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빠와 소성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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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252호 발행인 인선(강재훈) 발간일 2020-11-01 신문면수 8면 카테고리 밀교 서브카테고리 -페이지 정보
필자명 정성준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교수 필자정보 - 리라이터 -페이지 정보
입력자 총지종 입력일시 20-11-06 13:46 조회 3,012회본문
간다빠와 소성거사
「84성취자전」에는 시대의 성자로서 왕난의 시비에 휩싸였던 간다빠(Ghandhapa)의 기록이 있는데, 이전의 기고에서 약간의 소개를 드린 적이 있다. 간다빠는 나란다대학에서 구족계를 받고 오명(五明)의 정통한 교학과 수행을 마친 분으로 그가 살았던 시기는 유명한 데와빨라(Devapala, 810-850) 왕의 치세기였다. 빨라왕조는 벵갈지역을 중심으로 8세기부터 12세기까지 동인도를 중심으로 크게 번성하였다.
데와빨라왕과 간다빠의 인연은 간다빠가 데와빨라왕의 사리뿌뜨라라는 지역에 살 수 있도록 허가를 받은 데서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아무도 간다빠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에 간다빠는 사리뿌뜨라의 한 곳 나무그늘 아래 초라하게 살고 있었지만, 점차 간다빠의 수행이 저절로 알려져 온 나라가 알게 되었다. 데와빨라왕은 불교를 깊이 신앙했고 사탑의 건립과 삼보의 공양 등 수많은 공덕을 쌓았다. 어느 날 데와발라왕은 왕비와 대화 끝에 간다빠의 소문을 알게 되었고 간다빠를 왕국으로 초청하려고 사신을 보냈으나 거절 당하였다. 데와빨라왕은 수행원과 함께 몸소 방문하여 간하빠로 하여금 다만 1년이라도 왕이 공양할 수 있길 간청하였으나 간하빠는, “국가와 왕은 사악한 것이다”라며 거절하였다. 왕은 6개월을 비롯해 마지막에 단 하루라도 와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거절 당하였고 이윽고 초라한 승려에 대한 공경심은 분노로 변하였다. 왕은 공고문을 내었다. 여기에는 누구라도 간하빠의 계율을 타락시킬 수 있는 자가 있다면 1톤의 황금과 왕국의 절반을 주겠다고 공언하였다.
당시 왕국에는 유명한 퇴기(은퇴한 기생)가 살고 있었는데, 퇴기에게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영리한 퇴기는 왕에게 자신의 딸을 가르쳐 간다빠를 유혹하리라 호언장담하고 딸에게 남자를 유혹할 갖은 기예를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당시 간다빠는 계율을 지키려 음식공양은 오로지 남자시종들만 허락하였는데, 어느 날 퇴기의 딸은 시종들을 물리치고 몸소 저녁공양을 간다빠에게 올리려 하였다. 간다빠는 평소처럼 공양이 오지 않자 밖으로 나왔다가 기생의 딸을 보게 되었다. 간다빠는 기생의 딸을 보내려 했으나 마침 비가 내렸고 비가 그치자 밤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딸과 같이 있게 되었다. 간다빠는 퇴기의 딸과 무려 6생 동안 부부의 연을 맺어온 것을 알게 되었다. 피할 수 없는 업연의 수레바퀴지만 간다빠는 공성을 관하는 네 단계의 절차에 의해 퇴기의 딸은 마지막 생의 연을 맺었고 결국 부부가 되어 1년 후 아들도 생겼다.
왕은 3년간 퇴기에게 진행 상황을 묻곤 하였는데, 3년 후 드디어 간다빠를 파계시켰다는 소식을 퇴기로부터 듣고 사리뿌뜨라의 백성들과 함께 간다빠를 망신시키려 간다빠의 수행처로 몰려가게 되었다. 간다빠는 사태를 짐작하고 퇴기의 딸과 아들, 물병을 지고 길을 떠났으나 도중에 왕의 무리와 마주치게 되었다. 왕은 간다빠에게 아들과 아내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더 이상 청정한 채 가식 떨지 말 것을 말하며 조롱하였으나, 간다빠는 자신에게 잘못한 일이 없다고 답하였다. 왕이 비난을 계속하자 간다빠는 물병과 아들을 땅에 던졌는데 큰 지진이 나면서 물병이 떨어진 자리는 갈라져 물이 솟고 아들은 금강저로 변하였고 물병은 금강령이 되었다. 간다빠는 공중에 솟아 와즈라바라히의 본존으로, 퇴기의 딸은 명비가 되어 금강령과 금강저를 쥔 거룩한 모습으로 변신하였다. 왕은 놀라 마을사람과 함께 절하였으나 땅에서 솟기 시작한 물이 그치지 않아 사람들을 집어삼킬 처지가 되었다. 왕이 잘못을 빌자 간다빠는 진언을 외워 물이 그쳤다. 간다빠는 왕과 사람들에게 밀교의 거룩한 수행을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독과 약은 상극이며 작용도 달라
피하기도 하고 먹기도 하지만
성품이 하나라면 차이 같은 것은 없다네
성취한 스승은 버리는 것이 없나니
얻지 못했으면 힘써 노력해야 하는 것
유정들은 알지못해 윤회에 헤매네
간다빠를 비난하던 왕과 백성들은 스승으로 인정한 후 스승을 좇아 수행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성취를 이루었고, 이때부터 간다빠는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84성취자전」에는 퇴기의 딸과 아들 모두 간다빠의 가르침으로 모든 이원적 분별을 떠난 성취를 이루었다. 한국불교의 교학과 수행, 삶은 소성거사 원효에서 시작된다. 원효의 파계와 요석공주 사이에 설총을 낳은 사연은 난제이다. 세속과 열반의 경계를 넘은 간다빠나 원효의 행적은 시대도 비슷했다. 분명한 것은 이원성을 초월한 단계적 수행이 인도 후기밀교시대에 완성되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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