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의 천사에서 방호복의 전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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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49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08-01 신문면수 11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총지 50년 기획 참교도 찾기 ②페이지 정보
필자명 전서호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전서호 기자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8-05 13:29 조회 3,851회본문
자료사진=인선 정사가 이은별 간호사에게 격려금을 전달했다.
날마다 응급상황 내과계 중환자실에서 사투
중환자를 일반병동에 보내며 보람과 사명감
“지치고 힘이 들 때면 항상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시는 어머니를 떠올렸어요.”
대구경북대학병원 이은별(26) 간호사는 외과계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던 중 지난 2월 코로나19 감염증 환자를 치료하는 내과계 중환자실로 급히 전환 배치되었다. 신천지 교인인 31번 환자가 나오면서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퍼졌고, 당시 신규 확진자 수가 900여 명까지 치솟으면서 대구·경북 지역의 병원과 의료진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더 이상 백의의 천사는 없고, 소리 없는 총성 속에서 방호복을 입은 전사만 있었다. 그리고 4개월 만에 드디어 이 간호사는 밀행사 주교 행원심 전수의 온전한 딸로, 모두의 영웅으로 다시 돌아왔다. 종단에서도 7월 21일 운천사에 온 이 간호사에게 격려금 전달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레벨 D 방호복을 입기 시작한 순간부터 숨이 턱턱 막혀서 과연 내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음압 치료실에 들어선 첫날의 감정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방호복을 입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도사리고 있는 위험에서 완전하게 벗어난 것은 아니라 항상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일해야 했던 나날이었다.
내과계 중환자실로 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안타깝지만 의식이 명료하지 않거나 의식 없는 환자들이었다. 그런 환자들을 위해 이 간호사는 체위를 자주 바꾸어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야 했으며, 인공호흡기나 CRRT(지속적신대체요법) 등 의료기기의 설정값에 따라 치료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주시하고 꼼꼼히 기록했다. 만약 감시 값에 벗어난다면 의사의 처방 하에 설정값을 바꾸고 치료의 방향을 조절하며 환자를 간호하는 것이 이 간호사의 일상이었다.
매일매일 응급상황을 겪으며 이 간호사는 상태가 호전되어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가는 환자들을 보았을 때 의료진으로서 보람과 사명감을 느꼈다.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속으로 인사합니다. 중환자실로 다시 오는 것은 절대 좋은 일이 아니니까요. 병동으로 가는 환자에게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들었을 때,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었구나 생각하면 정말 뿌듯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임종마저 지키지 못하는 슬프고 아픈 일이 또 있을까. 가족들 중 유일하게 아들만이 들어올 수 있었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 때문에 멀리서 지켜봐야만 했다.
“환자의 아들이 들어오면서 아버지의 손도 잡고 마지막 대화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우시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코로나가 정말 무섭고 끔찍한 병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는 최전선에서 외로운 시간이었지만 멀리서 응원해주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함께 일하는 의료진과 동료들이 있었기에 잘 견뎌낼 수 있었다. 전쟁터와 다름없는 병원에서 이 간호사에게 힘이 되어준 건 하루에 한 번 가족들과의 영상통화였다.
“저는 다시 외과계 중환자실로 돌아와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조용해졌다가도 또 코로나 환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다시 코로나 환자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하지만 현실에 맡은 업무를 충실히 하는 것이 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스크 착용, 손소독, 적절한 거리두기 등을 지키면서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다 하더라도 회복되어 건강하게 살아가는 분들도 많기에 이 시기를 다 같이 잘 견뎌냈으면 좋겠습니다.”
전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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