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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암과 수햄이 살아 있는 홤금불탑의 나라 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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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43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02-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기회특집 서브카테고리 미얀마 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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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김대우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김대우 작가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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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5-21 07:44 조회 5,35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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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암과 수햄이 살아 있는 홤금불탑의 나라 미얀마
김대우 작가의 미얀마 순례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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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곤의 삼대 파고다는 쉐다곤, 술레, 보타타웅 파고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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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타타웅 파고다 안에 모셔진 부처님 보발 사리구                                      시내 어디서나 탁발나온 스님들을 볼 수 있다.

 

<프롤로그> 열에 아홉 명 이상이 불교를 믿는 나라. 국토 어디에서도 불탑을 볼 수 있는 땅. 보시와 시주가 일상인 사람들, 그곳이 미얀마이다. 미얀마의 별명은 황금불탑의 나라이다. 그만큼 부처님에 대한 신앙과 수행이 살아있는 곳이다. 시대의 변화와 세월의 질곡을 겪기는 하였지만 미얀마의 불교는 부처님 당시의 모습을 거의 흡사하게 간직하고 있다. 미얀마를 돌아보면 불교의 시발이 어땠는지 알 수 있다. 미얀마 사람들이 지키는 불심과 수행과 신앙은 어떤 모습인지 미얀마 순례기를 통해 짚어본다.

양곤은 언제나 미얀마 심장부
현재 미얀마의 수도는 네피도. 그 전에는 양곤이었고, 또 그 전에는 만달레이가 나라의 중심이었다. 수도는 옮겨갔지만 양곤은 언제나 미얀마의 심장부 역할을 했다. 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으뜸가는 까닭은 그곳에 쉐다곤 파고다가 있기 때문이다. 황금언덕이란 뜻의 쉐다곤은 미얀마의 상징이다. 외국 침략군대의 약탈과 지진, 숱한 재난이 스쳐지나 갈 때마다 미얀마 사람들은 쉐다곤을 재건했다. 처음에는 대략 16미터 높이로 세워졌던 불탑은 어느 때 여왕이 자신의 몸무게만큼 황금을 보시하여 치장한 이후 역대 왕들이 앞 다투어 금과 보석을 희사하였다. 지금은 대략 112미터 남짓한 거대한 황금불탑으로 우뚝 섰다.
쉐다곤의 가치는 불탑을 장엄한 황금과 보석 때문이 아니다. 전 세계 어떤 불탑과도 구별되는 그곳만의 독특함이 있다. 대부분의 불탑은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다. 부처님의 입멸 후 쿠시나가르에서 다비를 마친 후에 유골을 나누어 인도 각지에 8개의 대탑을 세웠다고 전한다. 뒤늦게 온 나라들은 화장터에 남은 재와 흙을 소중히 모셔가 탑을 세웠다.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불교 유적과 불탑들은 대개 그런 인연을 지녔다. 그러나 쉐다곤에는 부처님 생시의 머리카락을 안치하고 있다.

부처님 생시의 머리카락 안치
율장인 마하박가에는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직후 깊은 환희에 머물 때 근처를 지나던 상인 따뿟사와 발리까 형제가 보리 가루와 꿀로써 첫 공양을 올렸다고 전한다. 그들은 부처님과 가르침에 귀의하고 최초의 신자가 됐다. 형제는 미얀마 출신이고 당시 부처님께 받은 머리카락 8가닥을 모셔와 세운 것이 쉐다곤 파고다이다. 그러니 쉐다곤은 미얀마 사람들의 자부심과 신앙의 심장이다.
미얀마는 대부분 승원과 파고다가 분리돼있다. 불교신자들은 신앙의 대상인 부처님을 기리기 위해 파고다를 찾는다. 승원은 승려들이 경전을 공부하고 수행하는 곳이다. 평소 신도들이 승원을 찾을 일은 없고 탁발 때 시주를 하거나 특별한 가르침을 듣기 위해서 찾아간다. 신앙의 공간은 파고다이고, 파고다에는 일반적으로 상주하는 승려들이 없다. 이방인들이야 색다른 관광지로써 찾아가는 곳이지만 미얀마 사람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수행하기 위해 파고다를 찾는다. 파고다는 늘 붐빈다. 파고다를 둘러보면 미얀마 사람들이 불교를 어떻게 믿고 수행하는 지를 살펴볼 수 있다.

