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경전의 말씀
페이지 정보
호수 243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02-01 신문면수 4면 카테고리 지혜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 필자법명 법상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법상 정사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5-21 07:32 조회 5,254회본문
연명의료 21
쟈타카 ‘부처님 전생이야기’ 중 부처님이 깨닫기 전 보살이었을 때의 이야기다.
어떤 왕의 아름다운 왕비가 죽었다. 왕은 장사를 지내지 않고 왕비의 시신을 관에 넣어 부패하지 않도록 미라로 만들어 보며 일주일 동안 세수도 하지 않고, 정무도 보지 않았다. 왕의 가족이나 신하가 와서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았다. 또 선지식이 와서 아무리 무상과 무아를 설명해도 듣지 않았다. 이때 부처님은 보살로 있었었을 때 5신통을 구족했다.
석가보살은 왕을 제도하고자 한 신하에게 왕비를 만나게 해줄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 말을 국왕에게 전하자 크게 기뻐하며 보살에게 그의 왕비를 꼭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보살이 “지금 왕비는 죽어서 쇠똥구리 곤충으로 태어났다. 왕비는 자신의 미모를 자만하여 선업을 짓지 못하였기에 암컷 쇠똥구리로 태어난 것이다.”라 말했다. 그러나 왕은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러자 보살이 말했다.
“내가 쇠똥구리에게 말을 시켜 볼 테니 잘 보시라.”
이렇게 말하고 신통의 힘을 이용하여 쇠똥구리에게 물었다.
“너는 전생에 누구였는가?”
“나는 전생에 왕비였다.”
“너는 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왕비였을 때 나는 왕과 함께 즐거운 세상을 보냈다. 그러나 지금은 새로운 짝을 만나 잘 지내고 있다. 나는 전생의 왕이 안중에도 없다. 만일 할 수 있다면 저 왕을 죽여 나의 수컷에게 피를 발라 먹게 해주고 싶다.”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은 왕은 신하들에게 왕비의 시신을 즉시 치우라고 명했다. 곧 왕은 새로운 부인을 맞고 정무를 보게 되었다.
이처럼 불교에서는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죽음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쟈타카의 ‘뱀의 경’에 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부처님의 전신인 보살이 한 전생에서 농가의 가장이었다. 부인과 아들딸, 하녀가 있었는데 아들이 장가를 가서 며느리가 들어오니 총 여섯 명의 가족이 살게 되었다. 가장은 평소 가족들과 모두 보시행을 즐기고 계율을 잘 지켰다. 또한 그믐과 보름날 포살을하여 죽음에 대한 마음 챙김을 잘하고 있었다.
어느 날 보살은 아들과 함께 밭에 불을 놓았고 밭에 있던 뱀이 놀라면서 아들을 물었다. 아들이 그 자리에서 즉사하자 보살은 아들을 한 곳에 눕게 하고 자신의 옷을 벗어서 아들에게 덮어 주었다. 때 마침 이웃사람이 지나가자 보살이 부탁을 했다.
“우리 집에 가거든 처에게 오늘은 도시락 두개를 가져 올 필요가 없으니 하나만 보내라. 그리고 온 가족이 옷을 깨끗하게 입고 향과 구슬을 가지고 오라.” 고 전했다.
그 보살 부인은 이웃이 전하는 말을 듣고 아들이 죽었음을 직감했다. 평소 죽음에 대한 알아차림을 공부했기에 전혀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지 않았다. 다른 가족들도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살은 평소처럼 밥을 먹고 나무를 모아 불을 붙여서 아들을 화장시켰다. 그때 하늘에서 제석천이 이 광경을 보고 보살에게 내려와 물었다.
“그대는 아들이 죽어 장례를 치루고 있는데 어찌 슬퍼하며 울지 않습니까?”
그러자 석가보살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 세상과 인연이 다하여 몸이 필요가 없어져 버리고 가는 것일 뿐인데 무엇을 슬퍼하고 운단 말이오?”
그리고 게송으로 “나는 슬퍼하지 않나니 그는 제갈 곳으로 이미 떠났네.”라고 말했다. 제석천은 다시 보살의 아내에게 ‘아들이 죽었는데 왜 울지 않는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울지 않은 이유를 게송으로 말했다.
“그는 부르지도 않았는데 저 세상에서 왔다가 말없이 이 세상을 떠났네. 올 때도 인사 없이 스스로 왔다가, 갈 때도 인사 없이 스스로 갔구나! 그는 떠나갔나니 여기에 그 어떤 슬픔이 있겠는가? 불에 타는 그 사람은 친족의 슬픔을 알지 못한다네. 그러므로 나는 슬퍼하지 않나니 그는 갈 곳으로 이미 떠났다네.”
‘죽음’이란 생명 기능이 끊어진 것뿐이다. 따라서 다음 생을 위해 준비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죽음은 그러한 면에서 의미가 있다. 즉 ‘한 삶에서 또 다른 삶으로의 이동’이 죽음이란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