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이후의 세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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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48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07-01 신문면수 3면 카테고리 종합 서브카테고리 칼럼 지혜의 눈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태원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7-09 14:30 조회 4,579회본문
전염병, 공존공생 원리 파괴한 세계관서 비롯, 불교는 생명이라는 가치에 경중(輕重)이 없어
코로나 19의 유행으로 드러난 실상은 어떠한 무장으로도 코로나 19의 침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코로나 19의 치료제는 올해 안에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예방약인 백신은 빨라야 2021년 상반기에나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코로나 19는 자연을 파괴하고 야생 동물들을 거의 멸종시켜가는 과정에서 야생 동물에게 기생하던 병원균이 인간에게로 전이되어 발생한 것입니다. 이러한 종간(種間) 이동 때문에 발생한 전염병의 발생 원인은 인간이 만든 것입니다.
인간이 지금과 같이 인간 중심의 욕망 충족 체계를 확대하고 계속 동식물의 서식지인 자연을 파괴한다면 또 다른 코로나 19는 계속 등장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동안 우리가 누려왔던 인간 중심의 소비와 행태는 더이상 가능할 수가 없게 됩니다. 이러한 사태는 공존공생의 원리를 파괴한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서 비롯하였기에 바로 이러한 가치관과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기원전 6~5세기에 본격적인 철기의 보급으로 생산력이 크게 증대되면서 이전에 비해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인류 문명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도시국가가 공존하던 상황은 거대한 제국의 성립으로 통합되었고 이러한 제국의 틀을 형성하는 새로운 수많은 제도와 사상이 만들어지던 시기였습니다.
페르시아 제국, 알렉산더 제국, 마우리아 제국, 진한(秦漢) 제국이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에서 약간의 시차를 두고 거의 동시적으로 세워졌습니다. 그러한 제국은 통치 이데올로기로서 제국의 종교를 가지게 되는데 알렉산더 제국의 그리스 종교, 페르시아 제국의 조로아스터교, 마우리아 왕조의 불교, 진한제국의 도교와 유교가 그것입니다.
부처님이 활동하던 시기의 석가족의 국가는 당시 강대국이었던 마가다국과 코살라국 사이에 놓인 약소국이었습니다. 전쟁이 일상적이던 그 시기에 부처님은 가장 강력한 반전(反戰) 구호인 불살생 또는 불해(不害)로 한역된 아힘사(ahimsa)를 주장하였습니다. 약소국은 평화를 주장하고 강대국은 전쟁을 펼치는 시대였지만 다수의 민중은 평화를 갈망하였습니다. 제국이 성립된 후 사회 안정을 위해 마우리아 왕조의 아쇼카 왕은 일반 대중에게 호소력이 강했던 불교와 자이나교를 끌어들여 전면에 내세우게 됩니다.
사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동서양의 종교 중에서 가장 평화적인 종교는 불교와 자이나교입니다. 두 종교가 주장한 생명은 인간중심의 가치를 넘어 모든 생명을 동등하게 바라보는 입장에 서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인간과 다른 존재 사이에 위계(位階)를 두지 않지요. 불교와 자이나교는 생명이라는 가치에는 경중(輕重)이 없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세계 종교에서 교세가 가장 작고 영향력이 미미하다고 평가받는 불교가 과연 21세기 지구에 사는 모든 존재가 공존공생(共存共生)하는 새로운 세계관의 토대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설사 있다고 해도 그것은 강요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수행의 공덕을 온 중생에게 회향하는 것이 불교 수행이 궁극적으로 도달하려는 경지라고 생각합니다. 강요와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 길은 오로지 수행의 공덕으로 주변을 자발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결국 나 한 사람의 수행(修行)이 온 우주를 온전하게 만드는 길과 다르지 않습니다. 심청정(心淸淨) 국토청정의 국토를 이제는 자연으로 새롭게 이해하고 싶습니다.
칼럼리스트 김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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