파고다에 오면 동서남북에 있는 법당 중 마음에 닿는 곳에서 일단 참배를 한다. 쉐다곤 파고다의 경우 북쪽 법당에 석가모니부처님을 모셨고 다른 법당에는 과거불의 유품들을 모셨다고 한다. 사람들은 앉은 채 삼배를 올리고 경전을 읽거나 묵묵히 명상을 한다. 스님들은 불전 앞에 마련된 자리에서 삼배를 하고 역시 경을 외거나 명상에 잠겨있다. 향과 초를 피우는대신 꽃을 바치는 이가 있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고요히 일어나 파고다를 돌아 순례를 한다. 대부분 그게 끝이다. 따뿟사와 발리까 형제처럼 파고다에서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고 그 가르침대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명상한다. 파고다 주변에 자신이 태어난 요일을 상징하는 불상이 있어 물을 부어 정화 의식을 하는 이도 있고, 군데군데 있는 종을 쳐보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파고다 주변을 돌고 어떤 이는 파고다를 향해 앉아 바라보거나 명상에 잠긴다. 천 배 삼천 배를 하는 사람도 없고 큰 소리로 염불하는 이도 없다. 사념처에 관한 가르침이거나 고통과 고통을 벗어나는 길에 대한 경전 등을 외울 뿐이다. 경전은 짧고 간단하다.

쉐다곤과 술레 그리고 보타타웅
양곤에는 세 곳의 유명한 파고다가 있는데, 쉐다곤과 술레 그리고 보타타웅이다. 술레 파고다는 시내 한복판 시청 옆에 있고 보타타웅은 강가에 있다. 부처님의 보발은 뱃길을 따라 미얀마로 와서 보타타웅에 잠시 모셔졌다가 술레 파고다를 거쳐 쉐다곤에 안치됐다. 보타타웅에는 그 중 한 가닥을 모셨다고 전해졌는데, 2차 세계대전 중 영국군의 포격으로 파손된 후 재건하는 과정에서 보발이 발견됐다. 지금은 파고다중 유일하게 내부로 들어가 멀리서나마 부처님 보발을 친견할 수 있다. 보타타웅 파고다 외부에는 부처님의 치아사리를 친견할 수 있게 공개돼 있다.
술레 파고다에 들렀을 때 인상 깊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임종을 앞둔 듯 병든 부모를 자식들이 모셔왔다. 거동조차 힘들었지만 겨우겨우 홀로 일어나 부처님께 절하고 도움을 받아 불탑 앞에 나가 한참을 앉았다 돌아갔다. 죽음의 순간이 오면 그는 부처님께 참배한 바로 그 순간을 돌이켜 안도할 것이다. 이른 아침 아마도 상인인 듯한 이는 탑 앞에서 좌정하고 앉아 명상에 들었다가 조용히 일어서 세상으로 돌아갔다. 아무 말 없이 불탑을 한 바퀴 돌고 돌아가는 이들도 줄을 이었다. 부처님 앞에 나아가 가르침을 새기고 잠시 자기 마음을 돌아보다 가는 것이 그들의 일상인 것이다.
양곤 시내에는 식민지 시대의 거대 교회와 가톨릭 성당, 이슬람과 힌두교 성전, 심지어 도교 절까지 온갖 종교의 공간들이 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당당히 서있다. 절이 있는 곳은 골목어귀에 불교기가 걸려있다. 양곤은 역동적인 도시라 낮은 붐비고 번잡스럽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복잡한 속에서도 시간을 내서 파고다를 찾는다. 그리고 잠시 마음을 멈추고 자신을 돌아본다. 그것이 미얀마 불교의 정체성이자 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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