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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드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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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50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09-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문화 서브카테고리 詩방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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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09-02 15:34 조회 3,42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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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드는 날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방하착(放下着)이란 불교에서 화두로 주로 쓰이며, 마음속에 한 생각도 지니지 말고 텅 빈 허공처럼 유지하라는 뜻으로 쓰인다. 텅 빈 마음. 즉, 마음의 실재를 일컫는다. 중국 당나라 때 엄양 스님이 조주 스님에게 물었다.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을 때, 그 경계가 어떠합니까?” 이에 조주 스님이 “내려놓거라(방하착, 放下着).”라고 하였다. 그러자 엄양이 "한 물건도 가지지 않았는데 무엇을 방하착합니까?"라고 다시 묻자 "그러면 지고 가거라(착득거, 着得去)."라고 대답하였다. 즉, 마음속에 아무것도 없다는 인식 그 자체도 내려놓으라는 뜻이 담겨 있다. 더이상 버릴 것이 없을 만큼 완전히 내려놓으면 인간은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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