느 지역에서는 한 공무원의 노력으로 미리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 고 한다. 이렇듯 예측 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지역에서는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할 것이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이점을 일본이나 미국 등과 비교하며 우리나라의 위기관리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였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수해지역에 달려가 복구활동을 돕는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수해성금을 모아 서로 돕는 정을 나누고 있다. 또한 정부에서는 특별재해지역을 선포하 여 지원규모를 확대하였다. 피해지역에서는 어려운 가운데 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쓰레기를 치우고 비닐하우스를 다시 세우고, 끊어진 다리를 잇는 등 피해복구를 위한 작업 이 한창이다.

태풍 매미가 지나 간 자리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과 지금 시점에서 행할 수 있는 실천 방법들이 다 나온 듯 하다.

그러나 우리 불자들은 한 가지 더 생각하고 해야 할 일이 있다. 모든 것은 무상하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자기 마음 속에서 집착의 고리를 끊는 작업이다.

도시 하나가 바닷물에 잠기는 것이나, 홍수가 마을을 휩 쓸고 지나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분에 불과하다. 그 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이다. 그리고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는 모든 것이 한갓 쓰레기로 변하고 말았다. 거기에 의지하고 집착할 무엇이 있겠는가?

부처님께서 일찍이 인생무상을 말씀하셨지만, 정말로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뼈저리게 인생무상을 생각할 기 회가 또 있겠는가? 지혜로운 사람은 모든 인간은 반드시 죽 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사유를 통해 안다. 그 다음 지혜로운 사람은 어디선가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모든 사람 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안다.

그다음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가까운 사람이 죽었을 때 비로소 깨닫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자신이 죽음에 임 박해서야 깨닫는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부처님 당시에서부 터 무상을 깨닫고 집착을 여의기 위한 수행을 하기 위해 일부러 시체 옆에서 수행을 하거나 무덤가에서 수행을 하곤 했다.

태풍 매미가 지나간 자리에서 또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은, 우리는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이 세상의 모든 존재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연 기의 법칙이다.

열대 해양에서 생긴 수증기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강력한 에너지로 다가온 것이 태풍이다. 태풍만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 아 니라, 인간의 삶이 또한 지금의 태풍을 만들었다.

우리가 비록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에서도 우리는 이세상의 모든 존재와 연관되어 있고, 우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내가 가진 선한 의지와 행동과 말이 주위를 돕 고, 내가 가진 악한 의도와 행동과 말이 주위에 상처를 입힌다.

태풍 매미가 지나간 자리에서 무상과 연기의 진리를 배울 수 있고, 그 깨달음으로 세상을 도울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한주영/불교연구개발원 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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