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의 갑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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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49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08-01 신문면수 5면 카테고리 법문 서브카테고리 하현주 박사의 마음 밭 가꾸는 이야기페이지 정보
필자명 하현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하현주 박사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8-05 12:40 조회 3,719회본문
자비의 갑옷
우리는 왜 자비로워야 하는가?
대인관계 신뢰도와 사회적 연결감 증진
자기 자신을 함께 치유하고 보호하는 길
증일아함경 권 39에서 부처님은 ‘자비의 갑옷을 입고, 손에는 삼매의 활과 지혜의 화살을 들고’ 중생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로 그려진다.
자비는 타자의 고통을 함께하는 행위이며, 고통을 함께하면서 정서전염도 일어나고, 또 공감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피로로 인해 오히려 소진되기도 하는데 어떻게 자비가 갑옷이 된다는 것일까?
자비 연구를 막 시작하던 박사과정 초기, ‘자비의 갑옷’이라는 경구는 나에게 화두가 되었다. 상담자인 필자가 내담자들에게 때로 너무 과도하게 공감하고, 또 그들의 고통에 전염되거나 내 고통과 분리하지 못해 소진되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왜 우리는 자비로워야 할까, 또 어떻게 자비가 우리의 갑옷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자비나 선행을 실천했을 때 우리 자신에게 즉각적인 만족감이 주어진다는 것은 대다수가 동의하는 사실이다. 자원봉사와 같은 선행이 우리의 신체와 정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마더 테레사 효과, 슈바이처 효과로도 불린다.
선행은 신체와 정신에 긍정적
앨런 룩스는 이처럼 남을 돕고 난 후 오랫동안 지속되는 심리적 포만감을 돕는 자의 고양감(helper's high)이라고 이름 붙인 바 있다. 직접적인 도움 행동을 했을 때뿐만 아니라, 자비명상을 통해 간접적인 자비를 실행했을 때에도 유사한 결과들이 도출되었다.
티베트 승려들의 뇌는 행복과 같은 긍정적 감정과 연관된 왼쪽 전전두피질의 활동이 놀라울 만큼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부정적 감정과 연관이 있는 오른쪽 전전두피질의 활동성은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또한 자비명상은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능력 및 회복력, 면역력을 증가시키기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비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비가 대인관계에서의 신뢰도와 사회적 연결감을 증진시키고, 집단 내의 편견을 감소시켰다는 결과들이 보고되었으며, 자애명상이 스스로를 향한 자기자비(self-compassion)도 강화시켜, 남을 향한 자비로운 마음을 키우는 것이 자기 자신에게도 이어진다는 효과가 검증된 바 있다.
자신을 치유하고 보호하는 길
어떻게 타인에게 자비심을 갖는 것이 자신의 심신의 건강에 이처럼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것일까?
자비 연구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 온 폴 길버트는 자비의 마음을 일으키게 되면, 우리 자신을 진정시키고 안정감을 느끼도록 하는 신경 체계를 가동시키게 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신경 체계는 엔돌핀이나 옥시토신과 관련되어있어, 사랑받는 느낌의 안녕감과 내적인 고요, 타인들과의 연결감을 가져오는 일련의 심리적 과정을 구축한다.
즉, 긍정 정서 및 심리적 안녕감은 신체의 이완 상태를 불러오고, 이완 상태에서 충분히 휴식하고 면역력을 회복하게 됨으로써 신체적 건강으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두뇌의 복측선조체는 자신이 보상을 받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인데, 이 부위가 자선 단체에 기부금이 전달되는 것을 볼 때도 활성화된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두뇌 체계는 신기하게도, 자기와 타자가 받는 보상을 동일하게 간주하도록 만들어져있는 것이다. 그러니, 타인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고, 도우려는 자비의 태도가 자기 자신에게도 즉각적인 이로움을 가져오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이 경감되기를 바라고 도움으로써, 자신의 고통 또한 무의식적으로 돌보게 되는 것이며, 자비는 따라서 상호치유적인 현상으로 일어난다.
고통으로 가득한 사바를 건너는 우리가 타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함께 치유하고 보호하는 길을 가고자 한다면, 자비는 매 순간 장착해야 할 가장 안전한 갑옷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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