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의 일체 모든 괴로움을 내가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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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47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06-01 신문면수 6면 카테고리 봉축 기획특집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박재원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6-03 12:56 조회 5,281회본문
‘삼계의 일체 모든 괴로움을 내가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
‘천상천하유아독존’ 탄생게는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일대 선언
1975년 부처님오신날 공휴일로 첫 지정
고려말 사월초파일 팔관회 연등회 시작
부처님오신날은 음력 4월 8일로 2020년 올해는 양력 4월 30일이었으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확산 예방 차원에서 불교계는 음력 윤 4월 8일인 5월 30일로 모든 봉축 일정을 조정해왔다. 바이러스의 위력은 그 기세를 전혀 꺾지 않았고, 이로 인해 부처님오신날을 찬탄하는 봉축행사는 취소되거나 대거 축소되었다. 아쉬움이 많은 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을 보내며, 부처님의 탄생과 깨달음을 돌아보고 코로나 정국에 이 땅에 오신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
탄생 설화와 탄생 게
부처님의 생애를 이해하는 것은 가르침에 대한 더욱 철저한 이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어느 종교나 비슷하지만 교조에 대한 이야기 들은 시대가 지남에 따라 신화적으로 윤색되는 경우가 많다.
부처님께서는 태어나자마자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며 한 손으로는 하늘을, 또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그 유명한 탄생게(誕生偈)를 외쳤다고 한다. 그러면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는 이 이야기는 도대체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부처님의 전기를 전하는 경전 가운데는 이상과 같은 구절 다음에 삼계개고오당안지(三界皆苦吾當安之)라는 구절이 이어지는 것도 있다. 즉 온 세상이 모두 괴로움에 잠겨 있으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하게 하리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 구절에 담겨 있는 의미를 말 그대로 풀이해 보면 부처님과 비견할 수 있을 만큼 위대한 분은 어디에도 없으며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것은 오직 세상 사람들을 온갖 괴로움으로 부터 건지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불교의 가르침에 의하면 우리 모두는 스스로의 노력 여하에 따라 최고의 진리를 깨닫고 석가모니 부처님과 똑같은 부처님이 될 수 있는 존재다. 따라서 하늘 위와 하늘 아래에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는 그 ‘나’는 비단 석가모니 부처님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선언은 이 세상 모든 존재 가운데 가장 고귀한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라는 그야말로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일대 선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초전법륜, 깨달음을 선포
싯다르타 왕자는 궁전에서 향락의 세월을 보내다가 29세에 노인, 병자, 죽은 자, 수행자를 만나는 사문유관(四門遊觀)의 경험을 한 후 최상의 선(善)을 찾아 왕자의 신분을 버리고 출가한다. 출가 후 두 명의 명상가 알라라 칼라마와 웃다카 라마풋타에게 각각 무소유처(無所有處)와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라는 명상의 경지를 배웠다. 하지만 이 두 명상의 경지가 자신이 찾던 최상의 선이 아님을 알고 스승을 떠나 당시 유행하던 격심한 고행을 6년간 시도한다. 하지만 고행으로도 자신이 추구하던 최상의 선을 이루지 못하자 마지막으로 보리수 나무아래 앉아 선정에 들었다. 삼매가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마을의 여인 수자타가 제공한 우유죽을 먹고 건강을 회복한 후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러 붓다가 되었다.
싯다르타는 붓다가 된 후 깨달음의 법을 펴기로 결심하고, 처음으로 법을 가르칠 상대로 이전에 함께 고행했던 다섯 수행자가 있는 바라나시의 녹야원으로 찾아간다. 싯다르타가 고행을 포기하고 사치스런 삶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하던 다섯 수행자는 처음에는 붓다를 거부하려 하지만, 가까이 다가오는 붓다를 보고 자연스럽게 맞이하여 붓다가 설명하는 가르침을 듣기 시작한다. 저속하고 무의미한 쾌락에 빠지는 삶과 힘들고 무의미한 고행에 몰두하는 삶의 양 극단을 피하고 깨달음과 열반의 경지에 도달하게 하는 바른 길이자 중도(中道)인 팔정도(八正道)를 가르치고 난후 붓다는 네 가지 고귀한 진리(四聖諦)를 완전히 깨달았기에 깨달음을 얻었다고 선포한다.
탄신일과 공식 명칭
부처님오신날은 음력 4월 8일 부처님의 탄신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기록에 의하면 고려 말, 최이(崔怡)라는 문신이 팔관회와 연등회를 음력 4월 8일로 옮겨서 함께 행하게 했다고 한다. 1960년대 대한불교조계종이 ‘불탄일’에 대한 불교적 의미를 복원하고, 한자로 되어있는 말을 쉽게 풀어서 사용하자는 취지로 ‘부처님오신날’을 만들었다. 한글화 추세에도 부합한다는 이유로 명칭 변경을 지속적으로 요청한 끝에 2017년 10월 공식 명칭이 ‘부처님오신날’로 변경됐다. 1975년 1월 대통령령에 따라 처음으로 공휴일로 지정된 지 42년만이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태어나신 날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 불교권의 날짜가 다르다. 불교의 종주국인 인도 등지에서 예로부터 4월 8일을 부처의 탄신일로 기념해 왔고, 1956년 11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열린 제4차 세계불교대회에서는 양력 5월 15일을 부처님의 탄신일로 결정했다. 국제연합은 1998년 스리랑카에서 개최된 세계불교도회의의 안건을 받아들여 양력 5월 중 보름달이 뜬 날을 부처님 탄신일로 정하여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일본은 음력이 아닌 양력 4월 8일을 기념하고 있다.
관욕: 마음의 죄와 번뇌를 씻다
부처님오신날 행사 중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관욕(灌浴)의식이다. 불교경전 『보요경(普曜經)』에 의하면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날 때 9마리의 용(龍)이 태어난 부처님을 향수로 목욕시켰다는 기록에 근거하고 있다. 관욕의식은 고대 인도로부터 유래되었는데, 부처님의 형상을 깨끗이 씻으면 자신의 마음에 쌓인 죄와 번뇌를 씻고 맑고 깨끗해지며 복을 누리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부처님오신날 각 사찰에서 시행하는 관욕의식은 탄생불(誕生佛)을 욕불기(浴佛器) 안에 모셔놓고 신도들이 돌아가면서 준비된 바가지로 물을 끼얹어서 아기부처님을 목욕시킨다. 이 관욕의식은 부처님오신날 행하는 연등행사와 함께 2대 행사의 하나로 매우 중요하다. 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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