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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통은 누구의 것인가? - 정서전염과 상호의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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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48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07-01 신문면수 5면 카테고리 법문 서브카테고리 하현주 박사의 마음 밭 가꾸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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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명 하현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하현주 박사 리라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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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7-09 14:44 조회 4,52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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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글: 자비정원(慈悲正願)② (회)

이 고통은 누구의 것인가? - 정서전염과 상호의존성
부정적 정서가 긍정적 정서보다 전염성이 높아, 정서전염은 타인을 즉각적으로 이해하려는 방식

지난 칼럼에서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정서 또한 타인에게 전염된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나의 정서가 타인에게, 또 반대로 타인의 정서가 나에게 전염된다면, 내가 지금 경험하는 슬픔 혹은 분노와 같은 이 정서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이 고통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다. 


마치 개인의 감정은 개인의 몸이라는 항아리 안에 담긴 물과 같아서, 그것을 쏟지 않는 이상 다른 항아리 안에 담길 수는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실상 개인의 정서라는 것은 나와 타인이 함께 공유하며 숨 쉬고 있는 대기와도 같아서, 내가 숨을 들이마시면서 내 안에 들어온 공기를 나만의 것이라 할 수 없듯이 정서 또한 명확히 구분될 수 없기란 마찬가지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이것은 나의 고통이다’, ‘그것은 너의 고통이다’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어떤 정서를 함께 공유하고 있는가’일 것이다. 

정서전염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도허티(Dohe-rty)에 따르면, 정서전염은 전염되는 정서에 따라 긍정 정서전염과 부정 정서전염으로 나뉠 수 있다. 

또한 시카고 대학의 카시오포(Cacioppo) 교수는 부정적 정서가 긍정적 정서보다 전염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슬픔이나 공포와 같은 부정적 정서는 기쁨과 같은 긍정 정서보다 인간의 생존 본능에 더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감정 표출도 더 크게 나타나고, 주위 사람들도 자신의 생존 위협을 감지하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가령, 자녀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며 기뻐하는 동료를 보며 함께 마음이 기뻤다가도, 직장 상사가 팀원들에게 ‘월급 받으면서 하는 게 뭐가 있냐’고 화를 내는 순간, 부서 전체의 분위기는 어둡게 물들고 만다. 

실제로, 긍정적 정서를 표현하는 리더의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은 집단의 협력도가 증가하고 갈등이 줄어들었으며, 집단의 성과 또한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또한 기숙사에서 한 방에 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우울한 학생의 경우 우울한 기분뿐만 아니라 우울증을 유발하는 인지적 취약성까지도 다른 학생에게 전염되었다는 연구결과는 우리가 삶의 매 순간 다양한 정서들을 시시각각 주고받으며 뒤섞인 채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정서전염이 발생하는가? 인간의 정서는 인류 공동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진화해왔기 때문에 정서적 이해와 소통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정서전염은 이러한 정서적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데 있어, 언어적 소통보다 더욱 효과적이고 빠른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는 진화적 이점을 지닌다. 

예를 들어, 아이를 잃고 비통해하는 부모를 보면서, 왜 슬픈지 묻거나 사유과정을 통해 이해하는 것보다, 그 슬픈 얼굴을 보는 순간 슬픔에 전염되어 함께 느끼는 것이 훨씬 더 빠르게 상대를 이해하는 길이 되기 때문이다. 

즉, 정서전염은 자신의 신체적 정서적 각성이라는 내적 경로를 통해 타인을 즉각적으로 이해하려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이와 같은 정서적 상호의존성은 인간의 정서가 한 개인에게만 귀속되지 않고, 상호의존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드러내 준다. 이는 불교의 무아(無我)의 관점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이 고통을 경험하는 것이 ‘나’이고, 이 고통은 ‘나의 것’이라는 인간의 뿌리 깊은 자기중심적, 자기몰입적 사고는 정서적 상호의존성의 맥락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함께 이 고통을 경험하고 있고, 고통의 경험에는 ‘나의 것’도 ‘너의 것’도 따로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어떤 고통을 함께 경험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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