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총지종

총지소식

불교총지종은 ‘불교의 생활화, 생활의 불교화’를 표방하고 자리이타의 대승불교 정신을 일상에서 실천하는 생활불교 종단입니다.

어떤 리더쉽 워크샵

페이지 정보

호수 59호 발행인 우승 발간일 2004-09-01 신문면수 10면 카테고리 아제 아제 바라아제 서브카테고리 -

페이지 정보

필자명 김선미 필자법명 - 필자소속 - 필자호칭 - 필자정보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총무국장 리라이터 -

페이지 정보

입력자 미디어커넷 입력일시 18-05-15 17:15 조회 2,178회

본문

어떤 리더쉽 워크샵

얼마 전 필자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리더쉽 관련 워크삽에 참여했다. 단체실무 5년차 이상의 중견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천해가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자못 기대되는 일이었는데 생각대로 그곳에 모인 분들의 활동영역은 다채로웠다. 정치개혁의 일선에서 활동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유기농 생협운동에 열심인 분도 있고, 그  참교육, 바른 건강운동, 생태적 환경운동, 건전한 청년운동 등 정말 사회곳곳에서 변혁운동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었다.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7~80년대 군부독재치하 에서의 민주화운동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면서 90년대 이후에는 정치적인 민주화 이외에도 그동안 경제개발 우선 논리에 가려있던 소중한 사회 적 가치들을 재발견하고 확보해가려는 다양한 모색이 진행되어오고 있는 우리사회 시민운동의 현 주소를 두눈으로 실감나게 확인하는 현장이었다.

그런데 이번 워크샵은 ‘리더쉽워크샵’이라는 타이틀이 풍기는 일상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누가를 이끄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었다. 오 히려 자기자신을 이끄는 방법, 즉 상대방이 아닌 자기 자신을 드러내어 살펴보고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워크샵이었다. 그리고 행사에 참여하면서 새삼 느낀 것은 이 곳에 온 사람들 대부분이 사회적 리더쉽을 배우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더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나름대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데 일익을 담당 해왔지만 그 과정이 힘들었던 만큼이나 본인들의 내면도 상처입고 지쳐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필자가 참여한 분과는 ‘갈등조정과 소통’이었는데 다른 분과도 이와 비슷한 내용들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내 안의 갈등, 다른 사람과의 갈등은 누구라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여서인지 참가자 모두 진지하게 자신의 당면현실을 드러내 놓았다.

A는 직장동료B와의 갈등을 털어놓았다.

“저는 모 단체에서 C라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 는데요, 직장 동료인 B가 회의에서 C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기주장을 하는 바람에 결국, B의 의견대로 C를 처리하기로 결정되었고 이와 비슷한 일이 몇 차례 반복되었지요.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B가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보일뿐 이었어요. 그래서 겉으로는 B의 주장을 수용했지만 속으로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요.”

A가 이와 같이 말하자 분과 진행자는 그에게 “그 때 어떤 감정이 일었죠?”라고 물었다. A는 불안, 부담감, 분노를 느꼈다고 이야기 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냐고 진행자가 되묻자, 잠시 후 그는 “일을 진행하는 사람은 결국 나인데, B가 주장 한대로 일을 처리하면 다른 누군가가 문제를 제기 할 것 같아서 불안하고, 또 문제제기 할것을 뻔히 알면서 무시하고 진행하자니 부담스럽고, 그리고 내 의견대로 처리해도 될 만한 사안인데 담 당부서장인 내 의견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자기주장을 내세운B의 태도에 대해 분노스러웠다” 고 대답 했다.

진행자는 다시 “그렇다면 그런 생각을 하는 나는 과연 어떤 신념이 있는 사람인가요? 당신은 어떤 사람이죠? 그 일과 관련한 자기 자신을 살펴보세요. 나는 어떤 사람일까요?” 그러자 그가 잠시 후 ‘나는 성실한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진행자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보세요. 어떤 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인가요?” 그러자 A는 “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다 라는 신념이 강하게 있네요”라고 대답했다.

진행자는 “책임감 있는 사람은 정말 좋지요. 그럼, 책임감이 지나치면 일에 대해 어떨까요?”라고 물었고, A는 “부담감을 느끼겠지요” 라고 대답했 . 이어 진행자가 부담감이 지나치면 어떻겠냐고 묻자, 요는 일을 회피하거나 분노를 느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런 식의 대화가 한참 계속되고 나서 그는 B와의 갈등의 폭이 커진 것이 기질적으로 주저하고 움츠러드는 자신의 성격과 “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다”라는 자기신념이 자신을 지 나치게 억눌러서 그 심리적 부담감이 분노를 더욱 증폭시켰다는 사실을 보게 되었다고 했다.

갈등 조정프로그램은 어떤 갈등에 대하여 옳고 그름을 조정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이렇게 자신에게 가장 정신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어떤 사건을 객관적인 상황, 즉 그때 자신이 대처한 방법, 그 때 일었던 감정과 생각을 거리를 두어 살펴보고 그 때 당시 나라고 생각되어지는 모습을 내 스스로 살펴보아 갈등의 원인을 보다 깊은 차원에서 이해함으로써 나로부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자하는 목적의 프로그램이었다.

이박 삼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고속버스 안에서 생각에 잠겼다. 욕심과 기대, 의무감 같은 것들을 잠시 놓아버린 때문인지 실존의 밑바닥들이 드러나 보였다.

어쩌면 우리는 내면의 그 깊은 수렁을 직시하기가 두려워 자꾸만 밖으로 향하는지도 모른다. 그 엄청난 번뇌와 존재에 대한 이해불능이라는 현실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자기로부터의 탈출 을 끝없이 시도하거나 아니면 일찌감치 패배를 시인하고 마음 편히 살고자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이성이 명료해진 때에는 어느 누구도 그 실존의 굴레에서 단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자각하게 된다. 그러 면 우리 마음은 불안과 동요, 혼란에 휩싸여 안정 감을 잃고 무기력해지고 만다. 하지만 우리 불자들에게는 그것이 두렵기만 하거나 절망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실존의 밑바닥을 직시하는 것으로부터 진정한 의미의 발전이 시작된다고 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고 그 분이 제시해놓은 해결책들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김선미/인드라망생명공동체 총무국장〉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