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총지소식

불교총지종은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고 자리이타의 대승불교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 종단입니다.

자비의 연금술

페이지 정보

호수 250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09-01 신문면수 5면 카테고리 법문 서브카테고리 하현주 박사의 마음 밭 가꾸는 이야기

페이지 정보

필자명 하현주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박사 필자정보 - 리라이터 -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9-02 14:38 조회 3,400회

본문

연재글: 자비정원(慈悲正願)③ (회)

자비의 연금술
심신의 상태가 ‘자비로워질 수 있는가’ 좌우, 사랑은 적대감이 외부로 투사되는 것을 막아

자신과 타인의 고통이 맞물려 펼쳐지는 이 사바에서 자비가 우리를 보호하는 갑옷이 된다는 것을 지난 칼럼에서 살펴보았다. 자비가 남에게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에 즉각적인 긍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키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일상에서 충분히 자비롭지 못한 것일까? 심지어 우리 불자들은 자비로운 보살이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데도 불구하고, 무엇이 우리의 자비로운 본성이 발현되는 것을 가로막는 것일까?  

 

왜 자비롭지 못한 것일까?


스티븐 포지스(Steven Porges)에 따르면, 우리를 둘러싼 외부 환경이 안전하다고 지각될 때와, 자신의 신체 내부 상태가 안정적일 때, 우리 몸의 미주신경계가 작동되어 공격성을 억제하고 이타적 태도를 나타낼 수 있다고 한다. 즉, 우리를 둘러싼 외부 세계가 안전하고, 심신의 내부 상태가 안정적인 것이 한 개인이 얼마나 자비로워질 수 있는가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애브라함 매슬로우(Abraham Maslow)도 인간은 안전과 생존의 욕구가 충족된 후에 소속, 사랑, 존중, 자기실현이라는 상위욕구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타인에게 잔인하거나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개인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각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며, 하루하루를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라 볼 수 있다. 

희대의 탈주범 신창원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 계모 아래서 궁핍하고 괴로운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급비를 가져오지 못한 자신에게 “빨리 꺼져”라는 선생님의 막말을 들은 이후로, 마음속에 악마가 생겨났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 단 한명이라도 자신을 배려해준 사람이 있었다면 자신이 이처럼 도망 다니는 범죄자 신세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하였다.

신창원처럼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거나 학대받은 이들은 자비심을 가지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까? 

심리학 연구들에 따르면 트라우마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도 자신과 유사한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들을 향한 공감적 관심과 도움 행동을 적극적으로 나타내었고,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도 같은 환우들의 고통을 상담해준 역할을 했던 사람들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더욱 향상되었음을 보여주었다.  


‘감사’는 축복과 안전함을 준다


이러한 결과들은 설령 우리가 많은 상처와 역경을 안고 살아가더라도, ‘외상 후 스트레스’가 아닌, ‘외상 후 성장’을 일궈낼 수 있는 ‘마음밭’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지금 내가 처한 환경이나 내 몸과 마음의 상태가 좋지 못하더라도, 우리 마음은 척박한 현실을 변환시켜 자비심을 일으킬 수 있는 연금술을 능히 해낸다. 

미산스님이 개발한 하트스마일 명상에서는 ‘지금 이대로, 있는 그대로 온전하다’는 전제를 마음속에 새기도록 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있는 그대로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이미 온전한 자신의 중심에서 우러나오는 자비와 사랑을 자신과 타인, 외부 세계로 전달하는 것이다. 

감사는 내가 처한 척박한 상황 속에서도 축복과 안전함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고, 자비와 사랑은 내 내면의 적대감이 외부로 투사되는 것을 막아준다. 내 내면에 자비가 가득할 때, 나를 둘러싼 타자들도 자비심 어린 표상들로 전환되어, 나를 자애롭고 따뜻하게 대해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생겨난다. 안과 밖이 안전하다는 믿음이 생겨나면 자연스럽게 자비로운 태도가 일어나는 자비의 선순환에 들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내면을 외부 세계로 끊임없이 투사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자신의 내외부 세계를 지금 이대로, 있는 그대로 온전하다고 바라보고, 감사로 받아들이는 것은 자비를 저해하는 장막을 거두고, 우리 내면에 가득한 자비의 씨앗을 틔워 행복하고 자비로운 마음밭을 일구는 첩경이 될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